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리는 대신 슬쩍 양 줄인다? 정부 ‘슈링크플레이션’ 본격 단속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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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올리기 싫고 수익은 내야 하고, 유통업계 '슈링크플레이션' 만연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기만행위다? 소비자원 경계 태세 본격화
슈링크플레이션에 '끝'은 없다, 반영구적 시장 변화 초래할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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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이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조용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행위 단속에 나섰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등장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국내 유통시장을 침식하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정부의 ‘감시 레이더’가 작동하는 양상이다.

국내 슈링크플레이션 행위 줄줄이 ‘덜미’

소비자원의 이번 조사 대상은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언론보도 등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로 언급된 상품 등이었다.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2개 묶음 상품)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7.7%~12.5%가량 줄었다. 단 바프의 경우 허니버터아몬드 등의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바 있다.

정부가 지난달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 센터를 통해 지난 8일까지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서는 총 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개 상품, 가정배달용 제품인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의 용량이 최소 10%에서 최대 17.9% 감소했다.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의 경우 자사몰을 통해 용량 변경 내용을 안내한 상태다.

언론 보도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사실이 알려진 제품 10개 중 올해 용량을 줄인 제품은 9개였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 등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 20%가량 감소했다. 소비자원은 일부 제조사가 용량 변경은 인정하면서도 포장재나 레시피가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꼼수 인상’ 제품에 대한 소비자 제보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연내에 대형 마트, 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슈링크플레이션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식품과 생필품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슈링크플레이션은 영구적?

슈링크플레이션은 소위 ‘조용한 가격 인상’으로 통한다. 가격을 직접 인상할 경우 발생하는 소비자 반발을 피하고, 몰래 원가를 아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제조사들이 고지 하나 없이 제품 용량이나 함량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법 행위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 기업에는 용량이나 함량 변경 사실을 따로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슈링크플레이션이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형 마트를 방문해 “(슈링크플레이션은)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며 “양을 변경했을 때 판매자의 자율이라고 하더라도, (용량 변경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고지를 의무화하거나, 슈링크플레이션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상품 용량 변경이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인해 새로운 크기나 용량의 제품이 시중에 출시될 경우, 해당 상품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이전보다 적은 양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기업에 ‘이득’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 상황이 변하고 인플레이션이 끝나도 슈링크플레이션의 ‘폐해’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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