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다”vs”과하다”, 법안소위 통과한 재초환 개정안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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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직전이던 재초환 개정안, '아슬아슬' 국토위 법안소위 문턱 넘어섰다
고가 단지에는 사실상 혜택 부족해, 시장 "이대로면 공급 효과 없다" 반발
"고소득층 감세 그만" 면제 혜택 줄인 야당, 법사위·본회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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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완화 법안 현실화가 가까워졌다. 29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국토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과 배현진·유경준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병합 심사한 뒤 여야 합의로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초과 이익이 크지 않은 지방의 경우 확실한 감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강남·용산 등 주요 고가 재건축 단지에 돌아오는 혜택은 사실상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감면 혜택이 과도하다는 야당과 추가 감면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의견이 부딪히는 가운데, 각계는 겨우 소위원회를 넘어선 개정안의 향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재초환 부담 완화’ 방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소위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는 개발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많게는 수억원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만큼, 재초환 부담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보류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재초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차후 국회 본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 공포 후 3개월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재초환 개정안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과율이 결정되는 부과 구간 단위도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이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시한 면제금(1억원)과 부과 구간(7,000만원)보다는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개정안의 면제 기준 및 부과 구간 단위 상향에 따르면 △초과이익 8,000만~1억3,000만원 10% △1억3,000만~1억8,000만원 20% △1억8,000만~2억3,000만원 30% △2억3,000만~2억8,000만원 40% △2억8,000만원 초과 50% 수준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부담금 결정 기준인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개시 시점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 설립 인가일로 변경된다. 1가구 장기 보유자에 대한 혜택 역시 신설됐다. 주택을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최대 70%까지 부담금 경감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면제금 기준 상향으로 서울 7곳, 경기·인천 12곳, 지방 25곳 등 총 44개 단지가 부담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부담금 부과 금액(예정액 기준, 장기 보유 미적용)은 8,800만원에서 4,400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만 혜택 돌아간다” 심드렁한 시장

재초환 개정안의 목적은 재건축을 장려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 2025년부터 닥쳐올 ‘주택 공급난’에 대응하는 데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원찮다. 사실상 개정안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재건축 초과 이익이 크지 않은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일부 단지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강남·용산 등 고가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의 경우 사실상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인한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억대 부담금’이 부과되는 고가 단지는 대부분 강남에 위치해 있다. 일각에서는 재초환 개정안이 강남권 재건축을 촉진해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해석마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들 강남권 고가 단지의 경우 개정안 통과 뒤에도 50% 상당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사실상 이렇다 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불만을 품은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최근 국토부에 부과율 상한을 기존 50%에서 25%로 낮춰 달라는 재초환 개선 요구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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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사진=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민간 정비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재초환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재초환은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2006년 당시 전국 재건축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재건축에 따른 초과 이익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제재를 가한 것이다.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는 부합하지 않는 제도인 셈이다.

‘부자 감세’ 견제하는 야당 넘어설 수 있을까

차후 개정안이 원활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름 아닌 정부와 야당 간의 ‘정쟁’ 때문이다. 애초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개정안은 부담금 면제 금액을 1억원으로 높이고, 부과 기준 구간을 현행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개정안 감면폭이 과도하다며 면제 금액 기준을 8,000만원으로 낮추고, 부과 구간을 5,000만원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개정안은 야당의 뜻대로 조정된 채 국토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차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심의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강남·용산 등 고가 부동산에도 혜택이 부여되는 만큼, 재초환 개정안이 이른바 ‘부자 감세’라는 공격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60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로 나라 재정이 휘청이는 가운데, 야당은 쏟아지는 정부의 ‘고소득층 감세’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 온 바 있다.

재초환 완화 법안은 여야 충돌 끝에 폐기 직전에야 겨우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당장의 급한 불은 꺼졌지만, 시장 및 야당과의 충돌로 인한 ‘잡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을 두고 각계의 비판과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업계는 차후 국회의 법안 처리 방향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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