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격동하는 미·중 정세, 대만 총통 선거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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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리전'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국제사회 관심 쏠려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야당 허유우이에 오차 범위내 접전
'대만 독립' 강조해 온 민진당 12년 장기 집권 여부에 주목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오는 13일 치뤄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대리전’의 성격을 띠는 이번 선거에서 대만의 주권 수호와 독립을 강조해 온 집권 민진당이 차이잉원 총통에 이어 또다시 집권에 성공할 경우, 중국과 대만 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을 두고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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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여당 라이칭더와 야당 허우유이·커원저 ‘3파전’ 양상

현재 대만 총통 선거는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민중당 커원저 후보의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가운데 현 부총통이자 전 타이난 시장인 라이칭더 후보의 공약 중 상당수가 친미·반중 성향을 지닌 차이잉원 총통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은 야당인 허우유이 후보와 커원저 후보가 반(反)민진당 진영의 표를 양분하면서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전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앞서가던 라이칭더 후보는 지난 2일 선거를 앞두고 시행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자 라이칭더의 당선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초 라이칭더의 지지율과 최근의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민진당의 3연속 장기 집권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민진당의 지지율이 27%에 머물러 있는 데다 중국을 비롯한 반대 진영에서는 과거 라이칭더 후보의 급진적인 발언을 두고 그를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 ‘독립 강경론자’라고 비난하고 있는 등 악재에 직면했다. 다만 이러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라이칭더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여전히 소폭의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허우유이의 입장에서는 신생 민중당의 커원저와 지지율을 나눠 가지면서 라이칭더 후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당·민중당 지지율 분산되면서 라이칭더 우세

현재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30%의 지지율로 유지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친화적인 실용주의를 강조해 온 허유우이는 민진당의 장기집권은 중국 본토와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대선을 앞두고 민중당을 창당한 커원저 역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경제정책에 있어 국민당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일례로 국민당과 민중당 모두 국가 안보를 위해 패쇄됐던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과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만 보면 커원저 후보가 민진당보다는 국민당의 지지율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커원저는 민감한 이슈에 있어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두 정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피해 가면서도 청렴과 민생을 강조하면서 민진당과 국민당 중심의 양극화된 정치에 실망한 민심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안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에 동조하면서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은 전략적으로 회피했고, 외교 노선에서는 미국 등 서방의 민주 진영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민진당의 입장을 취했다. 실제 커원저의 전략은 유권자들의 호감을 샀고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커원저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말, 폭스콘 테크놀러지의 창업자 궈타이밍 후보가 사퇴하면서 이번 선거의 판도를 바꿀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억만장자인 궈타이밍은 여당인 민진당보다는 야권의 주장과 가까운 공약을 내세우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궈타이밍의 지지율은 10%에 불과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이 허우유이와 커원저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진당 재집권을 위한 산식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궈타이밍이 사퇴를 고심하던 지난해 말 다른 후보들은 러닝메이트를 선택했다. 먼저 라이칭더는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를 부통령 후보로 발표했다. 민진당은 샤오메이친을 선택함으로써 외교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하고 젊은 유권자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당은 언론인 출신의 자오샤오캉 입법위원을 러닝메이트로 정했다. 자오샤오캉은 대만과 미국의 관계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 온 ‘통일 근본주의자’로 본토파 성향의 국민당 대표하는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커원저는 14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대만의 대표적인 재벌 신콩그룹 우둥진 회장의 딸 신시아 우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지난 2022년 11월부터 입법위원으로 활동해 온 신시아 우를 두고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경제 활성화와 민생 챙기기에 나선 커원저의 공약을 지원하기에는 적합한 인물이란 평가다.

현재로썬 ‘친미’ 성향 민진당 장기집권 가능성 높아

이번 총통 선거는 일차적으로 선거 결과에 국가정체성, 에너지·환경정책, 산업 경제 등 대만 내부적으로 중대한 변수가 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권과 영토의 분열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중국은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함으로써 대만에 대한 본토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집권 정당과 상관없이 본토화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히 낮으며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후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커원저 후보의 경우 무명에 불과한 만큼 그의 정치력과 성향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친중 성향이 강한 허우유이 후보에 대해선 미국에 적대감을 드러내 온 국민당의 정치적 성향을 경계하고 있다. 한때 다소 파괴적인 급진주의자로 인식됐던 라이칭더 후보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8월 라이칭더가 미국을 방문해 주요 인사와 회동을 가졌고 이를 통해 그의 기질과 신중함을 확인하면서 그간의 우려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차이잉원 총통의 외교정책을 이어갈 라이칭더 후보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오는 13일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안도하는 모양새다.

원문의 저자는 빌리 스탬플(Billy Stampfl) 미시간대학교 로스쿨 박사과정에 재학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 and the United States eye Taiwan’s presidential tussl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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