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한국 대학의 세계화 전략과 인도 시장 진출
외국 대학 분교 유치 등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 최근 들어 해외 유명대학과 공동학위 운영 사례 늘어 성장세 보이는 인도 교육 시장 진출 가능성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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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한국은 세계 고등교육시장에서 서비스 수출국보다는 수입국에 가까웠다. 외국 유명대학의 교육과정을 도입하거나 국내에 분교를 유치하는 식의 교류 협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5개 외국 대학의 캠퍼스를 유치한 인천 글로벌 캠퍼스(Incheon Global Campus, IGC)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韓 대학, 국제협력 성과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모멘텀 필요
지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다자간 규범인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GATS)’을 통해 글로벌 교육서비스의 접근성과 개방성, 품질 향상 등에 대한 규정을 채택한 이후 한국에서도 ‘서비스로서의 교육’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GATS 채택 이후 한국 고등교육의 세계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교육서비스의 수출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세계 고등교육 시장에서 한국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정책 초기 단계에는 한국 고등교육 서비스의 확산과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한국 대학들이 외국에 분교나 캠퍼스, 연구소 등을 설립하도록 장려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대학들은 보수적이고 경직된 정부 규제 속에서도 외국 대학의 우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고등교육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대학의 디지털 교육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학위과정 운영 등과 관련해 외국 대학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통해 우수성을 증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펜데믹 이후 부상한 디지털 교육의 이니셔티브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젊은 나라’ 인도, 한국 고등교육 수출에 있어 기회 될 것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대학들은 교육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외국 대학과의 협력사업은 공동학위 등 교육과정을 개발해 프랜차이즈화하고 현지에 조인트캠퍼스를 조성해 졸업생을 배출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5월 신설된 ‘외국대학의 국내대학 교육과정 운영 제도’는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대학의 국내대학 교육과정 운영 제도’는 국내 대학이 외국에 분교나 캠퍼스를 설치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 파트너 대학이 한국 대학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이수자에게 한국 대학의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도 도입 이듬해인 2019년 추진된 1차 사업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설립된 타슈켄트 인하대학교(Inha University in Tashkent, IUT)와 타슈켄트 부천대학교(Bucheon University in Tashkent, BUT)를 비롯해 동아대-베트남 두이탄대 등 3개교가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22년 2차 사업에서는 재승인을 요청한 부천대와 동아대를 포함해 타슈켄트 아주대학교(Ajou University in Tashkent, AUT), 세종대-중국 청도농업대학, 호남대-중국 상해교통대학이 신규 승인을 받으면서 대상을 확대했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뉴욕대학교(NYU)의 ‘KAIST-NYU 조인트 캠퍼스’는 획기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KAIST는 NYU, 뉴욕시와 ‘뉴욕 캠퍼스 조성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학교는 해당 협력을 통해 AI, 바이오 등 9개 분야 공동연구 추진, 교환학생·부전공·복수전공·공동학위 등 교육과정 운영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KAIST는 미국 현지에 스타트업을 설립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NYU는 미국에 진출하는 KAIST의 창업기업에 캠퍼스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파트너십은 한국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분야 고등교육 전략이 ‘패스트 팔로워’에서 ‘리더’로 전환했음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 인력 양성 정책으로 개방성 확대
그동안 한국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 제고를 위해 선진국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지만 고등교육 수출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인도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직 양국 대학 간 파트너십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으나 인도가 가진 △인구통계학적 이점 △영어 사용 인구의 비중 △교육 개혁 정책 등을 살펴볼 때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세계 고등교육 시장에서 한국과 인도 간 협력은 개인 혹은 기관 차원의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오른 인도는 2030년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5~24세 청소년 인구가 약 5억8,000만 명 수준으로, 학생 인구도 세계 최대 수준인 2억5,000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미국 다음으로 영어 사용인구가 많은 나라기도 하다. 최근 인도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젊은 나라’라는 장점을 기회로 삼아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인재 양성 전략과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특히 ‘국가교육정책 2020(National Education Policy 2020, NEP 2020)’을 통해 자국의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NEP 2020’은 대학 등록률을 2018년 26.3%에서 2035년까지 5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흐름 속 교육서비스의 개방성이 확대되면서 인도의 고등교육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는 2025년 인도 교육시장은 2,250억 달러(약 3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하고 올해 온라인 교육시장 규모가 143억3,000만 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도는 세계 고등교육 시장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양국 대학 간 파트너십 확대, 두 나라 모두 윈윈효과 있을 것
교육 인프라 강화와 개방성 제고를 통해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도 정부 차원에서 외국 대학이 현지 캠퍼스 조성을 통해 인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 11월, 인도의 대학보조금위원회(University Grants Commission)는 NEP2020의 목표 이행을 위해 인도 내 외국 대학의 캠퍼스 설립을 촉진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현재는 호주의 대학들이 인도 교육시장에 진출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올해 1월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는 인도에 최초의 국제 분교를 개교했고 울런공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는 인도에 금융·경영·STEM 교육과정을 중점 운영하는 교육시설을 설립하고 있다. 이 두 대학은 서비스 경제자유구역(Special Economic Zone, SEZ)인 구자라트 국제금융 기술도시(Gujarat International Finance Tec-City, GIFT City)에 위치해 교육 서비스와 관련해 보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호주의 연구중심 대학 6곳이 컨소시엄을 통해 인도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하는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사례들은 인도 교육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인도 고등교육은 개방성을 증대함으로써 세계 고등교육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 대학의 국제화 노력과 맞물려 잠재적인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두 나라의 협력은 고등교육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양국 모두가 윈윈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인도의 입장에서는 한국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고등교육 환경을 강화할 수 있으며 한국의 입장에서는 인도로 유입되는 외국 대학의 운영 사례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자국 대학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의 대학들이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교육 정책과 시장 잠재력에 눈높이를 맞추면 새로운 교류와 협력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양국 대학의 교류 협력은 비단 학문적 우수성을 확보하고 문화적 교류를 확대하는 효과를 넘어 지정학적·외교적·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양국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랜 기간 우호적 연대를 이어온 양국 간 외교관계와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막대한 산업 영향력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인도의 글로벌 협력 경험 부족과 제도의 미비점 등은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의 대학들은 세계 교육시장에서 더욱 야심 차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할 때다. 현지 분교나 글로벌 캠퍼스는 ‘지식의 대사관’으로 현지의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는 한국 고등교육의 강력하고 합리적인 목적지를 제시하고 있다.
원문의 저자는 김규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박사과정 재학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outh Korea’s higher education should make inroads in India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