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에 시민 피로감↑, 교통공사 “무관용 원칙으로 강경 대응 나설 것”
"안전 위협하는 모든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 20일 시위로 열차 47분 지연, 민원 139건 발생 '시위 필요성 공감' 시민 61%→23%로 감소
서울교통공사가 반복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는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해 전장연이 지하철 운행 지연을 목적으로 열차에 탑승하려고 판단될 시 승차를 막을 방침이다. 만약 공사 직원 및 경찰의 제지에도 시위를 계속할 경우에는 해당 역사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한다.
공사는 20일 전장연의 시위 직후인 2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 개폐 중단 △불법행위 법적 조치 등 적극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열차 운행 막는 시위, 진입 단계부터 차단
공사는 먼저 지하철 모든 역사와 열차 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제한하기 위해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설의 거주자 또는 관리자가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경찰은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승차하려는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승차를 막는다. 공사 직원들과 경찰의 반복된 제지에도 시위를 계속할 때는 중단하지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 공사는 적극적인 현장 대응을 위해 지하철보안관 투입을 확대하고, 공사 직원 등 지원 인력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열차의 출입문을 가로막는 방식으로 운행을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해당 승강장 안전문의 작동을 멈추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공사는 이같은 열차 운행방해를 비롯한 「철도안전법」 등을 위반하는 모든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시위나 집회를 동영상으로 채증할 계획이다.
공사는 지금까지 전장연을 상대로 5번의 형사 고소와 3번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공사에 따르면 전장연은 2021년부터 총 471회의 선전전을 펼쳤고, 그중 92회는 열차 운행방해 등으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 시위는 지난 20일로, 시위 당일과 익일 공사 고객센터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139건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번에 마련한 대응책은 지하철 역사를 점령해 시위를 벌일 수 없도록 진입 단계부터 차단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효과가 기대된다”며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시위 등 무질서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적극 대응해 시민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예산 증액’ 위해 두 달 만에 시위 재개
전장연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 관련 예산 확보 등을 주장하며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서 시위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시청역(2호선)에서 54번째 시위를 마친 전장연은 약 두 달 만인 이달 20일 시위를 재개했다. 이날 시위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가 47분간 지연되는 등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 관계자 7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경부터 시청역에서 ‘장애인 예산 증액’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 요구에 정부가 어떤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며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의사당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 측은 9월 25일 직전 시위 종료 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장애인 관련 예산 확대가 결정되는 11월까지 시위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경찰은 전장연 측의 시위가 미신고 집회임을 지적하며 이를 계속할 경우 체포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했다. 하지만 전장연 측은 계속해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고,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2호선 열차 운행이 47분간 지연됐고, 전장연 관계자 1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40분 넘게 이어진 이날 대치는 오전 9시경 시위대가 들고 있던 피켓을 바닥에 내려두며 일단락됐다. 공사는 시위나 집회의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전동차 탑승을 막지 않았다. 다만 박 대표는 이후로도 피켓을 목에 걸고 시위를 이어갔으며, 경찰의 퇴거 명령이 3차례 거듭된 후 자진 퇴거했다.
서울시는 전장연의 시위 다음 날인 21일 성명을 통해 계속되는 충돌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는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전장연은 자신들의 요구사항 관철에 앞서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위법하고 부당한 대중교통 방해 행위를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권리 확대 중요하지만, 시위에는 공감 못해”
한동안 잠잠했던 전장연의 시위가 재개되며 시민들의 피로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성인 956명 중 28%의 응답자는 지하철 시위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27%는 ‘대체로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56%가 전장연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아가 지하철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자도 40%(약간 부정 25%+매우 부정 15%)에 달했다.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 25%(약간 긍정 21%+매우 긍정 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88%의 응답자가 전장연인 요구 사항인 저상버스 확대 도입 등에 찬성했고, 61%의 응답자가 장애인 권리 확대를 위한 전장연의 시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매주 월요일 시민들의 출근에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며 이같은 인식 변화를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장애인들이 직면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해 공론화하고, 종국에는 권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장연의 기대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고 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만큼 물리적 행동보다는 대화를 통한 의견 관철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