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줄테니 사업계획 인허가 서둘러”, 정부 제안에도 업계는 ‘시큰둥’
9·26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후속 조치 발표
"어려운 시장 여건이지만,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 나서달라"
수요 심리 위축에 건설사들 '뒷짐만'
앞으로 기존에 보유 중이거나 향후 공급받을 예정인 공공택지에 대한 공급계약 체결 후 10개월 내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업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규 공공택지를 공급받을 때 일정 수준의 혜택(인센티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3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신속한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공공택지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세부 추진 방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추첨에는 우선 참여 기회, 경쟁에는 5% 가점 부여
공공택지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적용 대상은 LH 공동주택용지로 아파트, 연립주택, 주상복합(주거용 부분) 등을 포함한다. 매각을 완료 또는 2026년까지 신규 공급 예정인 공공택지여야 하며, 등록 기준 미달로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받은 업체와 소위 ‘벌 떼 입찰’ 등으로 경찰 수사 중인 업체는 인센티브 대상에서 제외된다.
적용 대상 업체가 공공택지 공급계약 후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인 16개월보다 빠른 10개월 이내에 인허가(주택건설사업계획서 승인서상 승인일 기준)를 완료하면 2024년 하반기부터 오는 2026년까지 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에서 추첨 방식에선 우선공급 참여 기회를, 경쟁 평가 방식에선 가점을 받게 된다. 다만 인센티브를 활용해서 신규 공공택지를 공급받은 다음에는 해당 혜택은 소멸한다.
추첨 방식은 추첨 물량의 20%를 인센티브를 보유한 업체에 우선 공급(1순위 청약 자격에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보유 조건 명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대주택건설형, 이익공유형, 설계공모형 등 경쟁 방식에는 총점의 5%를 가점으로 부여한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최근의 정체된 주택공급 상황을 살펴봤을 때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하며 “어려운 시장 여건에서도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에 나서는 업체에 더 많은 기회가 부여되도록 하겠다”고 제도의 도입 취지를 밝혔다.
단기 리스크 억제에 초점 맞춘 부동산 대책, 근본적 해결 아냐
정부의 발표에 전문가들은 냉각된 부동산 경기에는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는 비판적인 반응을 내놨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 공급 감소 현상은 시장 참여자들의 수요 심리가 얼어붙은 데서 비롯됐는데, 수요 심리 위축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 추가 공급에만 초점을 둔 인센티브는 업체들에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PF 정상화 펀드 확대 방안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건설·리츠 부문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추후 부동산 경기의 유의미한 턴어라운드를 기다리며 부실 사업장들의 단기 리스크를 억제하는 효과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서울 및 일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 미분양 및 공실률 상승 문제가 커지고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매물 쌓인 시장에서 신규 공급은 ‘어불성설’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동산 수요 회복에 먹구름으로 작용한다. 전국에 공급된 수많은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을 소화할 미래세대가 줄어들고 있어 부동산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된 것이다. 통계청 연령별 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20·30대 인구는 745만8,516명, 60·70대 인구는 479만1,661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2023년 8월 각각 715만4,058명과 532만6,489명으로 줄었다. 불과 2년 반 남짓한 기간 20·30대 인구는 30만 명가량 줄어들고, 60·70대 인구는 53만 명가량 늘어난 셈이다.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의 미래 수요층인 20·30세대가 사라지면, 기존 유주택자들이 주거이동을 원하는 경우에도 매물을 받아줄 동력이 사라져 시장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 요소는 ‘수요’의 측면”이라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순리인데, 고령의 다주택자는 늘어나는 동안 청년들은 아예 가정 꾸리기나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악순환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규 공급보다 노후 주택 관리와 재정비를 통한 시장 매물 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 주택총조사에서 2021년 기준 한국 총주택 수는 약 1,881만 가구로 5년 전인 2018년(1,712만 가구)과 비교해 약 9%(169만 가구)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빈집은 139만여 가구에 달했으며, 준공 후 20년이 넘은 주택도 전체의 절반(943만여 가구) 수준을 차지했다.
신규 공급이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후 주택을 관리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20·30세대에서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갑자기 주택을 늘리자고 해도 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짚으며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 사업을 통해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만큼 정비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