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에서 레깅스 입은 교사, 괜찮은가요” 갑론을박, 교사다운 복장이란 무엇일까
"교사가 운동회서 민망한 레깅스 착용했다" 초등학생 학부모 사연 주목 네티즌들 의견 대립, 부담스럽고 부적절한 복장인가 교사의 자유인가 교사 잡는 모호한 복장 규정, 교육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점 찾아야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교사가 ‘레깅스’를 착용한 것이 불편했다는 한 학부모의 사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는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단체로 맘충 소리 들었는데요, 이것까지 맘충이 될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이같은 사연을 알렸다. 시대를 거듭해 이어져 온 ‘교사다운 복장’과 관련한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초등학교 여교사, 레깅스 입어도 되나”
A씨는 최근 자녀의 초등학교 운동회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족이 다 같이 참여하는 첫 운동회로 학부모는 물론 할아버지·할머니들도 많이 참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변을 살펴보다가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레깅스를 착용한 여성 교사 2명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학급 담임 선생님은 아니었으나, 호칭이 ‘선생님’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한 분은 티셔츠를 길게 입어 엉덩이를 절반 이상 가린 상태였지만, 다른 한 분은 가슴 밑까지 오는 반팔 티셔츠를 입어 살이 보였다”며 “(레깅스 입은 교사의) 몸매는 정말 좋았다. 레깅스 자체는 몸과 어울렸다”고 부연했다. 이어 “문제는 이 선생님이 보조 역할을 한다고 (학부모) 앞쪽을 지날 때마다 계단에 앉은 아버님들이 (민망해서) 고개를 숙이거나 돌렸다”며 “학부모들이 앉아 있어 눈높이가 선생님의 허리·엉덩이 쪽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 변태 아닌데, (여자인) 저도 모르게 엉덩이에 시선이 가더라”며 “몸매 좋고 레깅스가 편한 건 알겠는데 운동회에서까지 입어야 했을까. 특히 ‘아빠들이나 어르신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일부 학부모가 다른 교사를 통해 해당 교사의 착장에 대한 불만을 전달했고, 레깅스 차림의 교사는 얇은 바람막이 재킷을 허리에 묶어 엉덩이를 어느 정도 가렸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허리의 바람막이를 풀었고, 결국 앞줄에 있던 학부모들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
A씨는 이후 지인들에게 경험한 ‘운동회 레깅스 사건’을 언급했으나, 미혼 친구 한 명에게 “(레깅스도) 운동할 때 입는 옷인데 뭐 어때. 너희들 그러면 단체로 맘충 소리 듣는다”는 말을 들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초등학교 운동회에 레깅스 패션은 좀 부담스럽다”며 A씨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옷은 교사 자유 아닌가. 우리 의식을 바꿀 때다”, “불편함을 느끼는 건 정상이지만, 민원을 제기하는 건 비정상” 등의 반대 의견도 다수 존재했다.
애매모호한 ‘교사다운 복장’ 기준
국가공무원의 복장을 규정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의2(복장 및 복제 등)는 ‘공무원은 근무 중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품위 유지와 공직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라면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착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모호한 자유가 오히려 ‘스트레스’라는 호소도 터져 나온다.
일례로 매년 여름이 되면 ‘하절기 복장 간소화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이 각 공공기관에 내려온다. 업무 능률 향상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다. 하절기 공무원 복장 간소화 안내 공문의 첨부파일인 ‘공무원 복장 관련 지침’은 △슬리퍼,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 지나친 개성 표출로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복장 △과다하게 노출되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 등을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의 예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공문은 ‘지나치게’, ‘과다하게’ 등의 추상적 어휘를 활용, 공무원 복장에 대해 상당히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상기 ‘레깅스 사태’를 예로 들어 해석해 보면, 교사의 레깅스 착용에 반대하는 이들은 레깅스가 ‘과다하게 노출된 복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레깅스를 착용해도 무관하다고 보는 이들은 레깅스는 어디까지나 ‘운동복’이며 노출 복장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지나치게 열어둔 복장 규정은 이번 ‘레깅스 사태’와 같이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하게 된다.
‘교사다운 복장’과 ‘교사의 자유’ 사이 딜레마는 시대를 거듭해 반복되고 있다. 교사라는 지위에 걸맞은 단정한 복장을 갖추라는 지적이 빗발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교사의 품위는 복장이 아닌 교사 개인의 인성, 자질, 사명감 등에서 나온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이 같은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교육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 합치가 필수적이다. 충분한 논의와 상호 간 이해를 통해 바람직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