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독점’ 구리 시장 판도 뒤집힌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발견된 가능성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신규 구리 광산 발견, 서방국 '함박웃음' 잠비아 광물 공급망 잡아라, 한·중·일 3국 정부 '조용한 격돌' 채굴업계도 구리 광산에 대규모 투자, 시장 판도 바뀌었다
서방국을 중심으로 불거진 구리 공급망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발견됐다. AI 기반 광물 탐사 기업 코볼드메탈스는 5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잠비아 북부 밍곰바에서 10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구리 매장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글로벌 탄소 중립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각국의 ‘구리 확보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중국의 구리 시장 독점을 견제할 새로운 대안이 도출된 것이다.
아프리카에 잠들어 있던 ‘고품질 구리’
구리는 코발트, 리튬, 니켈, 희토류 등과 함께 탄소중립 시대의 필수 자원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함과 동시에 구리 수요가 급증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 구리 공급망은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2022년 기준 구리 수출국 1위로, 전체 구리 수출의 76.9%를 독점 중이다. 첨단 산업 분야 전반에서 미국의 ‘탈중국’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다수 서방국은 중국 구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잠비아 구리 매장지 발견이 시장 판도가 뒤집을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쉬 골드먼 코볼드메탈스 설립자 겸 CEO는 “밍곰바 구리 매장지가 생산을 시작하면 최고 등급의 구리를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밍곰바 매장지에 매장된 구리는) 규모와 품질 면에서 ‘카쿨라 구리’와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카모아-카쿨라 광산은 현재 세계 2위 규모의 구리 광산으로, 현시점 최고 품질 구리가 채굴되는 곳이다.
코볼드메탈스 측은 해당 광산의 가치가 20억 달러 내외로 추산되며, 10년 이내에 구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후 효율적인 채굴을 위해 기존 시추(자원 탐색을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파는 절차) 결과부터 위성 이미지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서방국 곳곳에서는 해당 광산 개발을 통해 중국의 ‘구리 무기화’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실리고 있다.
동아시아 3국 정부의 ‘잠비아 쟁탈전’
한편 최근 잠비아 내에서는 각국의 조용한 ‘광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캐나다 광산업체 퍼스트퀸텀미네랄(FQM)이 재무적 위기 해소를 위해 잠비아 구리 광산 지분을 중국 국영 장시코퍼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FQM은 잠비아 현지 정부와 협력해 센티넬 광산·칸산시 광산 등을 개발,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FQM의 광산 지분을 손에 넣게 되면 구리 공급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한층 공고히 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역시 잠비아의 구리 공급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을 만나 원자재 공급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동박(구리로 제조한 얇은 막) 제조 전문 자회사인 SK넥실리스를 언급,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인 동박 원재료를 공급하는 잠비아의 구리 광산은 SK에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히칠레마 대통령 역시 “SK와 잠비아의 사업 협력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를 희망한다”며 제안에 화답했으나, 아직 뚜렷한 협력 진전 소식은 전해지지 않은 상태다.
일본 정부도 잠비아를 주목하고 있다. 구리·니켈·코발 등 중요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9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해 8월 △나미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등 아프리카 자원 부국을 방문, 자원 공동 개발을 위한 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중국 외 자원 확보처를 마련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고,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구리가 돈 된다” 움직이는 산업계
구리 공급망 안정은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 산업의 성장과 직결된다. 10년 내로 구리 수요가 현재의 2배 수준까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구리가 ‘새로운 석유’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이는 세계 각국이 구리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자, 대규모 과잉 공급으로 외면받던 구리 시장이 산업계의 ‘투자 전쟁터’로 변신한 이유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채굴업계 곳곳에서는 구리 생산량 확보를 위한 과감한 ‘모험’이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 금 채굴 1위 기업인 미국 뉴몬트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뉴몬트는 지난해 11월 호주 뉴크레스트 마이닝을 약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뉴크레스트 마이닝의 구리 사업을 노린 전략적인 결정이었다. 이후 뉴몬트는 구리를 통해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창출하고 있다.
캐나다 채굴 업체 ‘배릭 골드’는 파키스탄 레코디크 지역에서 70억 달러(약 9조3,200억원) 규모의 구리·금광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레코디크는 미국 국무부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발루치스탄 해방군(BLA)’ 등 반군 단체의 위협이 도사리는 지역이다. 베릭 골드가 사실상 ‘구리 채굴’을 위해 테러 리스크를 감수했다는 의미다. 구리 공급을 위한 각국 정부·기업의 경쟁에 불이 붙는 가운데, 업계는 코볼드메탈스의 구리 광산 발견이 시장에 몰고 올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