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중국 관광객들의 귀환, 왜인지 봤더니 “먹고살기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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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4분기 실적 추정치 반토막,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 더딘 탓
리오프닝·단체 관광 허용에도 좀처럼 늘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진 중국 경제, '관광 여유' 없어진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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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큰손’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단체 관광 허가 조치로 매출 상승을 꿈꾸던 국내 관광 업계는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고립과 위축된 경제 활동 등으로 인해 중국인들이 여행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국내 관광업에 타격

15일 한국면세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은 총 12조4,512억원을 기록했다. 12월 예상 매출분을 고려하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과 2022년 17조8,000억원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면세점 매출액 하락의 원인으로 중국 관광객 감소를 꼽았다. 최근 국내 관광 업계는 지난해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인 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후 6년 만인 지난해 8월 중국인의 한국행 그룹투어까지 허용되면서 본격적인 관광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연말에 집계된 실제 방한 중국 관광객 수는 월 평균 14만4,000명 수준으로 사드 사태로 단체관광이 불가능했던 지난 2017~2019년 월 평균치인 41만6,000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여행객이 줄어들자 호텔 업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4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나온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 105건 중 호텔신라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 리포트는 5개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9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9만4,000원에서 9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8만8,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키움증권은 10만8,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DB금융투자는 기존 10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대폭 하향했다. 이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410억원에 달하던 호텔신라의 4분기 실적 추정치가 중국 관광객 감소로 인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다.

중국 경기부진 ‘심각

중국 관광객 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주원인은 중국 내 심각한 디플레이션(경제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에 있다. 그간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워 연 8%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이뤄 왔다. 중국 GDP(국내총생산)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6.2%, 2019년 57.8%, 2021년 65.4%에 달할 정도였다. 이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경제 성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고 시진핑 주석이 사회적 거리두기, 도시 봉쇄 등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일거에 꺾였다. 지난 2022년 중국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8%로, 전년 대비 절반 넘게 감소했다.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처는 안일했다. 리오프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적극적인 소비 진작 정책을 시행하면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갑을 닫았다. 2023년 8월 기준, 위안화 예금 227조 위안 중 개인 예금만 132조 위안(약 2경4,556조원)에 달한다. 지난 2022년 중국 GDP가 약 121조 위안(약 2경2,500조원)임을 고려할 때 GDP보다 많은 돈이 은행에 잠들어 있는 셈이다.

소비 촉진에 실패하며 경제 회복이 더뎌지자, 중국 기업들은 신규 채용의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중국의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급기야 중국 당국은 8월부터 아예 청년 실업률 통계 발표를 중단해 버렸다.

이외에도 미·중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고립 역시 중국 경제 부진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 등 대중국 제재로 인해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내 국제 자본이 빠른 속도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국제 자본의 투자액은 지난해 10월 말까지 310억 달러(약 39조7,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최대 순유출 규모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중국 주식과 채권에서 650억 달러(약 84조원) 상당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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