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AIIB를 둘러싼 논란과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
IMF·세계은행 등 성공적 다자주의 운영모델로 꼽혀 2016년 중국 주도 AIIB 설립, 106개 회원국 참여 주요국 간 지정학적 갈등, AIIB 등 다자주의에 영향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다자주의(Multilateralism)는 서로 다른 정치 체제를 가진 주권국가들이 상호협력과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엔 등 국가 간 합의체를 구성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중요한 패러다임이 됐다. 하지만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공격적 행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촉발되면서 다자주의 기반의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 간 갈등 이어지자 IMF 등 거버넌스 개혁 논의
1944년 설립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는 다자주의의 성공적인 운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IMF와 세계은행은 회원국의 재정적 기여도에 공정한 의사결정, 고도화되고 체계적인 거버넌스, 공동합의에 대한 헌신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회원국 간의 정치적·경제적 입장 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최근에는 쿼터 재조정을 두고 주요국 주요 세력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 장기적으로는 다자주의 운영체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아 프리랜드(Chrystia Freeland) 캐나다 재무장관은 “중국 공산당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지배하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며 “AIIB와 관련된 정부 활동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출신의 밥 피커드(Bob Pickard) AIIB 국제소통 이사도 취임 15개월 만에 사임하면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AIIB는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조직으로 매우 유해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캐나다는 AIIB로부터 어떠한 이익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AIIB는 미국 중심의 세계은행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시진핑 주석의 주도로 출범한 다자개발은행(MDB)으로 10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캐나다는 2018년 AIIB에 합류했지만 야당은 AIIB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권위주의를 수호하는 조직이라며 탈퇴를 요구해 왔다. 이날 캐나다 정부는 향후 AIIB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리랜드 장관은 “이번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재무무의 재검토가 신속히 진행될 예정”이라며 “조사결과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캐나다 정부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中 개입 의혹 제기한 캐나다, AIIB 탈퇴 가능성 시사
이전에도 AIIB 회원국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있긴 했지만, AIIB는 지난 7년간 세계은행그룹,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유럽부흥개발은행(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EBRD)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MDB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있게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피커드의 주장에 캐나다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이른바 ‘두 마이클 사건’으로 인해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 2018년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고 중국 정부는 캐나다 국적의 마이클 스페버와 마이클 코브릭을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코브릭은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ICG(International Crisis Group) 소속 외교관이고 스페버는 캐나다의 대북사업가로, 두 사람은 2021년 멍완저우 부회장이 풀려난 직후 석방됐다.
하지만 두 마이클 사건 이후 캐나다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심과 적대감이 고조됐고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 연방선거에서 AIIB 탈퇴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이에 캐나다 정부의 조사에 대응해 AIIB도 자체적으로 내부조사에 착수했다. 브라질 출신 변호사 알베르토 니뇨(Alberto Ninio)가 이끄는 조사단은 AIIB의 내부문서, 통화기록, 다양한 국적의 직원 인터뷰 등을 수집·분석했다. 조사단은 “AIIB는 견고한 거버넌스와 내부절차를 갖추고 있다”며 “중국을 비롯해 특정 국가나 정치적 세력이 부적절하게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커드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의 업무 성과, 동료들과의 갈등 등에 대해 조사하고 인사관리 차원에서 그의 결점을 지적했다. 조사단은 “피커드가 낮선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유해한 문화라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IIB도 “피커드의 주장은 근거 없고 실망스러운 행동”이라며 “재임기간 내내 그가 직무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권한을 줬다”고 밝혔다.
물론 AIIB의 내부조사 결과를 모두가 신뢰하지는 않는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와 폐쇄성을 가정하는 정치평론가들에게는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이들은 AIIB 내부조사 대상에는 5명의 부행장을 포함해 중국 국적이 아닌 직원들도 있었지만 이들이 AIIB 내부의 정치적 세력에 동조 혹은 위협당했거나, 지나치게 순진해 결국 공산당의 개입을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비상임 이사회 형태의 지배구조가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으며, 음모론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
MDB, 합법적 리더십·다자주의 원칙 훼손해선 안 돼
캐나다 정부가 의심하는 것처럼 AIIB 직원 중에 중국 공산당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논란이 중국이 AIIB를 통해 얻는 이익에 저해할 가능성은 작다. 다만 중국과 AIIB는 MDB의 일원으로 공정하고 책임감 있게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증명해야만 한다. 국제사회의 요구와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AIIB는 몇 가지 도전과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자주의 경영체계와 소속 직원의 임파워링에 대한 회원국들의 다양한 기대를 수용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비상임 이사회 체제의 효율성을 잠재적 이점을 활용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인력을 적절히 활용해 MDB의 고비용 행정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다자주의가 효과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분별력과 균형이 필요하다. 모든 이해관계자와 의사결정의 권한을 공유하고, 도출된 합의를 보장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 간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AIIB에서 26%의 투표권을 확보한 중국은 주요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이 AIIB 내부의 의사결정을 은밀하게 조작하려는 시도는 국제사회의 균형과 AIIB의 합법적 리더십을 훼손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다자주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미 의회는 미주개발은행(IDB) 회원국들 사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오는 12월 15일 완료 예정인 IMF의 16차 쿼터 일반심사(General Review of Quotas, GRQ)에서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쿼터를 높이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국의 견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MDB들은 회원국의 출자나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쿼터의 재조정 논의와 같이 주요국 간의 견제와 갈등으로 조정이 어려운 현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재조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감으로써 중국으로부터 건설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부채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중국 경제의 막대한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경제의 현안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시급해지는 상황에서 MDB의 정치적 판단이 ‘재정적 기여도를 쿼터에 반영한다’는 기존의 원칙을 훼손해 그동안 MDB가 강조해 온 합법성과 효과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캐나다 정부가 다자주의 원칙과 MDB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좀 더 심도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앞서 피커드는 AIIB를 그만두면서 캐나다가 더 이상 AIIB의 회원국 자격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없는 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이 AIIB 회원국으로서 확보할 수 있는 잠재적인 혜택을 모두 고려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캐나다나 호주와 같은 중립국이 독자적으로 다자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MDB 참여가 가져다주는 실질적인 가치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문의 저자인 크리스 레그(Chis Legg)는 G20가 설립한 글로벌인프라허브(Global Infrastructure Hub) 이사회 의장으로, IMF와 세계은행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AIIB 설립 당시 호주 재무부 수석 자문관으로서 호주 측 협상대표자로 참여한 그는 피커드의 주장과 관련, AIIB의 내부조사에 대해 외부 전문가로서 자문을 제공했으나 수집된 조사자료를 열람하지 않았으며 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he geopolitical challenge to the AIIB
