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한·중·일의 외교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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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4년 3개월 만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재개
팬데믹, 한·일 관계 악화로 중단됐던 동북아 협력체계 복원
역사 문제·영토 분쟁 등, 동북아 정세의 위기요인으로 작용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26일 부산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됐다. 지난 2019년 8월 중단된 이후 4년 3개월 만의 회의였다. 3국 외교장관 회의는 매년 개최되는 정례 회동으로 그동안 한·일 관계 악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개최되지 못하다가 올해 초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로 성사됐다. 그동안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는 동아시아 정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이번 회의는 3국간 협력체계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기존 2대 1 대립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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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1990년대 이후 한·중·일 2대1 구도, 역동적으로 변화

팬데믹 이후 한·일 간 대화가 재개되고 미·중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지난해 9월부터 적극 추진해 왔다. 이같은 동북아시아의 정세 변화는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글로벌 경제 체제를 촉진하기 위해 한·중·일 이니셔티브를 주도해 왔지만,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으로 인해 주요국과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3국간 협력 이니셔티브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를 위협하는 중국 리스크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미·일 방위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중·일 3국간 공동 논의와 협력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1998년 한·일 양국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를 논의하기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하면서 경제 협력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듬해인 1999년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주룽지 총리,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비공식 조찬회동을 가졌다. 이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시초로 이후 3국은 매년 ‘아세안+3 정상회의’의 연장선상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해 왔다. 비록 지난 20년간 동북아 3국이 역사적 화해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경제 협력을 위한 노력은 지속됐고 지난 2012년 한·중·일 투자협정(Trilateral Investment Treaty, TIT)을 체결하면서 국가 간 협력체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3국 관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의 파트너십 확대에 이어 2012년 FTA 협상에도 착수한 반면, 일본과는 6차례에 걸쳐 FTA 실무급 협상을 가졌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2012년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자 한국과 중국 정부는 공통의 역사 인식을 강조하면서 아베 총리를 ‘역사 수정주의자’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2015년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는 3국 정상의 공동발표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가 아베 총리를 앞에 두고 ‘역사를 직시하는 정신(the spirit of facing history squarely)’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은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한국과 협력해 중국에 공동 대응하기보다는 굳건한 미·일 관계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우선시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아베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튼 이후에는 중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실질적인 협력 분야에 대해 합의해 왔다. 이 시기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 심지어 러시아까지 전방위적인 외교정책을 펼쳤지만 한국과의 관계만은 최악의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중국의 급성장으로 3국간 힘의 균형에 지각변동 발생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해 공동 대응하는 기존의 협력체계를 회복했다. 하지만 25년 전 필리핀에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3국간 힘의 균형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중국은 경제 규모와 군사력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을 압도한다. 2000년만 해도 중국 경제는 일본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중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17조9,000억 달러(약 2경 3,500조원)로 일본 4조2,300억 달러(약 5,500조 원)의 4배, 한국 1조6,000억 달러(약 2,100조원)의 10배에 달한다. 한때 일본의 국방비는 중국의 2배 규모였지만 현재는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도 1990년대에는 중국과 같은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했지만 현재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필연적으로 한·중·일 협력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중국과 거래하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더 이상 이러한 이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이제는 두 개의 작은 국가가 하나의 거대한 국가를 상대하는 구도가 됐다. 중국은 이미 동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경쟁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한국과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새롭게 구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파트너십이 중국을 글로벌 경제의 협력국으로 끌어들이거나 중국 내부의 규칙과 시스템을 바꾸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각자 중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자국의 권한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삼자간 협력 구조를 활용해 안정적인 균형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 미·중 정상과의 만남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응하는 공동의 이해관계와 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양국 관계의 회복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에는 늘 불안 요소가 잠재돼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일본 피고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하면서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서 양국의 무역분쟁이 촉발됐다. 이 분쟁은 4년간 지속되다가 지난해 3월에서야 정상화됐다.

이후에도 역사 문제를 두고 양국의 갈등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안부 불법 동원 문제에서 일본 정부 배상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항소심 판결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법원이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해당 판결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나라 모두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기시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이슈가 많아 언제든지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이미 한·일 관계 회복과 동북아 역학 구도의 변화를 경계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개최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오찬 리셉션과 공동 기자회견에 불참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와 함께 한·중·일 협력 프레임워크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 질서가 미국과 중국 중심의 2강 체제로 재편된 이후 많은 나라가 미·중 정상들과 만나기를 원하고 있지만 실제 이러한 기회를 가지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한국과 일본이 동북아시아에서 협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외교 역량과 정치적 리더십을 총동원해 이러한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하나다 료스케(Ryosuke Hanada) 호주 맥쿼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안보범죄학 전공 박사과정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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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다 료스케/사진=Macquarie University

영어 원문 기사는 CJK yields Japan–South Korea engagement with China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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