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진료수가 ① 심평원 위탁으로 일관된 심사 기준 적용, 전문성 높인다

2022년 자동차보험 1인당 진료비 ‘112만원’ 한반 진료비와 함께 급증한 경상환자 진료비 보험금 지급액 증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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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담보의 1인당 진료비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험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관 간의 최소한의 정보공유를 통해 누수되는 보험금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25일 발간한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잉진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보공유를 통한 진료 및 심사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자동차 사고 1인당 진료비, 10년 사이 50% 넘게 뛰어

국내 자동차보험은 2013년 7월부터 일부 의료기관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비롯해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진료비 분쟁 및 보험금 누수 현상의 개선을 목적으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1인당 자동차보험 진료비 및 한방진료비가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해당 제도 운영상의 보완점에 대한 점검과 논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약 73만원 수준이었던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1인당진료비는 지난해 약 112만원을 기록하며 54.8% 증가했다. 또 2018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접어든 양방진료비와 달리 첩약, 약침술 등 의료보험 비급여 비중이 높은 한방진료비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총 7,139억원을 기록했던 한방 진료비는 지난해 1조4,636억원 수준으로 늘며 약 105% 증가했다.

입법처는 보험사가 실제 지급한 부상보험금을 조사한 결과 중상환자의 총 진료비는 평이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경상환자의 진료비가 지속해서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같은 경상환자 치료비 급증은 한방진료비 급증과 맞물려 2018년부터 본격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방진료비 중 척추부염좌를 비롯한 경상환자의 상병진료비는 2022년 기준 진료비의 80.8%에 달하며 큰 비중을 보였다. 척추부염좌는 인대의 손상으로 충격을 받은 부위 근육의 방어적 뭉침 현상을 의미한다. 손상된 인대는 통상 7일 이내에 스스로 아물며, 긴장된 척추 근육도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치유되는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 진료가 문제로 지적되자, 한의업계는 진료에 대한 환자의 높은 만족도와 선호도가 한방 진료의 빈도를 높였을 뿐 과잉 진료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부상 정도에 따른 개별적인 치료와 처방보다는 정해진 양의 한약을 충분한 설명 없이 일괄 처방하는 등 보험료 낭비 사례가 꾸준히 포착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의료기관의 영리 목적, 피해자 보상 심리와 맞물려 과잉 진료로”

우리나라는 1999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에서 자동차 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진료 의료기관에 대한 지급의사 및 지급한도를 통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해당 규정에 따라 보험사 등은 가해자가 대인배상II 담보를 ‘무한’으로 설정한 경우 금액의 한정이 없는 지불보증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무한 지불보증’은 보험사의 진료수가 심사의 전문성 부족과 의료기관의 영리 목적, 합의금을 높이고자 치료비를 최대한 부풀리려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보상 심리가 맞물려 필요 이상의 치료와 입원 등 부당·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2013년 6월까지 진료수가 심사 주체였던 손해보험사는 의료기관의 과잉 및 장기치료에 대해 의사면담 진행, 환자 치료 경과 확인 등 다양한 현장 심사를 강화했지만, 원상회복이나 손해 배상 등 피해자 보호에 주목적을 둔 자동차손배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청구-심사-지급 절차 흐름도/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평원 위탁 체제, 보험사의 지불보증 관리에 걸림돌

이처럼 진료수가 심사가 개별 보험사별로 이뤄지며 일관된 심사기준 및 전문성 부재에 대한 지적과 진료비를 둘러싼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자동차손배법령을 정비했다. 개정된 법령에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를 2013년 7월부터 심평원에 위탁하도록 했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해당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심평원이 의료기관의 청구 내용을 바탕으로 진료수가를 심사한 후 그 경과를 의료기관과 보험사에 통보하고, 보험사가 진료비를 지급하는 흐름을 따른다.

하지만 심평원 심사 체제에도 부작용이 나타났다. 심사 주체가 바뀌면서 치료비 등을 지급해야 할 보험사가 과잉 진료에 대한 현장 심사와 지불보증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일부 의료기관은 보험사의 현장 심사 및 관리가 부실한 틈을 타 환자에 대한 과잉 치료 및 처방 행태를 보였고, 사고 피해자 역시 정확한 사고 정보를 의료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과도한 치료를 요구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에 개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했고,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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