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은 줄고 재고는 늘어” 부진 계속되는 韓 소부장, 하반기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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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재고’ 전년 대비 285.3% 가까이 증가
우리 경제의 수출 동력인 만큼 정부도 소부장 정책 지원에 적극적
다만 ‘미국 1조 달러 인프라 법안’ 등 올 하반기 수출 확대 기회는 열려 있어

올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수출액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반도체·디스플레이(반디) 장비 재고가 전년 대비 무려 285.3%나 상승하면서 수출길 축소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최근 우리 경제의 수출 동력인 소부장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을 150개로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수출업계의 올 하반기 수출 부진 흐름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1~8월 소부장 산업 ‘누적 수출액’ 전년보다 409억 달러 줄어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11일 발간한 ‘기계산업 통계월보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1~8월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의 누적 무역수지는 지난해 789억 달러(약 107조원)에서 올해 512억 달러(약 69조원) 수준으로 285억 달러(약 38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 역시 2,566억 달러(약 348조원)에서 409억 달러(약 55조원) 급락한 2,157억 달러(약 293조원)로 집계됐다.

한 해 동안 소부장 수출액은 2021년 3,634억 달러(약 493조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3,737억 달러로 상승세였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부진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올해 3,300억 달러 규모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해 1,098억 달러(약 149조원)를 기록한 무역수지 역시 올해 1,000억 달러 하회가 유력해 보인다.

수출액이 감소한 만큼 재고도 늘고 있다. 올해 8월 중국 중심의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반디 장비 재고는 전년 대비 무려 285.3%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지난 4월 204.1% 증가했던 반디 장비 재고 증가율은 5월 207.9%, 6월 235.5%, 7월 226.3%로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국내 웨이퍼 제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시장 수요가 줄어든 만큼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에 돌입하면서 수출길이 축소되고 재고가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대부분이 6개월 이상의 재고를 쌓아둔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중심으로 감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재고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100→150개로 확대

소부장 산업이 우리 경제의 수출 동력인 만큼 정부도 정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분야를 확대하는 정책을 중점으로 하는 ‘새 정부 소부장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산업부는 산업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기존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을 100개에서 15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분야는 기존 17개에서 32개로 늘었다.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된 기업들은 국가 연구·개발(R&D) 및 규제 패스트 트랙,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중심의 소부장 정책을 통해 대일 의존도가 올해 상반기에만 15.4%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소부장 대중국 의존도는 지속 증가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 지난해에는 ‘요소수 사태’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핵심전략기술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해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경쟁력위에선 100대 기술 중 13개가 삭제되고, 63개 신규 기술이 추가돼 총 150개 후보군이 심의·확정됐다. 산업부는 이날 확정된 150개 핵심 기술을 이번 주 중으로 고시할 예정이다.

수출 기업들 올 하반기 업황 개선될까?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출 시장의 부진이 개선되면서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수출도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전 공정 장비 투자액이 올해보다 15% 늘어난 970억 달러(약 132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김수겸 부사장도 11일 ‘2023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내년 반도체 시장 전체 규모는 올해보다 20.2% 성장한 6,213억 달러(약 843조원)로 전망되며,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8.9%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면서 “내년 D램 수요는 18%, 낸드는 26% 각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통신망 구축 관련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대도 높은 상황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1조 달러(약 1,357조원) 인프라 투자 법안과 특화망 활성화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의 5G망 우선 적용 등의 정책을 통해 5G+ 본격 확산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용 장비 및 무선망 관련 최적화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통신업체 이노와이어리스의 곽영수 대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법은 고속도로, 철도, 공항 등 사회·공공 인프라 현대화를 의미한다”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기술로 5G 특화망과 오픈랜이 부각되고, 자사 스몰셀, 분석 장비 사업이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에 긍정적 영향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 하반기 수출 전망을 어둡게 보는 전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발표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0.2로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무역협회가 매 분기 시작 전 2주에 걸쳐 2,00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지수로, 기준치보다 높으면 기업들이 무역 전망을 긍정적으로, 낮으면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EBSI는 지난 1분기 81.8까지 떨어진 이후 2분기와 3분기 각각 90.9, 108.7로 반등하며 오름세를 이어왔으나 이번에 다시 기준치를 하회했다. 주요 원인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경기둔화 우려가 급증한 탓이다. 최근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오가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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