악취방지법 시행령 의결, 악취 관리 강화에 인근 주민·축산농가 ‘희비교차’

악취방지법 시행령·시행규칙 29일 시행, 관리·감독 강화에 초점 악취배출사업장 두고 이어져 온 환경 갈등, 인근 주민 고충 해소될까 규제 강화에 불안감 드러내는 축산업계, 역량 부족한 소규모 축사 어쩌나

160X600_GIAI_AIDSNote
사진=unsplash

악취 발생으로 인해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악취배출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환경부는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악취방지법 시행령’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미흡한 법률로 인해 벌어졌던 환경 갈등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리는 가운데, 축산농가는 관리 강화로 인한 소규모 축사들의 업무정지 및 폐업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 사업장 악취 관리 강화

이번 악취방지법 시행령은 악취배출사업장의 악취 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시행령과 함께 개정된 ‘악취방지법 및 시행규칙’도 같은 날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시행령은 환경부 장관이 악취실태조사 결과를 고려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권고할 경우, 시·도지사 등이 1년 이내에 해당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악취배출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했다. ‘악취관리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악취 배출 허용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구역으로, 현재 총 52곳이 지정돼 있다.

만약 악취검사기관이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처분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준수 사항 위반 시 △1차 경고 조치 △2차 업무정지 1개월 △3차 업무정지 3개월 △4차 지정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아울러 악취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해 개선명령 또는 조치명령을 받은 악취배출사업장은 15일 이내에 악취 저감 조치 이행 계획을 수립, 명령을 내린 감독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가 설치·운영하는 공공환경시설 악취 관리도 강화한다. 공공환경시설의 악취 기술 진단 대상을 하수 찌꺼기와 음식물 쓰레기 폐수 처리 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지자체장은 기술 진단 결과에 따라 악취 저감 계획을 수립해 관할 유역(지방)환경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환경부 또는 지자체가 악취배출시설이 설치된 중소기업 등에 악취 저감에 필요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미흡한 법령, 악취로 인한 갈등 심화

악취방지법 처벌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위반 사례가 발생해도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지자체 측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불기소 처분이 나고, 문제 해결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악취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선이 사실상 어려웠던 셈이다.

고질적인 악취 문제는 지역 이미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며, 인근 주민들 사이 환경 갈등을 낳게 된다. 실제 축산농장 다수가 위치한 충청남도 곳곳에서는 관련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충남 돼지 사육두수는 237만7,307마리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으며, 그 비중도 20.4%에 달한다.

축사가 몰려 있는 만큼 분뇨 악취 갈등 역시 심각하다. 악취 민원이 1년 넘게 제기돼 지자체가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민원 다발 지역’만 111곳에 이른다. 사업비 절감을 위해 자체 분뇨 처리 시설을 두지 않는 농가가 많지만, 이를 처벌할 법안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관리가 강화될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 농가에 대한 악취 저감 지원을 실시하는 등 조치를 취해 관련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pexels

“소규모 축사 죽는다”, 축산업계의 우려

한편 축산농가는 관리 강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처벌 강화가 국내 축산업의 생산 기반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축산업은 공장 등과는 달리 조업 정지에 들어가면 재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업무 정지가 곧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정된 시행령의 기준을 충족할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축산농가가 낭떠러지 끝에 몰린 셈이다.

악취 저감 능력이 부족한 축사들의 입지가 모호해지자, 아예 지자체 차원에서 폐업을 권고하는 사례마저 등장했다. 전국 최대 축산지역 중 한 곳인 경기 안성시는 지역 내 악취 저감 능력이 취약한 양돈농장을 대상으로 폐업지원금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시설 개선이 어려운 고령농, 소규모 농가, 민원 다발 농가 등 악취 저감 능력이 부족한 양돈농장에 대해 폐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축사 측에서 폐업을 신청하면 안성시는 축사 소유주와 협의를 거쳐 이전(조치) 명령을 통한 보상을 추진한다. 이때 보상은 건축물 등 감정평가로 산출된 평균 금액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후 농장에서는 이행계획서 제출 후 1년 내 철거를 완료하고, 철거(폐쇄) 확인 후 최종 보상금을 지급받게 되며 해당 농장에서는 더 이상 축산업을 영위할 수 없다.

축산농가 인근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고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축산농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소규모 축사 위주로 업계가 쇠퇴, 육류 생산에 ‘브레이크’가 걸릴 위험이 존재한다. 각 측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가운데, 축산업계는 악취방지법 시행령이 가져올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