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요금 아끼겠다고 나라 망신, “한국보단 터키가 더 싸”

VPN 이용한 우회 접속 방법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연 각종 플랫폼, 우회 가입 채널로 악용되고 있어 엄연한 약관 위반 사항, 계정 차단된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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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해외 계정을 이용한 우회 접속 꼼수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 계정 우회 접속은 국내 이용자가 가상 사설망(VPN)을 이용해 거주 지역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설정, 해외 계정으로 넷플릭스 등 OTT를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OTT를 이용할 수 있지만, 약관 위반에 해당해 언제든지 차단될 수 있다.

‘우회 구독’이 똑똑한 소비?

구독이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된 세상에서 젊은 세대는 경제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거래로의 전환이 촉발되면서 구독 서비스는 거의 ‘필수재’로 등극했다. 음악 스트리밍, 온라인 강좌, 농산물, 반려견 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독 서비스의 급증에는 불법 콘텐츠 유통이라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통신사 할인 등을 감안해 월 9,928원~14,000원에 판매되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는 경험, 동영상 다운로드, 유튜브 뮤직 이용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3일 네이버 쇼핑 데이터에 따르면 유튜브 프리미엄이 10~30대 남성 사용자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10대와 20대 여성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각각 3위와 2위를 차지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정식 상품을 결제하려면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바로 결제하면 되는데도 굳이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이유는 뭘까.

이는 정식 구매가 아닌 우회 경로를 통해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가족 결합’ 기능을 통해 가족 구성원 간 아이디 공유가 가능한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대행사는 VPN을 활용해 우회 계정을 만들어 국내 사용자를 ‘가짜 외국 가족’으로 묶는다. 이를 이용하면 4~5인 가족 기준 월 2,500원으로 구독료를 낮출 수 있다.

엄연한 편법, 사기당해도 신고 어려워

넷플릭스의 계정 우회에 참여하는 커뮤니티도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터키 계정 가입 방법’ 또는 ‘넷플릭스 해외 계정 우회 가입 및 결제 방법’과 같은 가이드가 클리앙, 보배드림,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유튜브는 국적 변경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식 결제 채널을 우회하는 사용자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취소한다. 일부 사용자는 인도나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를 통해 우회 접속을 시도했다가 계정 차단을 당하기도 했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우회 접속이 엄연히 편법이다보니 사기를 당해도 신고가 쉽지 않다”며 “이런 점을 노려 ‘먹튀’를 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해외 계정의 경우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선결제’가 가능한 탓에 고액의 장기 이용권을 결제한 국내 이용자들은 더 큰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스트림플레이션’

국내 소비자들도 할 말은 있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다음 달 멤버십 가격을 40% 이상 인상할 예정인 데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가격 인하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월 1만5천원 이상을 지불하는 OTT 이용자는 2021년 9.5%에서 전년도 14.9%로 급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후진국에 맞춘 가격을 악용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해외 대학의 교수는 “넷플릭스 구독료가 국가마다 차이를 보이는 건 각 나라별 물가와 수익 구조, 시장 전략 등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선진국들이랑 비슷한 가격인데 후진국 행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글로벌 이미지를 훼손하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약관 위반일 뿐더러 나라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성년자 시청과 관련한 우려도 있다. 대부분의 OTT 업체들이 미성년자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우회 업체들이 사실상 미성년자들의 ‘개구멍’으로 악용되고 있어서다. 성인 인증을 받은 플랫폼을 통해 계정을 공유할 경우 미성년자들이 성인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계정 문제는 OTT 사업자들이 방치하는 것”이라며 “OTT 서비스 업체 자체적으로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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