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두고 엇갈리는 시장, “폐지 시 혼란 불가피” vs “명분 이미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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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수순에 통신사 '난색', "갑작스러운 것 아니냐"
부각되는 '통신사 책임론', "폐지 명분 만든 건 통신사 측"
실효성 관련 의견 분분 "10년 전과 상황 달라", "혜택 확대 계기될 것"

앞으로 길게 늘어선 휴대폰 판매점의 광경을 찾아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최근 1년 새 800곳이 넘는 휴대폰 판매점이 문을 닫은 데다, 정부가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의 상한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사 측은 당황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다. 폐지 수순이 너무 갑작스럽단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이미 단통법 폐지에 쏠린 모양새다. 지난 10년간 단통법을 두고 벌어진 통신사의 ‘잇속 챙기기’에 국민 대다수가 신물을 느낀 탓이다.

단통법 폐지 초읽기, ‘착잡’한 소형 판매점들

23일 통신 업계는 올해 정부의 단통법 폐지 추진을 계기로 휴대폰 판매점 점포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휴대폰 판매점 수는 1만8,815곳이었는데, 이는 1년 전 1만9,631곳 대비 약 4.2% 감소한 수준이다. 단통법 폐지를 바라보는 휴대폰 판매점의 표정은 크게 엇갈린다. 시내 중심가에 있거나 규모가 큰 판매점은 성장 기회라는 기대에 찬 반면, 외진 골목 등에 있는 소형 판매점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업장의 규모에 따라 영업 전략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통상 판매점이 스마트폰 한 대를 팔 때 통신사로부터 지급받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은 30만원 안팎이다. 이들은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추가지원금’ 성격으로 공제해 주고 판매한다. 단통법엔 통신사가 지정한 공시지원금의 최대 15%를 추가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게 돼 있다. 예컨대 공시지원금 11만7,000원에 해당하는 요금제로 갤럭시S24를 구매하면 판매점 추가지원금(1만7,500원)을 더해 총 13만4,500원을 할인해 주는 식이다.

그동안 흔히 휴대폰의 ‘성지’로 통하는 유령 판매점에선 판매장려금 마진을 5만원 정도만 남기고 25만원을 불법 지원금으로 태워 판매해 왔다. 스마트폰 한 대당 마진을 적게 보는 대신 박리다매를 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많은 소비자가 꾸준히 몰리는 성지가 아닌 이상 부담스러운 방식이다. 사실상 마진을 적게 남기고 판매해야 하는데, 소비자의 발길이 불규칙한 일반 판매점의 경우 가입자 확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적은 달엔 인건비, 운영비도 건지지 못하고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처지다. 이와 관련해 한 판매업자는 “임차료가 비싼, 목 좋은 곳에 있지 않은 판매점엔 타격이 클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판매점 위주로 1~2년 내 폐업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의지에 통신사 ‘당황’, “너무 느닷없다”

단통법 폐지 소식에 난처한 건 통신사 측도 마찬가지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법 전면 폐지 추진이 너무 느닷없다”며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도 “이전처럼 보조금을 많이 주는 통신사로 가입자들이 몰리고 가입자 간에 극심한 지원금 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런 통신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애초 통신 3사 측이 단통법 폐지를 자초한 것이란 비판이다. 실제 통신사들은 단통법의 제정 취지를 외면한 채 10년의 세월을 허송으로 보냈다. 당초 단통법은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식히고 이로 말미암아 보다 건강한 요금 경쟁을 도모하겠단 취지로 제정됐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 대상 마케팅 비용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도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하지 않았다. 제 잇속만 챙겼단 의미다.

요금 인하 경쟁도 일어나지 않았다. 통신사들이 단말기 지원금을 편법으로 지급하면서 성지가 생기며 가입자 차별은 오히려 심해졌고, 결과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소비자 주의보 발령이 더 잦아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통신망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통신사의 설비투자는 2019년 5G 상용화 때 반짝 상승한 것 말곤 꾸준히 하락세를 이뤘다. 그 결과 5G 서비스는 ‘세계 최초 전파 발사’ 기록에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나도록 도심에서조차 제대로 터지지 않는 ‘속 빈 강정’이 됐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은 빠르게 늘었다. 각 통신사의 실적 발표 자료를 보면, 연결기준 2014년 2조5,750억원 수준이던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015년 3조7,490억원으로 뛰더니 5G 상용화가 이뤄지던 2019년을 빼곤 줄곧 3조원대를 웃돌았다. 2021년엔 4조원을 돌파했으며, 2022년엔 4조4,712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이에 반해 단말기 가격은 1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른바 중저가폰도 출고가가 50만원을 넘는다. 통신사 측의 언급대로 단통법 폐지가 다소 ‘느닷없다’ 하더라도 국민 여론은 정부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단통법 폐지의 명분은 통신 3사의 ‘갑질’ 아래 선명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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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시장 의견, 단통법 폐지 ‘실효성’ 있나

다만 단통법 폐지가 실제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이미 삼성과 애플로 단말기 시장이 이분화된 만큼 스마트폰 제조사에 있어 경쟁 촉진 요인이 없는 데다, 통신 쪽 역시 회선 수가 포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제정 당시만 하더라도 삼성, 애플뿐 아니라 모토로라, 팬택, LG 등 수많은 제조사가 난립한 상황이었다”며 “점유율 경쟁이 활발했던 데다 통신사의 번호 이동도 많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애플과 삼성만이 시장을 지키고 있고 제품 출고가 자체도 많이 올랐다”며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을 만큼 지원금이 풀릴진 미지수”라고 전했다.

물론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졌는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삼성이 아이폰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 생길 수 있다”면서 “미국 유통점에서 갤럭시S24를 사면 할인권을 주는 것과 같이 유통점 혜택도 기대할 수 있는 등 단통법 폐지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깐의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단통법 폐지가 결국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 10년간 국민들의 요금제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기 때문이다. 그간 여러 차례 스마트폰을 바꾸고 비용을 지출해 본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누구든 ‘휴대폰을 무료로 주나요?’가 아니라 ‘그래서 다 합쳐서 월 요금이 몇 개월 동안 청구되는 건가요?’라고 물을 정도가 됐다. 10년 전 스마트폰 시장과 지금의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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