Multilateralism — the willingness of sovereigns, despite different political systems and competing interests, to enter cooperative structured arrangements targeting shared challenges — is under threat. The geopolitics of an increasingly assertive and heavy-handed China and Russia’s brazen invasion of Ukraine risk eroding a key pillar of the post-WWII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Created in 1944, the IMF and World Bank established a model for effective multilateralism — balancing on the one hand, a shared voice for all supported by high governance standards and a commitment to consensus, and on the other, acknowledging the realities of unequal economic and political standing in relative voting shares. But this model requires periodic re-calibration to remain aligned with changing realities.
On 14 June 2023, the Canadian Deputy Prime Minister and Finance Minister announced a halt to all government-led activities at the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They were conducting an urgent review of allegations by the bank’s resigning external affairs director, Canadian national Bob Pickard, of Chinese Communist Party (CCP) interference in the internal governance of the Beijing-based and Chinese-led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MDB).
Political sensitivities around membership of the AIIB are not new. But over the last seven years, the bank has established its credentials as a responsible and accepted member of the MDB community by actively partnering with established MDBs, notably the World Bank Group, the Asian Development Bank and the 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Mr Pickard’s allegations have found fertile ground in Canada, where a domestic context of heightened suspicion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has been fuelled by developments such as the ‘two Michaels’ saga. Membership of the AIIB was a contentious issue in both the 2019 and 2021 federal elections. Yet the findings of the urgent Canadian government review have yet to be made public.
The AIIB welcomed the Canadian review and initiated its own internal inquiry. Led by its General Counsel Alberto Ninio — a Brazilian national with extensive World Bank and corporate experience — the inquiry had access to internal documents, communications and extensive interviews of its nationally diverse staff. The investigation highlighted shortcomings in the human resources management of both Mr Pickard’s performance and multiple staff conflicts within his team. While acknowledging cultural challenges, it rejected the label of a ‘toxic’ environment. It found no evidence of inappropriate interference by the CCP or any other national political body, highlighting the bank’s robust governance and internal processes.
These findings may not persuade external critics inclined to assume a covert CCP presence and agenda. The failure of non-Chinese staff, including all five vice-presidents, to attest to inappropriate internal CCP influence may be rationalised as either complicity or naivety. Some will make much of the potential weaknesses of a non-resident Board. There will be some determined to find conspiracy.
The AIIB undoubtedly faces a number of challenges — including how to build the desired culture in a young institution with widely diverse expectations regarding management styles and staff empowerment. Other challenges include how to fully capture the potential benefits of a non-resident board, in terms of efficiency and strategic focus and how to avoid under resourcing key functions, including human resources, while avoiding the high administrative costs of other MDBs.
But while there may be CCP members among the Chinese AIIB staff, China is unlikely to risk compromising the key benefit it gains from the AIIB, which is demonstrating that it can responsibly lead a respected MDB with high operational standards.
Effective multilateralism requires a judicious balance. It involves ensuring a shared voice for all supported by high governance standards and a commitment to consensus while recognising the realities of unequal economic and political weight. The latter is reflected in the effective veto — at the AIIB, China’s 26 per cent of the vote — given to key members over specific critical issues for the institution. Chinese efforts to surreptitiously corrupt internal decision-making would only disrupt this balance at the AIIB and erode its leadership legitimacy.
The broader impact of geopolitical tensions on multilateralism is increasingly evident. The US Congress is reportedly concerned about China’s growing influence at the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Of far more systemic consequence, challenges in finalising the IMF’s 16th Quota review reflect difficulties in agreeing to raise China’s relative voting power consistent with its economic weight. At the World Bank and among other MDBs, the prevailing focus on stretching the lending capacity provided by existing capital bases, while highly desirable, also serves to kick the difficult issue of voting realignment down the road.
While this may provide time and leverage to press China for more constructive engagement on issues such as global debt, it risks missing the point that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and MDBs remain the best available option for harnessing China’s growing weight within the established rules-based system. At the same time, the progressive erosion of the principle that decision making power should reflect economic weight will inevitably erode the legitimacy and effectiveness of these institutions, precisely when the challenges they are asked to tackle are becoming increasingly urgent and complex.
Mr Pickard has opined that he sees no advantage in Canada’s continued membership in the AIIB. It is not clear what potential benefits he was dismissing. But it is arguable that the ability to keep open lines of communication with Chinese officials, even if relatively narrowly focused on the AIIB’s operations, offers practical value for middle powers such as Canada and Australia in these increasingly difficult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