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입주 가구 ‘우하향’, 건설경기 침체 ‘연무’ 걷어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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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주택 부족 가시화,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 '급증'
정부 역할론 대두, "공공 부문에서 주택 물량 공급 등 대책 마련해야"
집값 상승 충격 대비하는 정부, 건설업계도 "공급 회복 견인할 것"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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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수도권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이 올해 대비 20% 넘게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9만 가구 가까운 입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설경기 침체의 안개가 부동산 시장 전반에 드리우기 시작했단 평가가 나온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25년 이후 주택 부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이 확산할 우려가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

12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으로 발표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36만4,418가구, 2025년 입주 예정 물량은 27만5,183가구로 집계됐다. 내년 입주량은 올해 대비 8만9,235가구(24.5%) 줄었다.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는 올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2년간의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입주 예정량을 전망하는 지표로, 공공분양·임대, 청년주택, 정비사업 등을 모두 포함한다. 부동산원과 부동산R114는 실제 사업 진행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반영해 입주 물량을 추산했다.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량은 올해 17만8,674가구, 내년 13만5,407가구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만 전체 입주량 감소 폭의 절반에 달하는 4만3,267가구(24.2%)가 줄어드는 셈이다. 경기(11만6,595→7만4,092가구)와 인천(3만3,415→2만9,950가구) 모두 입주량이 줄어든다.

다만 서울(2만8,664→3만1,365가구)은 내년 입주량이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4지구'(메이플자이) 3,685가구와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 3,069가구,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 2,840가구 등 대단지가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기 떄문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2만3,278→1만3,120가구) 경북(2만1,563→1만1,955가구) 충남(2만629→1만2,252가구) 광주(1만1,946→4,300가구) 부산(1만5,364→1만1,358가구) 강원(1만2,169→8,740가구) 세종(3,616→1,186가구) 등의 입주량 감소 폭이 컸다.

건설경기 침체의 그림자, “집값 고공비행할 듯”

이처럼 갑작스레 입주 물량이 줄어든 데엔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이 컸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부동산 시장은 위기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증가, 노후 주택 소멸 등을 고려할 때 연간 35만 가구 수준의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신규 주택 물량은 전년 대비 37% 수준인 29만4,000가구에 그쳤으며, 착공 물량 또한 17만 가구에 불과했다. 착공 이후 주택 공급까지 2~3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 이후 주택 부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내에선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고공비행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공공의 가장 큰 임무는 국민에게 예측 가능한 일정 물량의 주택을 지속 공급하는 것”이라며 “공공이 매년 10만 가구 이상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유지한다면 정책 안정성이 확보돼 청년·신혼부부, 저소득층 등 국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공공이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과거 금융 위기 직후 경기 침체에 빠졌던 2010년대 초반, 연 20조원대의 투자를 통해 무너지는 건설 산업에 버팀목이 돼줬듯 올해에도 공공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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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론’ 대두에 반응한 정부, ‘1.10 대책’으로 길 트나

각계에서 정부 역할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 또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며 고전분투하고 있다. 우선 LH는 건설형 공공주택 약 5만 가구 이상을 올해 새로이 착공하고 도심지 내 매입과 전세 임대 주택을 포함해 총 10만5,000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35만 가구의 신규 주택 필요량 대비 착공 기준 14%, 인허가 기준 30%의 물량이다. 이에 대해 LH 측은 “앞으로도 시장 상황 관계없이 연간 10만 가구 이상을 지속 공급해 정부가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18조4,000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해 건설 시장의 자금 경색을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LH는 “상반기 역대 최대 수준인 65%까지 예산을 조기 집행해 일시적으로 난항을 겪는 사업장에 하루빨리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엔 정부 차원에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1.10)’, 이른바 ‘1.10 주택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1.10 대책의 중심 내용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관련 규제를 풀어냄으로써 재개발, 재건축의 시침을 빠르게 돌리겠단 게 골자다. 그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안전진단 부문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건물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를 허용하겠단 것이다.

재건축은 통상 13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안전진단 간소화를 통해 최대 3년의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향후 2년간 준공된 소형 신축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등록하는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 제외하는 혜택도 제공한다. 대대적인 전세 사기 등으로 아파트보다 더 큰 침체를 겪은 빌라 등 소형 주택 경기를 끌어 올리겠단 취지다. 이외 공공주택 공급 확대도 가시화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공급을 당초 계획이던 12만5,000호보다 많은 14만 호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공공주택 용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하고 민간 참여를 확대해 주택공급 회복을 견인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각종 정부 정책이 쏟아지자 전국 아파트분양전망은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 6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86.2로 전망됐다. 전월(69.9) 대비 16.3p, 전년 동월(71.1) 대비 15.1p 오른 수치다. 건설업계의 반응도 양호하다. 대한건설협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에 대해 건설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주거안정 및 주택시장 정상화뿐 아니라 도심 재정비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거듭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러쉬에 업계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경기 침체의 실뭉치를 풀어낼 동력은 이미 충분하다. 이후는 정부의 경기부양 방법론에 달렸다. 당장 2026년 상반기 일시적 주택 공급 부족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단 의미다. 충격을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바쁜 손놀림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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