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사회안전망 ① 팬데믹 직격탄에 예술계 ‘휘청’

한정적인 소비층, 팬데믹까지 더해지자 예술계 시름 깊어져 창작준비금 지원, 기업·기관 파견해 기회 보장하기도 지난해 예술인 복지 예산 2,030억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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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회입법조사처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이 창작 환경의 실질적 개선에 미치지 못해 일회성 지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일 발간한 ‘예술인 복지사업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그간 행해진 예술인 복지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며 이같이 말했다.

소비 수요가 다소 한정적인 탓에 예술계 종사자 상당수가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입법처는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술인들의 경제적 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하며 예술계의 수요와 욕구에 부합하는 복지 사업을 위해 분야별 세부 기준을 현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동 걸린 예술인 87.4%

2020년 초 국내에 처음 확산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문화예술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극장과 미술관, 박물관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고,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수많은 공연과 전시회 등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을 원인으로 예술 활동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87.4%에 달했다.

예술계 종사자들은 일부 기관이나 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랜서는 여타 고용 형태에 비해 안정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실제로 예술계에서는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시적 고용이 주를 이루며, 이들 대부분 작품 제작 기간을 기준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해 예술인들은 다음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전까지 무기한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 정부는 예술인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2011년 11월 「예술인 복지법」(이하 예술인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 제정 이후 지난해까지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은 17만여 명에 달하며, 이들은 예술인고용보험, 창작준비금, 생활안정자금 등의 각종 지원을 받았다.

문체부는 예술인법의 소관 부처로 예술인 복지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재원 마련, 복지정책 기본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올해 1월 발표된 ‘문화매력국가의 기반, 예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비전으로 한 제1차 예술인 복지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서는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위한 법・제도 개선 △예술 활동 지속을 위한 안정적 삶의 기반 조성 △예술인 권리보장 체계 확립 및 공정 환경 조성 △예술인 역량 강화와 예술의 가치 확산 등 4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세부 사업은 문체부 외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재단)과 고용보험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 관련 기관들이 담당한다.

현금 지원부터 역량강화·기회제공까지 다양한 지원

예술인 복지사업은 크게 △예술활동증명 제도 △창작준비금 지원 △예술인파견 지원 △예술인 역량강화 지원 등으로 나뉜다. 먼저 예술활동증명 제도는 예술을 업(業)으로 활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로, 각종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가장 먼저 완료해야 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서는 분야별 인정기준 등에 부합하는 예술 활동 자료를 제출해 일정 기간의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재단에 설치된 심의위원회는 제출된 서류와 소득 기준 등을 검토해 복지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예술인이 창작 과정에 필요한 준비기간에 경제적인 요인으로 예술 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준비기간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의미하며, ‘창작디딤돌’과 ‘창작씨앗’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원 사업은 창작활동에 필요한 아이디어 발굴과 실험적인 예술작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최대 3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예술로’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는 예술인파견 지원은 예술인과 예술적 역량을 필요로 하는 기업, 기관, 지역을 연결해 다양한 활동기회를 제공하고 예술인의 직업 역량을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기업 기관 및 예술인 간 자율 매칭 후 상호 협의된 협업 주제에 기반해 예술협업활동을 추진하는 협업사업, 사전 기획된 협업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팀(리더 예술인, 참여 예술인 및 기업·기관)의 예술협업 활동을 의미하는 기획사업, 지역사업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광역문화재단이 자율적으로 기업기관 및 예술인을 선정해 협업을 추진하는 지역사업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이 외에도 신진예술인이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자리 잡고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하도록 기본 역량을 강화하는 역량강화 지원을 비롯해 예술인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자긍심을 고취하기 박물관 및 공연장의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예술인패스, 공연예술인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시간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자녀돌봄 지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의 의료비 지원, 서민정책금융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저금리 대출제도, 사회보험 가입 및 보험료 지원 등이 운영 중이다.

문체부 ‘예술산업의 미래 경쟁력 제고’에 박차

문체부의 예술인 복지 사업 예산은 2012년 3억6,000만원에서 2013년에는 13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9년까지 완만하게 증가세를 그려오던 관련 예산은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맞으면서 807억원으로 뛰었다. 이후 2022년에는 2,03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예술생태계 회복을 위한 추경 예산이 반영된 결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복지 혜택을 받은 예술인은 총 7만여 명에 달한다.

올해 문체부는 안정적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창작 안전망 예산에 지난해(777억원)보다 89억원 증액한 866억원을 편성했고, 예비 예술인들의 현장 역량 강화와 기술 융합 지원 사업에 각각 58억원과 21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아울러 중앙-지역, 공연장-공연단체 간 협력을 통해 공연예술계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창작 및 제작, 유통 협력 관련 지원도 2배 가까이 확대했다. 문체부는 이를 통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복지안전망 강화’와 ‘예술산업의 미래 경쟁력 제고’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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