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① 관련 판례 나왔음에도 계속되는 위헌성 논란
산업현장의 안전 보장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2022년 도입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된 위헌성 논란 노동계 “중대재해처벌법 없으면 산업현장은 망가질 것”
산업현장에서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위해 도입됐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의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해당 법에 저촉된 법인과 사업주에 유죄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위반, 과잉 금지의 원칙 위배, 책임주의 원칙 위배 등 위헌적 요소가 가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주 책임 강화해 종사자 안전 보장하는 ‘중처법’
중처법은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및 신규 법안이다. 산업현장에서 종사자의 안전 확보 의무 조치가 미비해 중대한 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 등을 형법과 민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 투자의 확대를 통해 중대산업재해 예방 및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중대재해는 크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로 인해 발생한 경우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 교통수단의 설계로 인해 발생한 경우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중처법 위반에 의한 첫 유죄판결
지난 4월 중처법과 관련된 첫 유죄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중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온유파트너스 법인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온유파트너스의 하청을 받아 현장을 지휘한 아이코닉에이씨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경기 고양특례시 덕양구의 한 요양병원 증축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근로자 추락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당시 검찰은 사업주인 온유파트너스 측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했다. 추락한 하청근로자는 5층 높이에서 안전대 없이 94.2㎏의 철근 중량물을 옮기다가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처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
한편 제정 초기부터 있었던 중처법 위헌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법률”이라며 “경영자에 대한 처벌보다 산업안전 행정 시스템의 전문성 확보 등 예방 행정의 역량 강화가 시급한 과제임에도 정치적 상황만 고려해 졸속 제정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중처법이 제정되던 당시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자 보호,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시민 안전 문제가 대두된 탓이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에 국민과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당위론만 존재한다”며 “실제 법률의 체계 및 내용에는 위헌적 요소가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중처법 조항 중 제4조 제1항 제1호와 제6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제기된 상태다. 법 규정이 추상적이고 형벌조항이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임수정 법무법인 동인 중대재해팀 변호사는 향후 다른 조항에 저촉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계속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미 지난해 6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재해 예방 관련 특정한 조치를 마친 사업주에 한해 형사처벌을 감경하는 내용의 중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당·정은 중대재해 예방 정책을 ‘자율 규율’ 형식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잡았으며,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 달 뒤인 당해년 12월 경제단체와의 만남에서 중처법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반면 노동계는 법원에 위헌 신청에 대한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김덕현 변호사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존재함에도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및 보건관리 의무는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법이 점점 약화할 경우 다시 처벌 수단을 마련하기 어려워져 산업 현장의 안전은 더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