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상승 거래 속속, ‘부동산 올인’ 정책 효과 거두나
매매 계약 10건 중 4건은 상승 거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상가 거래도 활발
실거주 의무 완화로 수요 급증 예상
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되며 거래량이 늘고, 직전 거래보다 가격을 올린 상승 거래 또한 증가하면서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며 시장의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 건수-금액 동반 상승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1,499건으로 전년 동월(1,413건)보다 86건(6%) 증가했다. 해당 수치는 이달 1일까지 신고된 거래에 대한 집계로,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는 주택거래의 특성상 이달 말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고가 끝난 지난해 12월(1,825건)과 비교해 이미 80%를 넘어선 만큼 이달 말 정식 집계에서는 최대 3,000건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매수세가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주요 단지 중심으로는 상승 거래도 속속 포착됐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용산구 이촌동 이촌삼성리버스위트 전용면적 134㎡는 지난해 11월 28억원(약 210만 달러)에 거래됐으나, 불과 두 달 사이 2억5,000만원 오른 30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10억500만원에 거래된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상도프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1월 13억300만원까지 올랐다.
부동산 정보분석기관 부동산R114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비교 조사에서는 올해 1월과 2월 거래에서 지난해 연말(11~12월)보다 가격을 높여 거래된 상승 거래 비중은 43.9%에 달했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파트 10채 중 4채 이상이 몸값을 올린 것이다. 이는 직전 2개월 상승 거래 비중보다 10%가량 높아진 수치로, 지난해 9~10월 대비 11~12월 상승 거래 비중은 32.5%를 기록한 바 있다.
전반적인 거래량과 상승량이 늘면서 시장의 회복세가 완연해지자, 강남 등 주요 상권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강남대로와 청담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는 것을 비롯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0%를 유지하면서 매수세가 대거 몰렸다. 지난해 1분기 청담동 일대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13.2%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가파른 회복세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거래 자체가 메말랐던 작년까지는 몸값을 많이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매수세가 받쳐주면서 상승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금리 인하 등 거시 변수가 바뀌면,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절적 요인 무시 못 해” 지적도
다만 일각에서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단기적 반등일 가능성과 함께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3월부터 시작되는 이사철 직전인 1월과 2월은 부동산 시장 내 매매·임대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전셋값 오름세가 가팔라지며 임대 수요자 가운데 상당수가 매매로 방향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사 수요가 어느 정도 소화되고 나면 다시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초에도 회복의 신호탄을 쏘는 데 그치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무력화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286건으로 전월(1,161건) 대비 두 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송파구와 노원구, 강동구 등 일부 지역에만 거래가 집중되며 증가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내 집 마련 꿈꾸는 청년 세대 수요 증가할까
업계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움직임이 뒤늦게나마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취임과 동시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선언한 현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책이 뚜렷한 성과를 보인 채 지지부진한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를 제외한 전국 규제 지역을 모두 해제한 것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다주택자 무순위 청약 허용,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 등 정책이 대표적 예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규제 완화는 뚜렷한 효과 없이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만을 받아 왔다. 여기에 대내외적 경기 불확실성도 시장의 연착륙을 미루는 요소로 작용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재건축의 경우 사업성이 낮으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이 떨어져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짚으며 “규제 완화가 사업비용을 일부 낮추는 효과로는 이어지겠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는 활성화 같은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기존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완화해 수분양자들의 자금 융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월 처음 발표된 후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해당 안은 지난 21일 국토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해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있다.
높은 금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수요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입주 전 최소 한 번은 임대를 놓을 수 있게 되면서 목돈 마련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40대 이하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30대 유권자의 45%가 가장 관심 가는 수도권 정책으로 ‘실거주 의무 완화 및 중과세 완화’를 꼽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는 사실상 현금 부자만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것과 같아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일단 청약을 받은 후 자금을 마련해 수년 후 입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청년 세대에게 실거주 의무 완화는 큰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