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사회안전망 ② 국내 예술인 복지사업의 현주소

예술인 고용·산재보험 가입률 30% 미만 창작지원금 대상자 선정, 공정성 의심받기도 급증하는 복지 사업 규모에도 인력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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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고 비용 등 각종 현실적인 이유로 가입률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일 ‘예술인 복지사업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예술인 복지사업의 현황을 짚어보며 이같이 말했다.

입법처는 올해 4월부터 6월 말까지 분야별 예술인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예술인재단) 및 지역문화재단의 예술인복지사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이를 토대로 예술인 복지사업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재원 낭비 최소화는 높이 평가, 복지 사각지대는?

현재 우리나라에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은 9월 기준 171,207명이다. 해당 제도 도입 후 꾸준히 증가해 온 예술활동증명 예술인은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만 명씩 늘어났다. 정부 지원 예술인 대상 긴급 생활지원금 신청 자격에 ‘예술활동증명 완료자’ 조항이 제시되면서다. 장르별로는 음악 분야 예술활동증명 완료자가 46,27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미술 분야(36,521명), 연극 분야(19,456명) 등 순을 보였다.

예술활동증명 제도는 예술인 복지사업에 대한 수혜 자격 요건을 명확히 제시하는 등 공공재원의 낭비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또 국토교통부 행복주택 신청을 비롯해 예술인 자녀의 어린이집 입소에 필요한 재직증명서를 대체하는 등 여타 부처 및 기관의 사업 선정 기준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과거 4~6주 소요되던 심의 과정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15주 이상 지연되는 등 현장의 불편함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예술활동증명 제도 신청자는 약 7,800명으로 이들은 민원 처리를 위해 평균 16.3주를 기다려야 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기존 115명이던 심의 인력을 160명으로 확대하고 광역문화재단 등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1차 행정심의를 위탁하는 등 해소에 힘썼고, 최근에는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을 추진 중이다.

실제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 활동의 증명이 어려운 경우에는 예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한계로 지적된다. 또한 ‘예술 관련 교육 및 훈련을 받았거나 받는 사람으로서 창작물의 발표 또는 실연 활동의 기회를 찾는 사람’은 예술인의 범위에서 제외해 학생이나 예비 예술인 등 어쩌면 가장 취약한 지위에 있는 이들을 더욱 사각지대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술인도 산재가 된다고?”

문체부의 2021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 94.0%, 공적연금 58.9%, 산재보험 28.5%, 고용보험 27.6%이다. 2020년 12월 시행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는 ‘근로자가 아닌 예술인 가운데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고용보험에 가입된 예술인’에게 이직일 이전 24개월 동안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 등에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5월 기준 예술인 구직급여 수급 인원은 불과 1.5%에 그쳤다. 프리랜서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인 예술 활동 특성상 9개월 이상 보험료 납부 등 구직급여 지급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아예 미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지원해 주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예술인재단의 사업으로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인 중 표준 계약서를 사용해 예술 활동 계약을 체결하거나 표준계약 교육을 이수한 예술인이다. 조건에 부합하는 예술인에게는 해당 기간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의 30∼50%를 지원하고, 프리랜서 예술인이 예술인재단의 표준계약 교육을 이수하면 보험료의 50%를(최대 3개월) 지원한다.

현재 예술인들의 각종 사회보험 가입률은 여타 직업군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을 보인다. 적지 않은 예술인이 당장의 임금이 높은 것을 선호해 보험료를 아끼는 방안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세한 극단이나 제작사의 경우 고용보험료를 비롯한 각종 행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정보 부족도 제도가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들은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등의 실익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산재보험의 경우 예술인들도 가입 대상이라는 사실마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고용보험 제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와 직종 및 활동을 포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실태조사와 정보 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정은혜 발달장애 캐리커처 작가가 예술인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창작디딤돌)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예술인복지재단

만족도 높은 창작준비금, 자격 갖춰도 지원 못 받기도

예술인 복지정책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업은 창작준비금 지원이다. 예술인이 경제적인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된 해당 제도는 지난해 기준 ‘창작디딤돌’로 17,998명의 일반 예술인에게 1인당 300만 원을 지원하고, ‘창작씨앗’을 통해서는 3,000명의 신진 예술인에게 1인당 200만원을 지원했다.

창작준비금 지원은 그동안 성과물 중심의 공모사업에서 예술 활동의 원천인 ‘창작 과정’을 지원한다는 데서 의미를 가진다.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곧 예술 생태계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을 통해 창작준비금을 지원받은 예술인들은 팬데믹을 이유로 각종 공연, 전시 등이 취소되며 예술가의 생존권조차 위협받았던 시기에 해당 제도가 예술 활동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데 한몫을 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다만 소득을 주된 선정 기준으로 적용하다 보니 다른 요인들은 반영하지 못해 정부가 제시하는 자격을 모두 갖추고도 지원받지 못하는 예술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현장에서는 심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입법처는 더 많은 예술인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문체부의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을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복지사업 최전선 예술인 재단, 인력 부족에 시름

입법처는 예술인들의 권리 보호와 복지 지원 사업의 최전선에 있는 예술인재단의 운영 현황과 한계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봤다. 2012년 11월 설립된 예술인재단은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각종 지원 사업을 수행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관련 사업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사업 범위와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예술인재단의 예산 및 사업 규모는 2020년 102% 증가(전년 대비)했고, 2021년에는 35.9%, 2022년에는 85.1%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이처럼 커지는 사업 규모에 비해 정규 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사업 수행과 신속한 행정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예술인재단의 인력은 2020년 전년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2021년에는 7.7% 증가, 2022년에는 2.3% 증가에 불과했다. 인력 증원이 사업 확대 규모를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입법처는 단순 업무 과중은 물론 복지사업의 특성상 민원성 업무로 감정노동이 심해 높은 퇴사율을 보이는 만큼 계약직원을 채용하는 등 단기적 대안은 업무 안정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중장기적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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