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어른’은 없어졌지만, 미국에 비해 여전히 빈약한 국내 자립청년 지원프로그램
보호대상아동의 자립, 구멍 난 한국 제도와 달리 탄탄한 미국 제도 美 자립청년 지원프로그램, 연방정부 재정지원과 주 정부 프로그램으로 구성 韓 정부도 자립청년 지원하지만 실효성 있는 지원책은 부족해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는 보호대상아동이 만 18세가 되면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해야 했던 기존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본인의 의사로 만 24세까지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법적으로 미성년자인 만 18세 청소년이 사회에서 홀로 독립하기에 금전적·정서적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복지부에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시행하기 전 법안부터 개정해 혼란을 빚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24일 ‘미국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입법례’라는 제목의 『최신외국입법정보』를 발간하고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의 개선 방향 및 구체적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미국 연방정부는 보호대상아동 중 성인으로의 자립을 준비하는 전환기에 있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 명명하고, ‘1999년 위탁보호 자립법’을 입법화해 ‘체이피 위탁보호 자립프로그램’을 만들어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돕고 있다. 보호대상아동이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격리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보호자가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뜻한다.
연방정부의 체이피 위탁보호 자립 프로그램은 주 정부가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에게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주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만 14세 이상의 보호대상아동에게 직업훈련, 금융이해력 훈련, 운전 교육 등 일상생활 기술훈련 및 흡연 금지 등과 같은 예방적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자립준비청년에게는 금융·주택·취업 등 독립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자립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미국 주 정부의 자립지원, 금융교육에 정서지원까지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대표 자립지원 프로그램으로 ‘전환기 생활 서비스 프로그램(Transitional Living Services Program)’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만 14세부터 만 21세 이하의 보호대상아동 또는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일환인 ‘체험형 생활 기술 훈련’에는 ▲금융이해력 교육프로그램(14세 이상) ▲실생활 훈련(14세 이상) ▲시민참여 교육 등 기타 프로그램(17세 이상) 등이 포함돼 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자립의 길 프로그램(Road-to-Independece Program)’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법상 자립준비청년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일종의 ‘승인된 금융이해력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 자립의 길 프로그램을 이수할 경우 지원금 수령을 위한 자격이 생긴다. 또 플로리다주의 보호대상아동은 만 16세 이상일 경우 법원에 일정 명령을 청구해 계좌 개설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체결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애프터케어 서비스(Aftercare Services)’도 진행한다. 이는 만 18세 이상 만 22세 이하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생활 기술 수업 ▲멘토링과 튜터링 ▲필수품을 위한 임시 금융지원(교통비, 임대 보증금 등) ▲직업 및 경력관리 기술 훈련 ▲정신건강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주마다 민간 협력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텍사스주의 경우 금융기관과 협력해 보호대상아동에게 금융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플로리다주는 자립 전환기에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핵심적인 취업 기술 및 전문기술을 교육시키고자 민간기업에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해 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호대상아동 자립지원 실태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보호대상아동의 경우 기존 만 18세가 아닌 만 24세까지 복지시설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보호 종료 후에는 주거·교육·취업·생활 지원 등과 더불어 자립정착금·자립수당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보호종료아동 셰어하우스나 청소년자립학교 등의 민간협력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보호종료아동이 자립 후 지원 받는 자립수당은 올해 기준 40만원이다. 이는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16만6,887원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대학은커녕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광주에 살던 18세, 19세 보호종료아동 2명이 금전적·정서적 문제로 인해 이틀에 걸쳐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중 50%(1,552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응답했다.
현장에서도 관련된 불만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구에 위치한 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보호대상아동의 보호종료 연령대를 조정하는 일은 필요했겠지만, 현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과 성인을 데리고 사는 건 명백히 다르다”며 “성인이 된 보호대상아동은 시설 규칙을 잘 따르지 않고,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해 시설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가 보호종료 기간만 바꿨을 뿐 이를 뒷받침해 줄 현실적인 후속 조치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보호대상아동의 자립 준비와 자립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 향상을 위해 ▲경제적·정서적·심리적 지원 강화 ▲보호종료 전 단계부터 자립 준비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명문화 ▲민간협력을 통한 인턴십이나 멘토링, 현장 체험학습의 확대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