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사고액 올해 3.8조 예상, 작년 3배 폭까지 확대

전세보증금 사고 3조 넘어, 2025년까지 10조원 육박할 전망 대부분 수도권 빌라, 연립주택 지역 인근에서 발생 임대인 괴롭히는 임차인들이 고의적으로 HUG에 신고하는 경우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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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동의 한 전세세입자 A씨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8억원의 전세금 차액을 돌려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포주공 1단지에 거주하던 A씨는 재건축이 결정되고 지난 2021년 9월에 인근의 ‘ㅈ’ 아파트에 전세가액 19억원으로 입주계약을 맺고 이사한 바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역전세에 대한 보도가 연이어 나오자 자칫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난 7월에 11억원으로 전세 연장 계약을 맺고 8억원의 보증금을 돌려받기로 결정했었다. A씨는 그간 집주인에게 8억원을 한 번에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무사히 보증금을 돌려받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서초, 강남 일대에서는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최근 다시 전세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오히려 세입자들이 서둘러 연장 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면서도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여전히 역전세에 따른 세입자들의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전세보증사고 증가세, 작년 대비 3배 넘을 듯

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 해 전세 보증사고 예상액은 약 3조7,861억원이다. 올 하반기 전세보증 만기 도래액 25조2천억원 중 최근 3개월간 사고율을 고려해 산출한 수치로, 지난해 1조1,726억원보다 3.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보증사고 탓에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지급하는 대위변제액은 3조1,652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대비 3.4배 증가한 수치다.

HUG는 내년 전세 보증사고액은 3조5,718억원으로 올해 대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지만 2025년 사고액에도 2조665억원으로 추산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전세 보증사고액 합계액은 9조4,244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하는 셈이 된다. 2021년 전세건의 2023년 대위 변제 사건을 겪은 동작구 사당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2년 주기 연장이라 2024년 이후 주춤할 수는 있어도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는 1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기도 했다.

HUG의 예상치에 따를 경우 대위변제액은 내년 2조9,860억원, 2025년 1조7,268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 2018년 583억원에 불과했던 HUG 대위변제액은 2019년 2,837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1억원, 지난해 9,241억원으로 매년 증가해 5년 사이 54배로 대폭 증가했다. HUG가 대위변제한 뒤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변제가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전세보증사고 90%는 수도권에서

전세금 보증사고의 90%는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보증사고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발생한 보증사고가 36%(1조626억원), 경기도는 34%(1조5,154억원), 인천이 21%(9,309억원)였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의 보증사고율이 11.8%로 가장 높았고 연립주택(6.7%)과 오피스텔(6.0%)이 뒤를 이었다.

동작구 사당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는 은행 대출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보증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반면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은 상대적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 집주인들이 변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을 내놨다.

서울 내에서도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구로구 등 저층 노후 빌라가 집중된 자치구에서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 보증사고 빈발 지역에 대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량한 임대인과 악덕 임차인도 있어, 보증사고도 복합적인 분석 필요해

임대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사당동 인근 지역에서 신규 세입자를 찾느라 두 달간 마음 고생을 했다는 임대인 B씨는 전세 만기일 앞 뒤로 3개월 정도 시간적인 여유를 달라며 불만을 표현했다. B씨는”HUG가 보증을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무조건 만기 때 보증금 안 주면 보증보험에서 받아 나간다고 일방 통보를 해 버리고 새로운 세입자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안 준다”고 토로했다. 이어 “심지어 세입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집을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를 겪고 난 다음이라 세입자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난 2018년부터 HUG의 보증이 본격화되면서 세입자들이 기습적으로 임차 만료일에 집주인을 불량 임대인으로 신고하고 임차 종료일에 HUG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가는 사례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앞세워 새 세입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집을 보여주지도 않는 경우도 늘었고, 전세사기 우려 탓에 각종 검증 요청이 들어와 전세를 놓기가 부담스럽다는 불평도 많아졌다. 과거 대부분의 임차인들이 서로 날짜를 조율해서 이사일을 정하던 것이 관례였으나, HUG의 보증이 강화되면서 임차인들이 고의적으로 임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늘고 있는 만큼, 보증사고에 대한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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