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고금리 장기화 속 무너지는 건설사들, 줄줄이 자산 매각

160X600_GIAI_AIDSNote
고금리에 겹악재까지, 생존 위기 처한 국내 건설사들
얼어붙은 시장에 자산 쏟아내며 유동성 확보 시도
고금리 장기화에 기진맥진한 시장, 부실 리스크 어쩌나 
construction-industry_FE_20240314

생존 위기를 맞이한 건설사들이 줄줄이 자산 매각에 나섰다.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거래 침체 등 악재가 누적되며 유동성이 말라붙자 현금 확보가 절실한 업체들이 덩치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건설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및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흘러나온다.

“이거라도 팔아야지” 건설사들의 자구책

최근 누적된 부동산 시장 악재는 국내 건설사들의 숨통을 강력하게 옥죄고 있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가운데, 부동산 PF 리스크가 가시화하고 미분양 매물이 급증하며 자금 확보 통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시장 곳곳에서는 업황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마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 절차를 밟은 건설사는 704곳(종합건설사 83곳·전문건설사 621곳)에 달한다. 지난해 문을 닫은 건설사는 581건으로 2005년(629건)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부실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을 통한 활로 마련에 나섰다. 부동산 PF 위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태영건설의 경우, 올 1월 공시를 통해 수도권 사업 용지인 경기 부천시 군부대 현대화·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천 사업장 시행 주체인 네오시티의 지분(69%)과 사업장 시공권을 매각, 3,000억원(약 2억2,700만 달러) 안팎의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단 해당 매각 건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레저 부문 사업(자유CC, 트리니티클럽, 아쿠아필드 등)을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했다. 레저 사업을 매각할 경우 약 300억원의 자본을 확보할 수 있으며, 부채로 인식되는 약 2,700억원 규모의 골프장 회원 입회금도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건설 측은 지난해 말 953%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사업 매각 및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합병을 통해 400%대까지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unsold_asset_20240314

자산 매각 단행이 ‘능사’는 아냐

문제는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서 무조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금리로 인해 산업계 전반이 가라앉은 가운데, 대부분의 자산 거래 수요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계열사·건설용지·사업권 등 민간 자산은 물론, 한때 업계 내 과잉 경쟁을 야기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은 공공택지마저도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다수의 건설사가 애물단지가 된 자산을 끌어안은 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수도권 3기 신도시의 반복되는 공공택지 유찰은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일례로 창릉신도시가 자리 잡을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의 경우, 지난해 11월 진행된 LH 공동주택용지 C1블록 청약에서 입찰자를 아예 확보하지 못했다. 이어 진행된 12월 청약에서도 유찰 수순을 밟았다. 과거 신도시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벌 떼’처럼 몰려들던 건설사들이 생존 위기 속 줄줄이 등을 돌린 영향이다.

서울과 지하철 3호선 연장선으로 연결될 예정인 하남 교산지구 역시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LH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하남 교산지구 주상복합6블록에 대한 매각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남양주 왕숙2지구 내 아파트 671가구를 지을 수 있는 3만8,865㎡ 공동주택용지 B6블록 역시 지난해 10월 공고에서 입찰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고금리 상황 속 ‘연쇄 부실’ 위험 가중

자산 매각에 난항을 겪는 건설사들의 ‘도미노 붕괴’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가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고금리 장기화를 견디지 못한 건설업계가 줄줄이 무너질 경우, 부실 리스크가 금융권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한국 경제 전반이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관한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하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잠재 위험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고 긴밀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발언했다. 올해 상반기 내 금리 인하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금리가 촉발한 위기 상황에 철저히 보다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 원장은 구체적으로 부동산 PF 관련 부실 사업장 정리, 재구조화 등을 신속히 추진해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봤다.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 사업장이 부실화할 가능성 역시 꼼꼼히 모니터링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금융당국의 부동산 시장 대응이 건설업계 전반의 ‘생사’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들불처럼 번져가는 부실 위기를 제때 해소하지 못할 경우, 한국 역시 부동산 시장 붕괴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는 중국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