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습에도 소용 없어” 막혀버린 중동의 해상 요충지, 효율 떨어지는 전쟁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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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미국 공습에 곧바로 반격, 홍해 향하는 상선에 포격 재개
후티 억제 실패한 미국, '외국 테러단체'에 후티 재지정 임박
장기전으로 갈수록 미국이 손해, 확실한 결단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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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글맵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가 미국 국적의 선박을 공격하며 홍해 일대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인근 지역 분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세 차례 후티를 직접 타격한 미국은 확전을 막을 위기관리에 나섰으나 후티가 즉각 보복 방침을 밝힌 데다 중동의 반미세력인 이란과의 긴장도 심상찮은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어 중동 내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건드린 후티, 테러단체로 재지정되나

16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전 4시 15분께 후티가 예멘에서 발사 준비를 마친 대함 미사일 4기를 타격해 파괴했다. 미군 관계자는 해당 미사일이 미 해군 함정과 상선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미군은 지난 11일 예멘 내 후티 본거지 60여 곳을 공습하고, 이튿날까지 보복 공격을 이어간 데 이어 3번째 공습을 가한 셈이 됐다.

하지만 후티는 미군의 공습으로부터 몇 시간 뒤인 오후 1시 45분께 홍해 남쪽 예멘 앞바다에서 그리스 소유의 몰타 선적 벌크선 ‘조그라피아호’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사일은 배에 명중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고, 선박은 운항을 지속했다. 이에 대해 야히야 사리 후티 대변인은 조그라피아호가 이스라엘의 항구로 향하고 있어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지만, 선박 추적 사이트 베슬파인더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로 항해 중이었다. 명백히 미군 공습에 대한 대응인 것이다.

후티에 대한 저지가 쉽지 않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시작된 중동 갈등이 미국과 이란 간 국제적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16일 CBS 방송은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과 더불어 친(親)이란 민병대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중동 갈등은 이미 이스라엘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홍해 지역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동맹국들은 긴장 완화보다는 확대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면서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더불어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7일 후티 반군을 외국 테러단체(FTO·Foreign Terrorist Organization)로 재지정할 예정이다. 테러단체로 지정되면 미 정부의 관할 하에 있는 개인과 기업 등은 후티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후티는 미국에 있는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되는 등 페널티를 받는다.

후티가 장악한 중동의 해상 요충지

현재 후티가 장악하고 있는 해협은 홍해 남단에 있는 폭 35km의 ‘바브 엘 만데브’ 해협이다. 해당 해협은 홍해 북단에 있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뱃길이다. 특히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12%,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량이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운송되는 만큼 중동의 해상 요충지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지금처럼 홍해 뱃길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선박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 주변을 통과하는 우회로를 택해야 한다.

실제로 이미 세계적인 해운사들이 홍해 항로를 포기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세계 2위의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Maersk)는 소속 선박인 ‘머스크 지브롤터’ 등이 후티 반군에 공격받자 홍해를 통한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이보다 앞서 세계 1위 해운사 MSC를 비롯해 CMA CGM, 하파그로이드, 에버그린, HMM, 양밍해운 등 세계 10위권 해운사들 역시 줄줄이 홍해 항해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경우 기존보다 약 10~14일(5,300km)을 더 가야 하는 데다, 연료비도 30~50% 정도 더 소요돼 운임 경제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아프리카 경유로 인한 운송차질요금(TDS)을 비롯해 위험 할증료, 성수기추가요금(PSS) 등도 추가됐다. 우리 기업들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발표에 따르면 최근 북유럽과 지중해로 가는 항로의 해상 운임은 약 50%에서 최대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초 기준 12m 크기 컨테이너의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 요금이 기존보다 각각 1,237p, 1,311p 오른 3,732달러(약 500만원), 4,244달러(약 566만원)로 파악됐다. 이에 국내 중소 해운 업계는 경영난까지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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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구축함 ‘카니’가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가형 드론으로 공격하는 후티, 막을수록 손해인 미국

후티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보는 건 해운사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 매체들은 미 정부가 홍해 항로를 정상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티가 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수천만원짜리 이란제 드론으로 공격하면 미군은 이를 막기 위해 한 발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탓에 일각에선 “반미·반이스라엘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한 후티가 미국 물어뜯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티의 속셈은 미국을 자극해 이스라엘에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후티가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하마스를 지원하겠다며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제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기억하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후티를 제지하는 데 적지 않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 연합국 공격에서도 살아남은 후티가 전면 공격은커녕 제한적인 공격만 가할 수 있는 미국 주도 공습에서 순순히 물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공습으로 인해 파괴된 후티 군사시설은 고작 20~3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후티의 군사력도 만만찮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드론 및 미사일 장비를 이동시켜 적군의 탐지와 공격을 피하는 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는 후티의 군사력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맞먹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압도적인 저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강도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미국과 후티와의 분쟁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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