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짜뉴스로 SNS 건전성 ‘뚝뚝’, “사실상 몰락의 기로 섰다”

가짜뉴스에 칼 빼든 EU, 일론 머스크는 ‘순응’하면서도 ‘반발’ SNS 신뢰도 하락 우려 커져, 언론계 말로 따라가나 가짜뉴스 억제 역량 다한 SNS, 사실상 ‘늪’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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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X(구 트위터)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분쟁에 관한 가짜뉴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머스크는 “가짜뉴스와 관련한 수만 개의 콘텐츠를 삭제했다”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세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기사형 광고’라는 종양을 제거하지 못한 채 늪에 빠져버린 언론의 모습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SNS 플랫폼의 각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X “전쟁 관련 가짜뉴스 삭제, 사전 대처 이어가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AP·AFP 통신에 따르면 린다 야카리노 X CEO는 전날 EU의 티에리 브르통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며칠 동안 X는 수만 개의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해당 콘텐츠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알리는 라벨을 붙였다”고 밝혔다. 이어 “분쟁이 시작된 후 X는 수백 개의 하마스 연계 계정을 플랫폼에서 확인하고 삭제했고, X엔 테러단체나 폭력적인 극단주의 단체가 설 곳이 없다”라며 “사전적인 대처를 통해 해당 계정들을 실시간으로 삭제하고 있는 만큼 문제는 없다”고 역설했다.

앞서 브르통 집행위원은 머스크를 향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 공격 이후 우리는 X가 불법 콘텐츠 및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며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X, 페이스북 등은 DSA상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 및 검색엔진’으로 분류돼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해당 플랫폼들은 유해·불법 콘텐츠 발견 시 신속히 제거하는 한편 신고 창구 등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시정 조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여될 수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이름을 ‘X’로 바꾸면서 콘텐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겠단 방침에 따른 정책이었으나, 사실상 가짜뉴스를 플랫폼 차원에서 홍보하는 꼴이 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실제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가짜뉴스가 페이스북과 틱톡 등 다른 SNS보다 X에서 가장 많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비판이 확산되자 X 측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X 보안팀은 지난 10일 “최근 며칠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관련 게시글이 5,000만 개 이상 올라오고 있다”며 “X 경영진은 최고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고 알렸다. “이용자의 알 권리와 민감한 콘텐츠를 보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주말 자사의 공익 정책을 업데이트했다”고 전하며 가짜뉴스 축출에 힘을 다할 것임을 거듭 표명하기도 했다.

건전성 위기에 ‘급 유턴’한 X,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던 머스크와 X가 EU의 지적에 급 유턴을 단행한 건 플랫폼 신뢰도와 관련이 깊다. 플랫폼 신뢰도의 수직하락은 광고 수주의 불안정성 증대, 즉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일각에서 “X 내 극단주의 콘텐츠 신고가 급증하고 머스크가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애플의 팀 쿡 CEO는 X에 대한 광고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쿡은 “머스크가 반유대주의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애플이 X에 광고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반유대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고 단호한 어조를 유지했다.

이번 이·팔 전쟁을 기점으로 분출된 비판 여론 또한 X의 중요 고객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 머스크와 X가 이례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여타 SNS 플랫폼들도 일제히 백기를 들고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머스크는 브르통 집행위원의 공개서한에 발끈하며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다소 비이성적인 대처를 이어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10일 댓글을 통해 “X의 정책은 모든 것의 출처가 공개돼 있고 투명하다. 이는 EU도 지지하는 접근 방식”이라며 “우리가 뭘 위반했단 건지 대중들이 볼 수 있도록 나열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형 광고’ 종양 못 뗀 언론계, SNS의 앞날은?

머스크의 이 같은 돌발행동에 업계는 불안한 기색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플랫폼 건전성 및 이미지가 무너질 경우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SNS 플랫폼 차원에서 가짜뉴스에 칼을 빼 들었음에도 가짜뉴스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최근 이·팔 전쟁 관련 게시글·영상 등은 하루 평균 수천만 건을 가뿐히 넘어설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플랫폼사들도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사 차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는 게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이대로 가다간 SNS 플랫폼 전반의 몰락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일각에서 나오는 모양새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매체의 말로는 우리나라 언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지난 3월 “2022년 한 해 동안 종이신문 68종과 잡지 54종 등 오프라인 매체 122종을 대상으로 심의한 결과 불법적 기사형 광고 1만1,187건을 적발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재단이 지난해 12월 31일 발행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뉴스 이용률에서 종이신문은 9.7%, 잡지는 0.7%에 불과하고 인터넷이 77.2%였다. 뉴스 이용률이 미미한 오프라인에서만 연간 1만여 건이 적발됐으니 온라인에서의 불법적 기사형 광고 규모는 예측 불가 수준임이 짐작된다.

시장경제 아래 정화되지 못한 ‘기사형 광고’는 종양이 됐고, 결국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지수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그나마 SNS 인플루언서들은 일명 ‘뒷광고’에 제재를 받지만, 언론계는 기사형 광고 집행에 있어 사실상 무제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기사형 광고의 ‘광고 표시’ 의무화에 대한 국민 의견이 ‘동의’에 매우 치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2009년 당시 신문법에서 구분 편집 의무 과태료가 삭제될 때 관심밖에 밀려나 방치됐던 잡지법에 1천만원 이하 과태료 규정이 남아 있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실제 부과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우리나라 언론의 현주소다. SNS 플랫폼이 두려워해야 할 지점은 여기에 있다. 무차별적인 광고 기사로 타락해 결국 건전성을 지키지 못한 언론계처럼, SNS 플랫폼 또한 가짜뉴스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모든 걸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NS 플랫폼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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