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대신 태양광에 1,500억원 혈세 투입한 한수원, ‘文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공백 메우려 과도한 예산 집행
한수원, 54개 ‘태양광 설비 설치·수리 비용’으로 1,579억원 예산 집행 한국전력 내부에서도 전 정권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 쏟아져 탈원전 정책 부작용으로 ‘매년 10조씩’ 손해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한국수력원자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수리 등에 2017년부터 지금까지 1,579억원을 투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누적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은 한국전력도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난 5년간 추가 전력 구매 비용으로 26조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원전 정상화’를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으로 당초 예상보다 원전 정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병욱 국힘 의원, 국정감사서 문제 제기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54개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수리하는 등 직·간접비를 포함해 1,579억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비용으로 1,015억원, 설치된 태양광 시설 수리 비용으로 55.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수원이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수리에 쏟았던 비용은 2019년부터 급격히 늘었다. 구체적으로 2017년과 2018년 해당 비용이 각각 82억원, 41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2019년에 339억원으로 훌쩍 높아진 비용이 2020년에는 427억원까지 늘어났다. 이후 2021년에는 소폭 감소한 304억원, 2022년 124억원, 올해 9월까지는 262억원을 지출했다.
2019년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 비용이 급증한 배경을 두고 문 정부 당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이 상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정부는 의무 공급의 법정 상한 비율을 기존 10%에서 25%로 대폭 상향한 바 있다. RPS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한 제도로, 총 30GW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국내 최대 발전사인 한수원은 RPS 대상에 해당한다.
아울러 한수원은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자 2020년부터 올해 10월 초까지 총 13회에 거쳐 원전 출력감소운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출력을 낮추고 원전 대비 비싼 태양광 생산 전기를 우선 매입했던 셈이다. 김 의원은 “원자력·수력으로 발전하는 회사가 정작 태양광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쏟고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섣부른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공백과 경제적 손실을 국민이 떠안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사장 “한전 손실 직접적인 원인은 文 정부 탈원전 정책”
한전 내부에서도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0조원대 빚을 떠안고 있는 한전 손실 원인으로 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을 지적했다. 현재 한전의 올해 상반기 누적적자는 47조원, 누적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김 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과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있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발전 비용이 저렴한 원전 비중을 축소하고 값비싼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전원별 구성 비율 가운데 원전 비중은 2016년 30%에서 2021년 27.4%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8%에서 7.5%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한전의 추가 손실은 지난 3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구매비 상승 분석’의 결과와도 맥락을 함께 한다. 입법처에 따르면 한전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력 구매에 들어간 누적 추가비용이 25조8,088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도 ‘탈원전 비용 추정 결과’ 보고서를 통해 지난 5년간 탈원전 비용으로 22조9,000억원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파급효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예상되는 발생비용이 2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원전 정상화’ 추진 중인 윤 정부, 난관에 봉착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원전 정상화와 함께 ‘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언하면서 지난 2018년 기준 65%까지 추락했던 원전 가동률을 81%대까지 끌어올리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을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난 정권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으로 당초 예상보다 원전 정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 정부 시절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않았던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하기 위해 윤 정부 들어 뒤늦게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운영 허가기간 만료시점인 지난 4월 8일 이후 아직까지 원안위로부터 계속운전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원전을 제때 가동하지 못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대체 비용이 연간 약 1조1,1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도 향후 7년 이내에 운영허가기간이 만료되는 10기의 원전(고리 2·3·4호기, 월성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모두 만약 제때 계속운전 승인을 받지 못하고 운영이 중단돼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10년간 약 107조6,000억원 이상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러야 할 판국이다. 10기 원전 모두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전력 판매량은 5,764만155MWh, 평균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52.5원에 달했다.
윤 정부가 원전 정상화에 나서는 이유는 러-우 전쟁 등으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면서 계속운전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 세계 가동원전 439기 가운데 53%에 대항하는 233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177기(40%)는 계속운전 중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가동원전 92기의 91%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52기는 이미 40년 이상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