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도 MZ세대도 모두 불만족? 연공서열의 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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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정규직 일자리 증발, 연공서열제가 만든 '취업 장벽'
MZ세대의 공정성 짓밟혔다, 저성장 기조 속 회의감 증폭
공공기관 내에서는 '직무 중심 인사관리' 제도 확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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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가 국내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같은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정 근속 이후 연공에 따른 임금 상승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을 발표, 이같이 밝혔다.

비정규직으로 밀려나는 중장년층

KDI 측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임금 상승률이 15.1%에 달했다. 이는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평균 수치는 5.9%이며, 일본은 11.1%, 영국은 6.3%, 독일은 10.3%, 미국은 9.6%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는 강한 고용 보호와 이른 정년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정규직의 강한 고용 보호가 정규직 재취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높은 임금과 해고 장벽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중장년층의 정규직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에서 이탈한 대다수 중장년층은 근속연수를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 한국의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34.4%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8.6%이며, 일본은 22.5%, 미국은 2.9% 수준이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이 같은 ‘정규직 연공서열’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 일정 근속연수를 넘어서면 임금 상승을 제한하고, 해고 불복 절차를 ‘원직 복직’ 원칙에서 ‘금전 보상’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정받지도 못하는데” MZ세대의 불만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는 청년층의 불만으로도 이어진다. 소위 ‘MZ세대’로 분류되는 현재의 청년층은 권위주의를 부당하게 여기고, 개인 존중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권위주의와 ‘장유유서’의 문화를 앞세우는 연공서열 체제는 이 같은 MZ세대의 성향을 억압하는 형태로 움직인다. MZ세대 입장에서 연공서열은 열심히 일하더라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없고, 조용히 ‘때’가 오기를 기다리라고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의미다.

한국 산업계 전반을 휩쓴 성장 정체 기조는 이 같은 MZ세대의 불만에 불을 붙였다. 경제 고성장 시기, 대다수 근로자는 참고 일하면 언젠가 ‘봄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미래의 희망에 의존해 체제에 순응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기에 빠질 경우, 근로자들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나의 성과에 대한 보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연공서열 체제로 인해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 대다수 청년들이 깊은 회의감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MZ세대는 현재 기업조직 구성원들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연공서열 구조를 앞세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점차 저물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한 기업 인사 관계자는 “MZ세대가 산업계의 주류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며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기업의 효율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성과 평가를 보장하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변화의 시작은 ‘공공기관’

정부 역시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은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역할·성과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직무·성과급제로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공서열 체제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정부는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 시스템이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 의욕 저하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변화의 출발점은 공공 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행정안전부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공공기관 ‘직무 중심 인사관리’ 확대를 위한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지방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직무분석 사례를 공유, 직무 중심 인사 관리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는 지방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관리체계 개편 방안의 일환으로,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리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해 승진·보수체계와 연계하는 제도다.

행정안전부는 개별 기관 특성에 따라 직무 중심 인사관리를 자율적·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 제도는 △도입 기반 마련 △인사 관리 분야 적용 △성과·보수 연계 3단계로 분류되며, 지난해에는 전체 999개 기관 중 283개 기관이 노사협의체 구성·직무분석 등 1단계 절차를 완료한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도 직무 중심 인사관리 도입 희망기관(107개)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제도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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