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 30대 초반 여성 경제 활동 비율 증가, 결혼 및 출산 포기와 맞물려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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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경제 활동 5년 사이 8.8%p 증가
원인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 포기한 탓이다?
전문가들, 저출산 주원인은 출산 미루고 경제활동 하기 때문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지난 2017년 대비 무려 8.8%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늘어난 것의 주원인이 ‘자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도는 여성의 출생 연도, 색상별 차이는 2017년 기준 조사와 2022년 기준 조사 비교

30대 여성 경제활동참여율 증가, 원인은?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30대 초반(30~34세)인 1988~1992년 출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5.0%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2017년 당시 30대 초반(1983~1987년 출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6.2%였다. KDI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진 주원인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룬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증가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인구 정책 관련 학계의 통상적인 해석이었으나, 이번 조사는 30대 초반 여성이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난 5년 사이 늘어난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중 60%에 해당하는 설명이 ‘유자녀 여성 비중 감소’를 통해서 해석된다는 점이 보고서에서 지적하는 사항이다. 약 40%의 30대 초반 여성이 유자녀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슈퍼맘’이었다는 설명이다.

학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여성들의 생애주기별 경제활동 참가율은 M자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대에 직장 생활을 병행하던 여성이 30대에 들어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했다가 자녀가 성장한 이후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해 은퇴 시기에 다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성의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M자 곡선의 저점 부분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저점에 도달하는 연령은 2017년 36세에서 지난해 38세로 늦춰졌으며 저점은 같은 시기 58.3%에서 2022년 61.2%로 상승했다.

2017년에는 30대 초반 중 자녀가 없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은 81.5%인 반면 자녀가 있을 경우 그 수치가 48.9%였다. 자녀가 있는 경우가 자녀가 없는 경우보다 경제활동참여율이 36.4%포인트나 낮았던 것이다. 반면 지난해 기준 무자녀 30대 초반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이 84.5%, 유자녀인 경우가 54.9%로 그 차이가 28.2%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인구 정책의 초점을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의 사회 활동에 맞춰야

인구학 전문가들은 여성의 출산에도 불구하고 경력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문화가 없으면 결국 저출산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장기간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일시적인 노동공급 해결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재생산 역량을 떨어뜨려 미래 세대의 인력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30대 유자녀 여성 감소가 현시점에서는 노동공급 둔화를 완화하고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와 노동공급 감소를 야기하면서 경제·사회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문제를 소득 문제와 결부 짓는 관점도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0.8% 감소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은 무려 3.9%나 감소했고, 평균소득 금액에 해당하는 계층도 소득 상위 40~60%가 아니라 20~40% 구간에서 나타났다. 가구당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평균소득을 벌 수 있는 가구가 평균 가구가 아니라 상위권 가구인 만큼, 소득 부족이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을 압박하는 사회적 기제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남대학교 경제학과의 김수현 연구원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계별 소득과 소비가 각각 4.4%, 11.1% 감소한 것을 지적하며 소득 급감이 가계의 후생을 변화시켰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경제 활동 참여는 결과일 뿐, 원인은 수도권 인구 집중이라는 주장도

한편 지난 6월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교수)은 직장 및 사회적 책임 관계에서 성차별이 인구 절벽의 주원인이라는 주장에 50대 이상 세대와 젊은 세대 간 남녀 가사 업무 부담 비중이 5배와 2배로 확연하게 격차가 줄었다는 반박을 내놓은 바 있다. 남녀의 가사 업무 비중이 점점 더 남성 쪽으로 옮겨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높지 않은 것은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모두 시달리기 때문이 아니라, 합계출산율 1.0명 미만인 홍콩, 싱가포르 등의 도시국가와 유사한 한국의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또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의 문제를 만혼 문화, 여성의 직장 경력에 대한 인식 개선 등으로 인해 과거 20대 초중반에 직장을 다니다가 20대 후반에 결혼을 선택하던 관점에서 여성 개인이 직장 경력을 중요시하는 관점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같은 관점에서 이번 KDI의 연구 결과도 여성이 의식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늦췄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에 맞춰 여성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자기 계발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30대 초반 여성의 사회 활동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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