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에 물가 오름세 지속, 회의론 불거지는 경기 ‘상저하고’ 전망

160X600_GIAI_AIDSNote
尹 ‘물가안정’ 만전 지시 하루 만에 정부 부처 장차관들 모여 대책 논의
국제유가 급등 및 환율 상승 영향으로 ‘수입물가지수’는 3개월 연속 오름세 	
이마저도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 반영되지 못한 수치,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정황근 장관으로부터 국내 물가현황 및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요 핵심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2차 고물가 파동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물론 배추 등 먹거리 물가마저 평년보다 급등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계획에 없던 장차관급 대책 회의를 열고 물가안정을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물가 지표 반등이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세를 반영하지 않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 지속을 막고 경기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상황이다.

추 부총리 주재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 열려

17일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 장차관들은 추경호 부총리 주재로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재차 상승 압박을 받는 물가 동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물가안정에 모든 부처가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열렸다.

추 부총리는 이날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기상 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업계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주시고 각 부처도 실효성 있는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안정을 위해 우선 이번 주부터 2주간 배추 2,200톤과 이달 말부터 천일염 1천 톤을 50% 할인한 금액에 공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망고·분유·고등어 등의 수입 관세를 인하하고, 배추·대파·사과 등 12개 농산물도 오는 19일부터 최대 30% 할인 판매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참석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 관계자와 만나 “최근 유가 상승 부담이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석유 가격정책을 시행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8월 저점 이후 오름세 지속

정부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는 최근 물가 지표에 재차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결과로 전월(3.4%)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지난 8월 저점(2.3%)을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반등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입물가지수 역시 전월보다 2.9% 상승했다. 이에 더해 최근 국제유가 급등 및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입물가지수도 7월(0.2%)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이마저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세가 제대로 반영되기 이전에 집계된 수치다.

지난달 수입물가 등락률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우려대로 원자재가 전월 대비 5.7% 오르며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아울러 원유(8.8%), 유연탄(6.1%), 철광석(15.6%) 등 가중치가 높은 품목들의 상승 폭도 높았으며,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전월 대비 0.7%씩 상승했다.

원자재 품목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배경에는는 환율 상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 9월 1달러당 평균 환율 1329.47원으로 전월보다 0.8% 상승했다. 통상 원자재 대부분을 달러로 수입하는 우리 기업들은 달러를 매수해 수입품을 결제한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원자재 매입 원가가 동반 상승하기에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국제 유가 추이/출처=인베스팅닷컴

물가 반등 지속되면 올해 ‘상저하고’ 어려워

물가 반등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올해 하반기 기대하는 경기 반등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미 일부 경기 지표에선 부진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 대한 회의론마저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5~22일 제조업체 1,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3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시황과 매출이 각각 84, 82로 전 분기 86, 87보다 더 낮아졌다. 통상 BSI는 100을 기준선으로 그보다 낮을 경우 경기가 나빠졌음을, 높을 경우 경기가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세부 항목을 보면 수출이 전 분기 93에서 3분기 87로 하락했고, 내수도 전 분기 87에서 3분기 81로 떨어졌다. 이 밖에도 설비투자(96)와 고용(96) 역시 직전 분기보다 하락했으며, 경상이익(83)도 하락, 재고(100)는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물가가 재차 상승 압박을 받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체들이 내다본 올해 4분기 전망 역시 나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들의 4분기 전망은 시황 95, 매출 97로 여전히 기준선을 하회하며 직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전망을 고수했다.

국내 K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 기반의 우리나라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더욱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향후 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로 전이될 경우 내수 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여전히 우리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까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우리 경제의 원동력인 반도체 등 수출 분야에서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