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1명당 3억3,500만원? 청년층 울리는 양육비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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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아이 못 키운다" 사교육 중심으로 치솟는 양육비
매년 감소하는 출생아 수, 정부·지자체 '현금 퍼주기' 나서
일시적 현금 지원은 혈세 낭비? 사회 구조 전환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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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이 0.72명까지 미끄러졌다. 2020년 최초의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가 발생한 이후 ‘인구 절벽’ 현상이 본격화한 것이다. 출산 직후 산후조리 과정부터 시작되는 ‘양육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청년층 대다수가 비(非)출산을 택한 결과다.

양육비 세계 1위 한국, 자녀 1명당 GDP 7.8배

중국 민간 싱크탱크 ‘위와인구연구소’가 21일 발간한 ‘2024년 중국 양육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0~18세까지 자녀 한 명을 양육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79배(대학 교육 제외)에 달한다. 한국의 1인당 GDP가 2022년 기준 3만2,400달러(약 4,3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계산하면 자녀 한 명당 대학 입학 전까지 약 3억3,500만원(약 25만 달러)이 필요한 셈이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이다.

한국의 양육비가 치솟는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사교육비가 지목된다. 보고서는 높은 생활비와 교육비가 한국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은 자그마치 26조원(약 195억 달러)에 달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비중은 78.3%,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에 육박했다.

양육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 젊은 부부들은 줄줄이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합계 출산율 역시 0.72명으로 전년 대비 0.06명 줄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숫자를 뺀 ‘인구 자연 증가’는 -12만2,800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최초의 인구 자연 감소가 발생한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무작정 현금 쥐여준다고 아이 낳을까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양육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현금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인천시의 경우, 지난달부터 태어나는 아동에게 18세까지 총 1억원(7만5,000달러)을 지원하는 ‘1억 플러스 아이드림(i dream)’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지원금 7,200만원에 △천사지원금 △아이꿈수당 △임산부 교통비 등 2,800만원을 보태 현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현금 보조’ 정책은 출산을 기피하는 청년들을 일부 설득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불안정한 소득 상황을 일부 보전하고, 보다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현금성 지원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금 지원으로 출산율을 제고하려는 단편적인 정책이 일종의 ‘폰지 사기(피라미드식 투자 사기)’일 뿐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퍼주기’식 지원은 결국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을 안길 뿐이라는 비판이다.

실제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16년간 약 280조원(약 2,1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왔으나, 효과는 지지부진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올해 0.68명까지 미끄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금 지원보다 △수도권 편중 현상 △일자리 부족 △과도한 교육 경쟁 등 잘못된 사회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층에게는 수중에서 금세 사라지는 현금이 아닌, 본인과 아이의 평생을 맡길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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