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료 상한액 인상, 고소득자 보험료로 ‘재정 펑크’ 메꾼다
보수월액·소득월액 보험료 상한액 나란히 인상, 대상은 '고소득자' 보험료 월 30만원가량 올라, 말라붙은 건보 재정 조금은 채워질까 내년부터 재정 적자 발생 전망, 2028년이면 누적 적립금 고갈?
내년부터 월급 1억2,000만원 이상 ‘초고소득’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부담 보험료가 인상된다. 2028년 고갈 위기에 놓인 건보 재정을 메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9일 보건복지부가 행정 예고한 ‘월별 건강보험료액의 상한과 하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보수월액 보험료 상한액은 올해 월 782만2,560원에서 월 848만1,420원으로 월 65만8,860원으로 인상된다. 상한액은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적용된다.
보험료 상한액 인상해 ‘고소득자 부담’ 가중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는 월급에 매기는 ‘보수월액 보험료'(보수 보험료)와 종합과세소득(이자·배당·임대소득 등을 합한 금액)에 매기는 ‘소득월액 보험료'(보수 외 보험료)로 나뉜다. 이들 보험료 상한액은 건강보험법 시행령(제32조)에 따라 임금 인상 등 사회·경제적 변동 상황을 반영, 지지난해 직장인 평균 보험료의 30배(지역가입자는 15배)로 연동해 매년 조금씩 조정된다(부과 연도 기준).
내년도 보수월액 보험료 상한액은 월 848만1,420원까지 인상된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억1,962만5,106원이다. 보수월액 보험료는 회사와 가입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만큼, 초고소득 직장인 본인이 실제 납부하는 상한액은 월 424만710원이 된다. 올해(월 391만1,280원) 대비 월 32만9,430원이 인상된 것이다. 한도에 달하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초고소득 직장인은 기업 소유주, 임원, 전문 최고경영자(CEO) 등 극히 일부다.
한편 소득월액 보험료 상한액도 올해 월 391만1,280원에서 월 424만710원까지 오른다. 424만710원을 월수입으로 환산하면 6,148만원 수준이다. 결국 월급을 제외하고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부수입만으로 매달 6,148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만이 한도 인상의 영향권에 든다는 의미다. 연간 수익으로 따지면 약 7억3,775만원이다.
위태로운 건보 재정, 이제 ‘바닥’이 보인다
보험료 상한액 조정은 조세 저항이 비교적 낮은 고소득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고갈 위기에 놓인 건보 재정을 일부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진료비(공단 급여비+본인 부담금)는 직전 연도 대비 9.5% 증가한 102조4,277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진료비가 급속도로 불어난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노령 인구가 늘며 전체 진료비가 증가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건보 재정은 2021년 2조8,229억원, 2022년 3조6,29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도 건보 재정이 1조9,846억원의 흑자를 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보 당기 수지 적자 규모가 △2024년 4조8,000억원 △2025년 7조2,000억원 △2028년 8조4,000억원 △2030년 13조5,000억원 등 꾸준히 불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25조8,547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28년에는 바닥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보험료율 인상이 쉽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고소득자의 부담을 일부 키워서라도 재정 고갈을 막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연말까지 건보재정 지속성을 담은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