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 추세에서 한국은 예외적인 국가, 저성장 우려 커”

한은 총재 “고금리 장기화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새로운 정책 기조”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8명,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17.1% 저출산·고령화는 예견된 미래, 향후 ‘경제성장률’ 현저히 낮아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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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인구문제를 거론하며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 추세에서 우리나라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구구조 변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인구구조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으로 고령화 속도도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CNBC 인터뷰서 한국 ‘인구문제’ 언급한 이 총재

이 총재는 11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합동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에 머물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한 미국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정책 기조(regime)가 되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의 인구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저출산 문제와 인구구조 고령화 등의 압력이 있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한국은 특수한 인구구조로 인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부적으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가능성 우려까지 있는 상황을 지적한 셈이다.

한편 이 총재는 국내 물가상승률이 내년 말쯤엔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말까지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경제 성장률이 중국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며 “한국처럼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에선 유가가 어떤 요인으로 오르든 공급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에 관해서도 기존과 유사한 전망을 고수했다. 그는 “IMF가 올해 1.4%, 내년 2.2%를 예상했는데 한은의 전망과 비슷하다”며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봤느냐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현주소

실제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인구구조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전체 인구의 17.0%인 901.8만 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다. 이 비중이 계속 증가할 경우 2025년에는 20%대에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도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빠른 편이다. 앞선 통계에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7%에서 14%에 도달하는 기간과 다시 14%에서 20%에 도달하는 기간은 각각 18년과 7년으로, 이는 미국, 일본 캐나다 등 OECD 11개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다.

출산율마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그친다. 2012년 1.3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4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15~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가 2010년 72.9%에서 2050년 2,424만 명까지 급락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어 골딘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9일(현지 시간) 오전 보스턴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초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경제가 너무나 빨리 발전하면 전통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직장 내 젠더 차이로 출산을 택하지 않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54년 이후 국내 경제성장률 추이/출처=지표누리

경제 성장 가로막을 ‘인구구조 변화’, 해법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6%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과 기저효과가 반영된 2021년 수치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3.2% 수준에 머물고 있다. 7%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1998년 외환위기 이전까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통상 경제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 경제성장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나, 신흥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낮다는 점이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주요국의 평균 성장률은 미국 1.9%, 일본 0.6%, 중국이 8.4%를 기록 중이다. 중국의 경우 때늦은 리오프닝으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보다 높은 6%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이 총재의 지적처럼 저출산·고령화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질 거란 전망이 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고령층은 점점 증가하는 반면, 일할 사람은 계속해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지난 7월까지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5회 연속(2.1→2.0→1.7→1.5→1.4%) 낮춘 반면, 올해 세계 경제는 3.0%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저출산·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미래지만, 저성장 장기화는 우리 사회가 극복할 수 있는 과제라고 말한다. 국내 J 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젊은 세대가 정상적인 취업, 결혼, 출산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최우선 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정부가 청년실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안정적인 소득 확보와 증대를 통해 미래 설계가 가능하도록 이끌고, 주거비용 하락을 통한 결혼 비용 감소 등을 유도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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