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억대 서울 아파트’ 5억 급매에도 잠잠, 정부 부양 정책에도 불구 부동산 불경기 심화되나
서울 부동산 매물 계속 쌓이는 중, 4분기 들어 누적 심화 매물 수요보다 전세 수요만 크게 늘어 내년 이후 공급 부족도 전세 수요 키울 듯
주변에서 ‘영끌족’으로 통하는 직장인 K씨는 올 하반기부터 이자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높은 이자를 감당하고 있었으나, 결국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에 2021년 7억에 구매했던 도봉구 일대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5억으로 급매에도 팔리지 않을 것 같다며 가격을 더 낮출 것을 제안했으나 K씨는 대출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금액으로 매각가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도봉구 지역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반짝 부동산 경기 호조세가 있었으나, 결국 4분기 들면서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가격 격차가 크게 나는 이른바 ‘줄다리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수인들이 가격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로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도인들도 K씨처럼 대출금은 갚아야 된다는 생각에 매각가를 더 낮추지는 않는 모습이다.
‘서울 외곽’ 급매도 안 나가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9월 아파트 거래량은 3,361건으로 한 달 전(3,851건)보다 12.7% 줄었다. 10월 거래 건수도 1,209건에 그쳤다. 이달 말까지 거래 신고 기간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 추세대로라면 또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꾸준히 늘어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드는 모양새다.
거래가 주춤하면서 매물만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중개업소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1일 기준 79,319건에 달한다. 지난달보다 무려 7천 건 이상 증가한 수치로, 아실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지난 10월 대비 10%가량, 6개월 전인 지난 5월 대비 27%가량 늘어난 수치기도 하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은 많은데 이를 받아줄 매수인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공급은 부족해 전셋값은 상승하는 형국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서울 전셋값은 직전 분기 대비 0.46% 상승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세 사기 여파로 지난 1년 동안 월세가 급등했다”며 최근 정부의 강한 규제로 전세 사기가 사라지자 다시 전세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23층)는 지난달 말 1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평형(20층)이 지난 1월에는 8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단 점을 고려하면 4~5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이자율 정체 예상에 줄다리기 장세 심화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회가 1일(현지시간) 금리 인상을 유보한 데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피해 갈 것으로 예상되자 매도인들이 매도가 추가 인하를 섣불리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가 더 인상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과 같이 버티기 위주로 시간을 끌다보면 부동산 매물들이 소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적용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10월 들어 3조원이나 뛴 것도 매도자들이 시장 변화를 기다리는 요소 중 하나다. 대부분의 주담대가 급매물 소진에 쓰인 것으로 판단하고 시장 조정이 곧 끝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매수자들은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둘러 부동산을 구매하기보다 좀 더 적절한 구매 시점을 찾겠다는 자세다. 특히 주담대가 확대되면서 지난 1일 우리은행이 이자율을 0.5% 인상한 것으로 나타나자 고금리 압박에 추가 급매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큰 상태다. 방배동의 한 부동산 업자는 3분기 중 매수 문의가 계속 들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매도인이 가격을 더 내리면 연락 달라고 한 이후로 한 달 이상 진전이 없는 매물이 상당수 쌓여있다고 밝혔다.
내년 이후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 예상, 집값 상승 요인 될 수도
국토교통부가 각종 부동산 공급 유인책을 내놓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공급 부족이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전세 수요가 늘어 결국 집값을 끌어올리는 형국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2021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 통과되면서 재건축 물량이 크게 줄었던 것이 최근 공급 부족으로 나타난 데다, 내년부터는 재건축 물량공급이 더더욱 줄어들어 전세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에 2년 거주 후 추가 2년을 더 거주하는 가구들이 늘어나면서 전세 공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내년 이후 서울 시내 주택 공급 물량 우려의 원인 중 하나다. 전세 사기 단속이 이어지며 전세 수요가 소폭 회복된 상황에도 이미 전세 물량 공급이 가시화되는 상황인 만큼 “내년 이후 나오는 전세는 없는데 들어가려는 전세만 많은 상황이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