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제도 개선 나선 정부, 산정 근거 공개도 확대했지만 “여전히 납득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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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제도 투명성 제고 나선 정부, 검증센터 설치 등 개선 방안 발표
물적·인적자원 투입 대폭 확대, 국민 불신 잠재울 수 있을까
불안 요소 여전한 공시제도, "적정가격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듯"
사진=Adobe Stock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산정 주체와 이의 신청 검토 주체를 각각 부동산원·감정평가사와 지자체로 이원화해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다만 공시가 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적정가격 등의 공개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시가 ‘깜깜이’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부 “공시제도 개선, 신뢰성·정확성 한 번에 잡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개최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6일 전했다. 공시가격은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산정 근거 미공개, 외부 검증 미흡 등 각종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현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투명성 제고를 국정과제에 반영했고, 이후 전문가와의 논의 끝에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이번 공시제도 개선을 통해 ‘신뢰성’과 ‘정확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우선 물적·인적자원 투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원의 전사적 대응을 통해 공동주택 공시업무 집중수행기간(12월~다음 해 2월) 동안 인당 업무량 30% 경감을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엔 본사 인원의 30%(190명)를 즉시 투입하고 내년부터 인력 재배치 등 운영 효율화를 통해 추가 충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조사 업무의 경우 본사로 이관하고, 공부간특성비교 등 단순 업무는 자회사로 이관하는 등 업무 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공시가격 산정자료는 더 보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직접 주택의 물리적 특성의 변화를 수시로 갱신하는 과세대장을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자체가 전수조사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부동산의 현황과 공부를 일치시킬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통한 상시검증제도도 도입한다. 시·도별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공시가격 산정 전반을 지자체가 상시 검증하도록 하겠단 것이다. 지자체가 공시가격 산정 과정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외부 검증 강화를 통한 공시가격의 정확성·신뢰성 제고가 가능하고, 공시가격 산정 주체(부동산원, 감평사)는 지자체로부터 부동산의 특성 정보 등을 획득할 수 있어 지역 실정을 반영한 공시가격 산정이 가능하게 된다. 지자체 차원의 공시가격 검토 기능은 확대한다. 국가가 산정하는 공동·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지자체의 검토 기능을 확대해 공시가격의 객관성·신뢰성을 높이겠단 방침이다.

층,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대해 단계적인 등급체계를 마련해 정보공개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국토부는 “국민의 관심도가 높고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층·향별 등급은 우선 공개할 예정”이라며 “조망, 소음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따로 마련해 층별 등급과 유사하게 대외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소유자 대상 정보 공개 확대 방침도 마련했다. 부동산 소유자가 직접 이의 신청한 경우 비교표준부동산, 비준율, 시세 관련 정보 등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표준부동산 및 공동주택에 대한 객관적인 공시가격 산정 근거 제공 ▲개별부동산에 대한 비교표준부동산 및 비준율 제공 ▲공시가격 실명제 확대 등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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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공시가 산정, ‘형평성 논란’도 이어져

공시지가 산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2019년엔 서울 주요 구의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에 비해 최대 7%p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나 불신론이 급격히 확대되기도 했다. 2019년 기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용산구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35.4%,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27.75%를 기록했다. 개별주택 상승률이 표준주택 상승률보다 7.65%p 낮게 나타난 것이다. 표준주택 상승률(35.01%)이 전체 2위인 강남구의 개별주택 상승률은 28.9%로 표준주택보다 6.11%p 낮았다.

표준주택과 바로 인근 개별주택 간 상승률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지는 곳도 나타났다. 한남동의 한 개별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9,100만원에서 올해 6억4,800만원으로 32%가량 상승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6억7,800만원에서 올해 10억800만원으로 59.3% 급등했다. 앞서 지난 2018년 공시지가 산정과 관련해 비판이 거세지자 당시 정부는 부랴부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기 위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실상 지자체가 민원 등을 의식해 그보다 낮은 상승률을 적용했고, 그 결과 바로 옆에 있는 주택인데도 개별과 표준 단독주택 여부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률이 크게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투명성 논란에 더해 ‘형평성 논란’까지 함께 안고 가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적정가격 공개 않으면 깜깜이 논란 여전할 것”

공시가격이 오르고 나면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정부 입장에선 비싼 집과 땅을 가진 만큼 형평성에 맞게 세금도 더 내라는 취지로 시세와 동떨어져 있던 공시가격을 조금 현실화한 것이지만, 막상 공시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에 정부는 산정 자료 공개 확대 등을 통해 ‘깜깜이’ 같던 공시제도를 뜯어고쳤으나,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바로 ‘적정가격’이다. 정부가 공시가를 산정할 때는 언제나 적정가격이 명시된다. 적정가격의 법적 의미는 ‘통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때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인정되는 가격’인데, 중요한 건 이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거래가 반영률이 같은 아파트에서도 층이나 호수별로 공시가가 다른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부는 여전히 해당 집의 가격을 얼마로 정하고 공시가를 매겼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시가의 실질적인 기준이 되는 적정가격이 얼마인지 국민들이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공시지가 산정에 대해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적정가격을 공개하지 않으면 깜깜이 논란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선 정부가 공시가격의 핵심이 되는 적정가격과 개발 주택의 현실화율을 공개하고 나서야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굳건하다. 적정가격 등을 공개할 경우 민원이 급증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깜깜이 공시가 논란은 제도 개선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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