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속 청약통장 해지 가속화, 주택도시기금 ‘반토막’에 HUG 위기론도
주택도시기금 '반토막',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 등 영향 역할론 강조되는 HUG, 정작 자금은 어디서? HUG 꼬리에도 위기론, 타개책 시급하지만 출구전략은 '공회전'하기만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이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 조성 재원인 청약 예금이 줄고 부동산 거래사 감소해 국민주택채권 발행이 감소한 영향이다. 다행히 지난해엔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 운용 수익률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기금 운용 여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약통장 무용론 확산, 자금줄 메마른 HUG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 운용 평균 잔액은 20조2,280억원(약 155억 달러)으로 전년(43조647억원) 대비 53% 급감했다. 주택도시기금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되는 기금으로, 주로 디딤돌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서민들의 주택 구매 자금과 임대주택 건설 자금 등으로 활용된다. 자금 급감의 원인은 기금 조성 재원 감소다. 통상 HUG의 주요 자금로는 청약통장이었는데, 올해 들어 가입자 수가 확 줄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량 급감이 겹치면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 수반되는 국민주택채권 구매까지 줄어든 탓에 여유자금이 확 줄었다.
재원은 깎여나가는 반면, 주택도시기금의 활용처는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출산 2년 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구에 지원되는 신생아 특례대출 재원도 주택도시기금에서 나간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설 자금까지 주택도시기금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저리 대출도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HUG는 전세보증금 보증사고 여파로 하반기께 은행권에서 대규모 자금 차입을 시행할 전망이다. 보증사고 추세가 줄어들지 않으면 보유 시재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 때문인데, 만일 은행권 차입으로도 자금 충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 발행을 통한 시장 조달까지 병행해야 할 상황이다.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보려는 모습이지만, 기본적인 자금줄이 끊어진 이상 길게 버티진 못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해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 운용 수익률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여유 자금 운용 수익률은 8.26%로 전년(-3.58%) 대비 크게 상승했다. 국내 주식 시장과 해외 주식 시장이 반등하면서 수익률 호전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형의 투자 수익률은 28.88%, 해외주식형 투자 수익률은 22.7%로 집계됐다.
다만 여유 자금 운용 수익이 높아도 기금 지출이 계속 늘어나면 결국 기금 지원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익률만 두고 막연히 낙관론을 제시하기엔 상황이 지나치게 어렵단 뜻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 감소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주택도시기금은 서민들의 주택 마련과 부동산 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에 역할을 하는 만큼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당분간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면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 감소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증사고 ‘줄줄이’, HUG 훑고 지나간 ‘폭풍’
결국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청약통장 가입이 저조해지고 있단 사실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56만1,376명으로 작년 12월 말 2,561만3,522명보다 5만2,146명 줄었다. 지난해 11월 말 정부가 가입 요건 등을 일부 완화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출시를 예고했음에도 시장에선 이렇다 할 반응이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이로써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세는 19개월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청약통장을 포기하는 시민이 늘어난 원인은 분양가 상승이다. 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3,714만원(약 2만9,000달러)으로 전년 동기 3,063만원 대비 무려 21.03% 뛰었다. 여기에 청약통장 금리가 시중은행 예금 금리보다 턱 없이 낮은 점도 청약통장 해지의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해 청약통장 금리를 인상해 2.8% 수준까지 올렸지만, 시중은행 금리에 비해선 여전히 턱없이 낮다.
자금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HUG에도 위기론의 꼬리표가 달리게 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회는 HUG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약 76억 달러)으로 늘리고 현재 자기자본의 70배인 보증 한도를 90배까지 확대하는 등 내용이 담긴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세사기 폭풍이 한바탕 훑고 지나가면서 대규모 순손실이 자본금을 갉아먹는 상황이 이어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가입자 수를 다시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자잿값 급등으로 분양가 상승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정부가 내놓은 청년주택드림 대출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대상 주택이 제한적이란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역할론만 강조된 채 출구전략은 공회전만 도는 모습, HUG가 직면한 위기의 맨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