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도, 지방 소멸도 ‘돈’으로 막는다? 지방의 눈물겨운 ‘생존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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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홍도분교' 폐교 막기 위해 주거·일자리 지원 방안 발표
전국 각지 '소멸 위기' 지역, 거주 지원 및 취업·출산지원금으로 정주인구 모아
일각서는 '혈세 낭비 경쟁'이라는 지적도, 주목해야 할 것은 '생활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역이 파격적인 ‘인구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은 홍도지역 주민들과 협의, 홍도분교에 입학 또는 전학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숙소는 물론 일자리까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949년 개교해 74년간 섬마을을 지켜온 홍도분교는 내년에 신입생이 없어 폐교 직전인 상태다.

신안군 외에도 수많은 농어촌 지역이 ‘정주인구 확보’를 위해 현금성 지원을 쏟아내는 추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자체 사이 ‘현금 경쟁’이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지역 간 이동이 잦은 현대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자체 역시 정주인구가 아닌 생활인구 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추세다.

‘소멸 막아라’, 전라남도의 파격 지원

신안군은 홍도분교 입학·전학생 가구에 방 2개 이상의 숙소를 제공하고, 부모에게는 매월 320만원 상당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동 1인당 연간 40만원의 햇빛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오는 2024년부터는 80만원을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서라도 최소한의 교육 기반을 지키겠다는 신안군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거주 및 일자리 문제 해결’을 앞세운 신안군의 파격적인 지원책은 효과가 있었다. 31일 신안군에 따르면 전학가구 지원책을 발표한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간 전국에서 약 80세대 이상의 전화 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따라 신안군은 우선 시범적으로 홍도분교 입학과 전학 가구 4세대를 모집할 방침이다. 선발 우선 기준은 초등학생·저학년 학생이 많은 가구다.

신안군은 우선 차후 정착할 입학·전학 가구를 위해 정주 여건이 양호한 주택 4채를 마련한다. 주택 정비가 완료되면 선발 예정 가구의 3배수인 총 12가구를 홍도로 초빙, 학교와 주거 시설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주민들과 대화 자리도 마련한다. 각 가구의 현지 적응 여부를 점검해 지원 대상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전라남도는 이미 지난 9월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을 발표,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문제 대응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전남형 만원주택’은 신혼부부를 위한 전용면적 84㎡(32평형) 이하의 주택, 청년을 위한 전용면적 60㎡(17평형) 이하의 주택 등을 마련해 최장 10년간 보증금 없이 월 1만원에 제공하는 정책이다. 차후 2035년까지 인구소멸 지역으로 분류된 기초 지자체에 1년 100~200가구에 달하는 만원주택을 신설해 나갈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 “지원금 뿌려서라도 인구 확보해야”

전라남도 외에도 수많은 지방 도시가 파격적인 ‘인구 감소 방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극점 현상, 저출산 현상 등이 심화하며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원이 개발한 ‘지방 소멸 위험 지수’를 통해 위기 지역을 선별한 결과, 2022년 3월 기준 위험 지수가 0.5 미만인 ‘소멸 위험 지역’은 113곳에 달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약 절반 수준이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들은 줄줄이 ‘금전적 지원’을 미끼로 내걸었다. 충청남도 청양군은 만 25세와 35세가 되는 청년에게 연간 6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관내 소재 사업장의 면접에 응시한 후 3개월 이상 근속한 만 18세 이상 45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는 △면접 수당 30만원 △3개월 초과 재직 시 성공수당 100만원 △초과 재직 시 근속 수당 최대 120만원 등 총 250만원의 취업수당을 지급한다. 군내 거주 부부 대상으로 △첫째 아이 출산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2,000만원 △다섯째 이상은 3,000만원 등 출산장려금도 지원한다.

충청북도 괴산군은 폐교 위기에 놓인 ‘백봉초등학교’의 전·입학 가정을 위한 ‘행복나눔 제비둥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실시했다. 백봉초등학교에 전학·입학하는 가정은 면적에 따라 각각 월 5만원(59.4㎡(18평)), 9만원(69.3㎡(21평))에 거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증금은 없으며, 일단 입주하면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공공주택 사업을 통해 괴산군은 지난해 총 84가구(285명)의 정주인구를 확보했다.

‘정주인구 확보 경쟁’은 세금 낭비? 이제 ‘생활인구’ 찾아야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무조건적인 ‘현금성 거주 지원’이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억지로 정주인구를 늘릴 것이 아니라, 지역 간 이동성이 커진 현 상황에 맞춰 지방 지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근거해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생활인구란 통근·통학·관광·업무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을 뜻한다.

생활인구에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자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외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등록을 하거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외국인 등이 포함된다. 기존 주소지 기준의 주민등록 인구보다 한층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 주민등록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과도한 ‘세금 쏟기 경쟁’을 막는 효과가 있다.

각 지자체는 생활인구 유치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며 위기를 맞이한 부산시는 워케이션(work+vacation, 휴양지에서 근무와 여가를 병행하는 행위) 수요를 흡수하며 체류 인원을 늘려가는 추세다. 올해 5월 부산시는 동구 아스티 호텔에 워케이션 인구를 위한 공유 사무실 ‘부산워케이션 거점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부산에서 5일 이상 머무르며 워케이션을 할 경우 1인당 5만원 상당의 체류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거주인구보다 관광 체류인구가 월등히 많은 전북의 경우, 관광객의 유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북사랑도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을 제외한 타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나, 전북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출향도민·지역연고자 등이 ‘전북사랑도민’에 포함된다. 생활인구 개념을 포괄한 제도인 셈이다. 전북사랑도민은 도 및 14개 시·군 공공시설에 대한 이용료 감면, 도정 소식지 제공, 투어패스 1일권 지급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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