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에도 집값은 오른다? 중국발 위기에 ‘스태그 플레이션’ 가시화, 일각선 외국인 노동자 임금 조절론도
중국 경제 비관론, 1선 도시 '공실률' 급증 대중국 수출 호황 막바지, 한국 덮친 '스태그 플레이션' 요원하기만 한 물가 조절, 외국인 노동자 임금 삭감 의견도
중국 경제 비관론이 비대해지는 와중, 부동산 경기 악화로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위치한 대형 사무용 건물은 이미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뿐 아니라 외부 활동이 사실상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국면보다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경제 위기 가시화, 한국도 ‘덩달아 위기’
세계적인 부동산 컨설팅 업체 세빌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베이징과 상하이의 대형 사무용 건물의 공실률은 각각 20.4%, 20.3%까지 치솟았다. 이는 세빌스가 중국 내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베이징의 경우 2004년) 이후 최고치다. 선전과 광저우의 대형 사무용 건물 공실률도 각각 28.9%, 17.7%나 됐다. 선전은 2000년(36%) 이후, 광저우는 2007년(3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베이징·상하이·선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에 공실이 급증한 뒤 이듬해 빠르게 줄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2022년부터 다시 공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글로벌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된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지난 2021년 말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지 2년여 만인 지난 1월 홍콩고등법원은 헝다에 청산 명령을 내렸다. 작년 6월 말 기준 2조3,882억 위안(약 443조6,000억원)에 달하는 빚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인공호흡기를 떼버린 것이다.
헝다로부터 시작된 부동산 ‘도미노’는 연쇄적으로 확산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이 디폴트를 선언했고, 원양집단·완다 등 다른 부동산 개발 업체도 디폴트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은행들의 체질도 악화 일로다. 부동산 침체에 따른 대출 증가가 ‘J 커브’를 따라 더욱 빠르게 가속한다면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의 수익 마진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침몰하면서 한국도 덩달아 위기에 놓였다. 수출로 먹고살던 한국의 가장 큰 수출길이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여전히 중국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2위로 밀려난 적이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이 누려 온 ‘대중국 수출 호황 시대’의 막은 이미 종료 직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024년 ‘4%대 성장’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갑진년 새해 한국 경제의 최대 암초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1%대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은 ‘헛발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거듭되는 부동산 위기 속 중국 경제의 회복이 요원하기만 한 만큼, 한국 입장에선 수출길 다변화 등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견해다.
저성장에 스태그 플레이션까지, 마땅한 출구전략 있나
문제는 중국 저성장의 중력이 이미 한국에 침투하기 시작했단 점이다. 특히 최근엔 국내에서도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스태그 플레이션 국면 양상도 보이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와중에 원가 부담까지 높아지다 보니 주택 공급 우려가 커져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동성 문제가 가시화하고 원가가 높아지자 신축 아파트 공급 감소가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계약이 속출하던 단지마저 웃돈이 붙는 등 기현상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고분양가에 외면받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온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올해 1월 전용면적 95㎡가 21억8,931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2022년 12월 청약 당시 최초 미계약률이 30%에 달했던 매물이 갑작스레 황금 두꺼비로 변모한 순간이다.
전형적인 스태그 플레이션 상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당장 건설사 차원에서 이를 타개할 만한 대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수익성 악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겨우 수요 회복을 확인한 건설사들이 가격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위기 대응 효과가 가장 높은 건 높은 건 시장 침체의 본질적 원인인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줄이는 것이지만,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 홀몸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을 부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법은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 낮추고 원가 절감해야”
이에 일각에선 ‘임금 조절론’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특히 주목한 건 외국인 노동자 임금이다. 경제 저성장 위기 속 외국인 노동자 임금 상승량이 지나치게 높았던 탓에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가속했단 것이다.
통계청과 법무부가 발표한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임금근로자(불법체류자 제외) 84만여 명 중 12.7%는 월평균 3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월평균 200만~300만원 선의 임금을 받는 외국인은 49.5%, 100~200만원 선이 34.1%, 100만원 미만은 3.8%가량이었는데, 해당 평균치를 삭감하면 인건비 등 원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게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긴 하나,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반드시 내국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최저임금 선만 지킨다면 말이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 임금 수준을 다소 낮춘다 해서 일자리 공백이 급격히 늘어날 걱정도 적다. 애초 국내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속한 집단은 대체로 3D 업종인 경우가 많은 만큼, 현직 종사자가 빠져나간다 해도 다른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고, 내국인은 애초 유입이 거의 되지 않다 보니 고용 시장에 타격도 없다시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