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미끄러지면 빌라 전세가도 내린다, 비아파트 역전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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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미끄러진 빌라 공시가,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 위기
올해 5월 대규모 재계약 예정, 전셋값 떨어지는데 어쩌나
역전세 공포에 등 돌리는 임차인들, 얼어붙은 비아파트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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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를 중심으로 ‘역전세’ 현상 심화 조짐이 관측됐다. 시장을 뒤덮은 전세사기 공포로 지난해 빌라 전세·매매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연립·다세대주택의 공시가가 줄줄이 미끄러지면서다. 공시가 하락은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로 이어지며, 이는 곧 전세가 하락으로 귀결된다. 올해 5월 대규모 전세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빌라 전세가 하락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공시가 하락에 빌라 집주인 ‘비명’

공시가는 매매가(시세)에 현실화율(올해는 69%)을 곱해 정해진다. 매매가가 오르면 공시가도 오르고, 매매가가 떨어지면 공시가도 함께 떨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집값이 반등한 서울과 수도권은 공시가가 오르고, 그 외 지방은 공시가가 하락한 이유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아파트들의 공시가가 상승한 한편, 매매가가 미끄러진 연립·다세대주택은 공시가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전세사기 공포로 매매 거래가 급감하며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문제는 빌라 대상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공시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세입자들은 전세보증보험 한도에 전세보증금을 맞추기를 선호한다. 연립·다세대주택 시장에서 공시가 하락은 곧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집주인은 재계약 시 축소된 전세보증보험 한도만큼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처럼 전세가 하락으로 재계약 시 집주인이 돌려줘야 할 돈이 과거 전세금 보다 많아지는 현상을 소위 ‘역전세’라고 칭한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주택의 실제 가치를 초과한 상태)’를 막기 위해 빌라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 150%에서 126%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한 차례 전세보증한도가 대폭 축소됐고, 빌라 시장 전반에 가격 하락이 발생한 상황이다. 공시가 하락이 불타는 빌라 전세 시장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집주인들의 한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최근 잇따른 전세사기 피해로 전세보증보험 한도 초과 시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빌라 전세 세입자들은 보험이 거절될 것 같으면 계약을 아예 하지 않는다”며 “집주인은 전세금을 낮추고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뱉어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다가오는 5월 ‘역전세 폭탄’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가오는 5월 대규모 역전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2년 전인 재작년 5월에 유독 많은 임대차 거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40만4,000건에 달했다. 같은 해 일반적인 월별 거래 건수는 20만 건 초중반 수준이었다. 2020년 5월 당시 임대차 3법 시행에 앞서 서둘러 체약된 계약들이 짝수 해 5월마다 재계약 시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전세 시세가 2년 전 대비 눈에 띄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2022년 5월 전세가격지수는 103.2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전세가격지수는 92.5로 2년 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세 시장의 경우 서울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비교적 역전세 피해가 덜할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역전세난보다 ‘전세대란’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결국 5월 대규모 재계약 시기의 ‘뇌관’은 시장 불안으로 수년 사이 가격이 미끄러진 빌라 전세 시장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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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현상이 발생할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2022년 5월 5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던 주택의 전세가가 올해 3억원까지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다가오는 5월, 신규 세입자는 전셋값이 3억원 이하일 경우에만 입주를 희망할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를 받고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5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2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집주인이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을 경우, 기존 세입자는 꼼짝 없이 보증금을 떼이게 되는 셈이다.

“전세 살기 무섭다” 월세로 몰린 임차인들

역전세난 우려가 가중됨에 따라 임차인들의 전세 포비아(공포) 역시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총 2만1,14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 거래는 9,268건, 월세 거래는 1만1,878건이었다.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자그마치 56.2%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월 기준) 최고 수준이다.

월세로 임차인들의 수요가 몰리며 월세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월세가 100만원 이상인 빌라 거래량은 923건에 달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다. 특히 서울 빌라 1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량은 696건으로, 전체 고가 월세 거래의 75.4%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1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량은 2011년 51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120건) 첫 100건을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53건 △2020년 175건 △2021년 225건 △2022년 495건 △2023년 802건 등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후로도 빌라 전세 시장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세보증보험 한도 산출 기준이 공시가로 고정돼 있는 이상, 매매가 적은 비(非)아파트 시장의 역전세난과 거래 침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비아파트총연맹 관계자는 “아파트와 달리 매매가 안 되는 빌라는 공시가와 실제 시세의 간격이 크다”며 “공시가를 기준으로 전세보증한도를 매기면 역전세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비아파트 시장 특유의 상황을 고려, 공시가가 아닌 감정가를 기준으로 정확한 전세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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