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국세 47조 감소, 연말까지 52조원 덜 걷힐 듯
8월까지 세수 감소액 47조원, 연말까지 52조원 부족할 전망 야당 관계자들 “‘부자 감세’가 원인이다” 조세 재정 전문가 “경기 침체기 일시적 정부 부담 피하기 어려워” 재정 건전성 해치지 않는 차원에서 세수 결손 메울 방법 찾아야
올해 8월까지 걷은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47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기재부는 세수 재추계 결과 발표 당시 올해 연간 국세수입 결손액이 59조1천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국세수입은 241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조6,000억원(-16.5%) 줄었다. 경기 둔화로 기업 실적이 악화된 탓에 법인세가 20조원 이상 감소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올해 남은 기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이 걷힌다고 하더라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52조2,000억원 부족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정부 세수 크게 감소, 내년 예산안 부담도 가중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특히 많이 줄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법인세는 62조3,000억원으로 집계된 상태로, 지난해보다 20조2,000억원(24.5%) 감소한 수치다. 특히 8월 한 달간 중간예납 납부가 줄어든 영향으로 법인세수가 1년 전보다 18조3,000억원 감소했다.
소득세 수입은 77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9,000억원 줄었다. 경기 침체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거래가 감소한 탓에 양도소득세(12조2,000억원)가 지난해보다 12조3,000억원 덜 걷힌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가가치세수는 6조4,000억원 감소한 5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입 감소, 코로나19 세정 지원 기저효과 등의 영향이라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자산시장이 둔화하면서 증권거래세(4조2,000억원)와 종합부동산세(1조7,000억원)도 각각 5,000억원, 3,000억원 감소했다. 상속·증여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0억원 빠진 10조2,000억원이 납부됐다. 관세는 수입 감소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2조8,000억원 감소한 4조5,000억원이 걷혔다.
정부는 2021~2022년 세정 지원에 따른 지난해 세수 증가(10조2,000억원) 등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실질적 세수 감소는 37조4,000억원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이 60.3%로 집계된 만큼, 지난해 8월 진도율(73.1%), 최근 5년 평균 진도율(72.1%) 대비 모두 10%포인트 이상 밑도는 수치인 탓에 연말까지 추가적인 세수 감소도 예측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평가다.
내년 예산안 657조 편성, 역대 최저 증가율로 허리띠 졸라매야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정부 예산을 657조로 편성한 바 있다. 올해 ‘세수 펑크’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자칫 예산을 확대할 경우 미래 세대가 떠안을 부담이 더 커진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다수의 정부 인사들은 재정 건전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연이어 내놓기도 했다.
내년도 예산안 증가폭은 불과 2.8%로 재정통계가 기록된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증액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세수 감소가 최대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리한 예산 증액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기채 발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정부가 채무 한도를 증액하자마자 장기채 금리가 폭등하며 고금리 시장 장기화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게 된 사례를 들며,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영역을 더 넓힐 경우 자칫 시장 영역이 줄어들어 경기 침체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가 건전재정을 계속 강조해 왔으나 세수 부족이 잇따르면서 어쩔 수 없이 장기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만 8월까지 113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13년 내 최대치다. 건전재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세수 감소 탓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자 감세’ 그만해야 한다는 지적도
지난 5월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의 1년 평가에서 ‘부자 감세’가 결국 국세 수입 감소, 재정절벽, 복지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으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감세안이 투자를 촉진하기보다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효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였다.
지난 6월에는 적자 기업에도 현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K-칩스법II(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졌다. 이미 반도체 특별법 덕분에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경우 최대 15%의 세액공제가 가능한 상황에 국가전략산업이 아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까지 세금혜택이 확대되는 법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세액공제율을 8%에서 25%로 끌어올리면서 기간 산업 투자를 유도하는 안은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조세재정 관련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건전재정을 이유로 가계 및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정책은 자칫 경제 시스템의 회복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대외 경제 여건이 회복될 때까지 정부가 부담을 지는 정책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