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못 받으니 ‘발전기금’이라도 내라? 국내 OTT 업계 ‘긴장’
국감서 의지 표명한 이동관 위원장 공룡 넷플·디즈니 겨냥했지만, 외려 토종 OTT에 더 타격 세계적인 OTT 때리기 추세, 한국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발전기금 출연금을 OTT 사업자로부터 징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OTT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방송발전기금 분담 대상 확대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방송발전기금에 대한 이해
방송발전기금은 공익·공공성 보장과 진흥을 목적으로 방통위에서 조율 및 관리한다.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 채널, 유료 방송사 등 전통적인 방송 사업자는 이미 이 기금에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OTT는 방송사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간주된다. 기금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존 통신 사업자와 방송사의 기금 출연에 해외 OTT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같은 거대 OTT가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 공적 기금에 기여하지 않고 막대한 수익을 얻는 ‘무임승차’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 분야가 디지털로 전환되고 대다수 콘텐츠들이 OTT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면서 OTT가 방송 발전 기금에방송발전기금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형평성 고려해야”
지난 8월 취임한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OTT 사업자로부터 출연금을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외 거대 OTT 사업자에게 국제 기준에 맞춰 재정적 책임을 부여하겠다며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형평성 차원에서 OTT 해외 거대 사업자도 (분담금을 낼 수 있도록) 국제표준에 맞춰 진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이 현실화하면 티빙이나 웨이브와 같은 토종 OTT는 글로벌 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은 이미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강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만 봐도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76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모회사인 CJ ENM의 발목을 3년째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국내 OTT 플랫폼 관계자는 “방송은 외국인 지분 한도 제한 등 제도적 울타리로 보호받으며 성장해 왔지만, OTT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시작해 해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며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OTT 과세는 세계적 흐름
OTT에 방송발전기금과 같은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포착된다. 최근 캐나다는 온라인 스트리밍법을 제정해 외국 OTT 기업이 현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의무화하도록 명시했으며, 프랑스와 독일도 OTT 기업 수익의 일부를 비디오 지원기금 명목으로 징수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변화는 OTT가 미디어 생태계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인식되고 있고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편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 SKT와의 ‘망 사용료’ 분쟁은 해결했지만, 유럽에서는 이와 비슷한 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앞서 유럽의 20개 통신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의회에 구글과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이 네트워크 인프라에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정한 네트워크 사용료’를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렇듯 지역 산업 발전과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OTT의 재정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가 OTT를 기존 방송 사업자와 유사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OTT를 규제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새로운 시대의 거대 미디어를 방송 영역의 기존 금융 및 규제에 통합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