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 재편의 중심, 게임 ① ‘굴뚝 없는’ 발전 이룬 K-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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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 산업, 연간 매출 20조원 돌파
'게임 강국' 韓, 세계 게임 행사서도 성과 '속속'
다만 한계점 드러나는 게임 산업, "정부 지원 필요한 시점"
방탄소년단(BTS)/사진=HYBE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이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세계 4대 게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특히 해외에도 10조원 규모의 K-게임이 전파되며 게임 산업은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K-게임이 거둔 수출 성과는 방탄소년단(BTS)의 14배, <미나리>의 219배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선 게임 산업을 국내 주력 산업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내 게임 산업계의 몸집이 불어남에 따라 한계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수출액 ‘급증’, 잘 나가는 ‘K-POP’도 눌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연간 기준 게임 분야 수출액은 94억3,540만 달러(약 12조7,755억원)로 K-POP 수출액 8,855억원과 K-영화 수출액 582억원을 크게 앞질러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수출의 69.5%를 차지했다. BTS가 미국의 저명한 대중음악 차트 빌보드 핫100 1위를 수시로 차지했던 것보다, 하루 9,000만 명이 봤다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보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 게임이 해외에서 더 큰 돈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게임 산업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수혜를 많이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K-게임 수출액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보면 47%나 성장했다. 말 그대로 ‘급성장’을 이룬 셈이다. 사람들이 팬데믹 기간 오랫동안 집에 머물게 되며 게임을 가장 많이 찾은 탓으로 보인다. 이는 일방향 콘텐츠는 음악, 영화, 방송 등에 비해 쌍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은 전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이 빗장을 풀고 우리나라 게임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대가 더욱 커진다. 실제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킹덤> 등은 이미 외자 판호를 발급받고 중국에서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도 지난 4월 12일부터 제한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소프트 런칭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알렸다. 국내 게임 산업이 중국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게임 산업, 韓 주력 산업으로 끌어올려야”

당초 우리 사회에서 게임은 오랫동안 ‘애들이나 하는 것’ 내지 ‘질병’으로 취급돼 왔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정부는 K-게임을 콘텐츠 산업으로서 대우해 주는 한편, 탓하기 쉬운 질병으로 취급하는 등 게임에 대해 여전히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 내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차전지는 지난 2020년 75억 달러(약 10조2,600억원), 가전은 70억 달러(약 9조5,700억원)를 수출했는데, K-게임은 82억 달러(약 11조185억원)으로 주력 산업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이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수출 산업이 변화하면서 이제는 ‘굴뚝’ 없이도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선진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자동차 못잖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에 게임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도 K-게임은 발전을 이어갔다. 올해 6월 넥슨의 산하 개발사 민트로켓이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글로벌 게임 판매 플랫폼에서 출시 당일 판매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열흘 만에 누적 판매 100만 장, 10월엔 200만 장 판매를 기록했다. 세계 5대 게임 시상식 중 하나인 영국 골든조이스틱 어워드에서 ‘올해의 PC 게임’ 등 3개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 10월엔 경기도 내 6개 기업이 ‘2023 도쿄게임쇼’에 참여해 515억원의 수출계약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3 태국게임쇼’에서도 성과를 달성했다. 태국게임쇼엔 PC 분야의 님블뉴런, 버킷플레이, 샌디플로어, 올라프게임즈, 모바일 분야의 이모션웨이브, 파우드래곤컴퍼니 등 총 6개 기업이 참가했는데, 이번 행사에서 이들 기업은 수출계약추진액 총 331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 K-게임이 차지하는 파이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한계 요소 명확한 K-게임, 한계 극복이 ‘분기점’ 될 듯

앞서 언급했듯 게임 산업의 몸집은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게임 산업이 펼치는 경쟁은 ‘국경 없는 전쟁’이다. K-게임의 인기가 해외에서 높아지는 것만큼이나 국내 시장에서 해외 출신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11월 셋째 주 기준 국내 유통 중인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는 중국 텐센트 게임 제작 계열사 레벨인피니트의 <승리의 여신: 니케>다.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무려 네 개가 중국 게임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중 감정이 다소 짙게 드리워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만든 중국 게임은 흥한다. 이는 게임은 재미만 있다면 세계 어디서나 인기를 끌 수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K-게임의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경직된 장르와 모바일 위주로 제한된 플랫폼은 국내 게임 산업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게임의 수익 모델(BM)이 성공을 거두면 후발주자는 모두 그 성공 공식을 아무런 발전 없이 따라 한다는 점도 단점 중 하나다. NC소프트의 ‘리니지라이크’ 장르가 대표적이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기반한 리니지라이크는 게임 본연의 재미보다는 이용자의 과도한 경쟁 심리를 자극, 수익성 확보가 극대화한 기형적인 형태의 게임으로 여겨지며,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리지니라이크류의 게임이 여전히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NC류 BM에 대한 악감정이 높아지면서 NC소프트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긴 하지만, 국내 게임 산업의 깊은 뿌리에 NC류 BM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은 국내 게이머라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일 것이다. K-게임 특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게임 산업계의 고육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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