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못 갚겠다” 위기의 빚폭탄, 채무조정 신청자 1년 새 19만 명
최근 1년간 채무조정 신청한 차주 19만 명 달해 회생법원 접수 개인회생 건수도 올 1월 역대 최대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 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조정을 신청한 차주가 1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회생 접수도 올해 1월 한 달 동안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채무 조정 인원이 증가한 것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부진과 고물가·고금리, 가계 부채 증가 등이 겹쳐 취약 차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당시에 적용됐던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이 종료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까지 2015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연체율 상승 등 부정적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채무조정 건수도 더욱 늘어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채무조정 신청 건수,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복위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 신속채무조정, 사전채무조정) 신청자는 18만9,25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만6,072명) 대비 29.6% 증가한 수준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경제의 허리로 꼽히는 40대가 5만3,2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4만1,832명 △30대 4만1,118명 △60대 2만5,802명 △20대 2만2,821명 순으로 파악됐다. 모든 연령대의 채무 발생 사유는 부족 생계비를 충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연체가 생긴 이유로 ‘생계비 지출’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어 ‘소득감소’와 ‘실직·폐업’이라고 응답한 신청자 비율도 높았다. 경기 부진으로 빚을 내서 생활하다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조정에 나선 차주가 늘었다는 의미다.
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건수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만4,230건으로 전년 동기(9만5,281건) 대비 30.4% 늘었다. 특히 월별로 따져보면 올해 1월 1만2,002건이 접수돼 월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무조정제도란?
채무조정제도는 차주의 수월한 채무 상환을 위해 연체 이자를 감면하거나 이자율 조정, 상환기간 유예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크게 ‘공적 채무조정’과 ‘사적 채무조정’으로 나뉜다. 법원에서 운영 중인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등이 공적 채무조정에 해당되며, 신복위에서 진행하는 신속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은 사적 채무조정으로 구분된다.
공적 채무조정과 사적 채무조정은 각각 조정 가능한 채무에서 차이가 있다. 공적 채무조정은 불법사금융, 세금, 건강보험료 등 모든 채무를 지원하며, 사적 채무조정에 비해 탕감률이 높다. 개인회생의 경우 원금에 대해 최대 90%까지도 채무 탕감이 가능하다. 다만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비용 부담이 크며 인가, 면책 시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사적 채무조정은 협약이 체결된 금융권의 채무만 조정이 가능하다. 그런 만큼 금융사 원리금만 연체됐을 때는 사적 채무조정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 공적 채무조정에 비해 신청 비용이 저렴하고 제출 서류도 간단하다. 또한 사적 채무조정을 받게 되면 금융사의 상환 독촉이 즉시 중단된다. 대상은 연체기간 3개월 이상으로 15억원 이하 대출이 있고, 6개월 이내 발생한 대출액이 대출원금의 30% 미만인 채무자다. 채무조정이 확정되면 원금의 경우 미상각채권은 0∼30%, 상각채권은 20∼70% 감면받을 수 있다. 기초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은 최대 90%까지 원금이 감면된다. 아울러 이자·연체이자 감면, 분할상환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 5.07% 증가
한편 채무 증가의 심각성은 은행 연체율에서도 드러난다. 22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새마을금고 2023년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1,288개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연체율은 5.07%로, 2022년 말 3.59% 대비 1.48%포인트(p)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7.74%로 전년 말(5.61%) 대비 2.13%p 올랐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1.52%로 전년 말(1.15%) 대비 0.37%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55%로 2022년 말(3.05%) 대비 2.50%p 올랐다.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지난해 말 연체율도 2.97%로 전년 대비 1.45%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53%로 전년 대비 0.62%포인트 올랐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4.31%로 전년 대비 2.08%포인트 뛰었다. 상호금융조합별로 살펴보면 신협·농협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3.63%, 2.65%로 각각 전년 대비 1.16%포인트, 1.47%포인트 올랐다. 산림조합의 연체율은 3.41%로 전년 대비 1.64%포인트 상승했으며, 수협의 연체율은 4.14%를 기록하며 4%대를 넘어섰다.
고금리 기조, 연체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저축은행들도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2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79개사의 당기순이익은 5,559억원 손실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은 지난 2010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14년까지 적자를 이어가다 2015년 흑자 전환, 2022년(1조5,622억원)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 전환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작년 한 해 동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연체율은 6.55%를 기록해 1년 전(3.41%)보다 3.1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3.64%포인트 상승해 지난해 말 7.72%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는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수익성을 개선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른 관련 리스크 증가와 경기 회복 둔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부정적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