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수에 신중한 분위기”, 전국 아파트 매매 ‘상승 거래’ 비중 8개월 만에 꺾여

160X600_GIAI_AIDSNote
전국 아파트 매매 가운데 1% 이상 상승 거래 비중 47.65%
‘급매물 소진,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고금리 지속 이슈’ 등으로 부동산 경기 둔화
부동산 정책 자금 대부분은 달러 빚, 고금리 장기화에 ‘외화 유출’ 등 부작용 심화 우려

8개월 연속 증가하던 전국 아파트 상승 거래 추세가 지난달 처음으로 꺾였다.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에 당분간 거래가 줄고 가격은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각에선 그간 정부가 과도한 부동산 부양책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 자금을 무리하게 가져다 쓴 결과로 최근 고금리 여건 속 이자 부담과 외화 유출 규모가 확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방,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분석 결과 발표

25일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이 지난달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직전보다 1%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된 상승 거래 비중이 47.45%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상승 비중은 지난해 12월 31.81%에서 올해 8월 47.65%까지 8개월 연속 올랐지만, 지난달 처음으로 하락했다.

직방은 동일한 아파트 단지의 동일 평형대 주택의 거래가 반복됐을 때 직전 거래와의 가격차를 비교해 상승 거래량을 조사했다. 직전 거래보다 1% 이상 가격이 오르면 상승 거래로, 1% 이상 가격이 떨어지면 하락 거래로, 가격차가 1% 미만이면 보합으로 분류했다.

서울의 경우 직전보다 1%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이 지난 8월 52.88%에서 51.6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5% 이상 대폭 오른 거래 비중도 26.57%에서 24.96%로 내렸다. 22일 기준 10월 서울의 1% 이상 상승 거래 비중이 45.88%를 기록 중인 가운데, 이 추세가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경우 올해 5월 후 5개월 만에 50%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하락 거래는 늘고 있다. 전국 아파트의 1% 이상 하락 거래 비중은 지난 8월 39.47%에서 지난달 39.65%로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도 지난 8월 30.8%로 저점을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오름세다.

‘전체 거래량 감소’에 따라 상승 거래 증가세도 한풀 꺾여

계속되던 전국 아파트 상승 거래 증가세가 한풀 꺾인 원인은 전체 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3,845건에서 지난달 3,327건으로 518건 감소했다. 아직 신고 기간이 6일 더 남았지만, 그간의 추세로 볼 때 8월 거래량을 상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거래량 감소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소득과 관계없이 고정금리로 대출이 가능했던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젊은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주목받으며 올 초부터 쌓였던 수도권 내 아파트 급매물 소진에 크게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고금리 상황 속 오름세를 멈추지 않는 주담대 금리도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22일 기준 4.330~7.116%로 금리 상단이 7%대로 올라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속 고금리 지속 이슈 등으로 거래 시장에 주춤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동 분쟁으로 고금리 장기화 리스크까지 커진 데다 인기 지역 아파트는 전고점 대비 85~90% 회복해 당분간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최대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달러 빚으로 올린 부동산 경기, 악화 땐 ‘외환 위기’ 우려까지

올해 재현된 부동산 시장 상승세는 그간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에 총력을 기울였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에 더해 고소득층을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제외한 특례보금자리론까지 발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재원 대부분이 달러 빚으로 마련됐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 자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해외 MBS(주택저당증권)를 통해 마련된다. 주금공은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에서 MBS 발행을 통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정책 재원으로 빌려준다. 해외에서 비싸게 돈을 빌려와 이를 다시 낮은 이율로 가계 대출을 해주는 역마진 구조다.

해외 자금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를 지탱하는 구조기 때문에 국내서 아파트 관련 대출을 받은 사람이 이자를 갚으면 그 자금은 국내 은행이 아닌 해외 투자자에게 이자로 지급된다. 즉 외화 유출마저 일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무역수지 적자와 저성장에 빠진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해외 MBS 발행을 통한 부동산 부양책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P 부동산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주금공은 올 1분기에만 미국, 스위스, 호주, 유로 등 4개 통화로 약 3조원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고, 올 하반기에도 약 2조원가량 추가 발행할 예정”이라면서 “이에 따라 앞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달러가 지속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굳어지면서 해외 MBS 발행 조달 금리조차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해외 MBS로 인한 외화 유출이 심화되고, 부동산 가격조차 하락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경우 외환위기와 버금가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