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서울시의 부활? GFCI 10위 탈환했지만 ‘균형발전’ 정부 방향성은 불안 요소
2024 GFCI 133개 도시 중 10위, 서울시 다시 날개 다나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에 순위 '급락'했던 서울시, "정부가 오히려 산업 짓누른다" 균형발전 기조 여전한 정부, "정치적 영향력 이어지는 한 불안 해소는 요원할 듯"
서울시가 세계 도시 금융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 지수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종합 순위에서 133개 도시 중 10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30위권 바깥으로 밀려 나간 서울시가 다시 10위권을 되찾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앞으로도 순위 하락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공공금융을 균형발전의 매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안 요소는 여전하단 설명이다.
서울시, GFCI 10위 달성
21일 서울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GFCI 종합순위에서 133개 도시 중 10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9월 평가 결과(11위)와 비교해 한 계단 상승한 수준이며, 경쟁 도시인 경쟁도시인 파리(14위), 베이징(15위), 도쿄(19위)보다 높은 순위다. 서울은 ▲ 기업환경(13위) ▲ 인적자원(7위) ▲ 인프라(10위) ▲ 금융산업 발전(13위) ▲ 도시평판(12위) 등 5대 정량평가 지표에서 모두 15위권 내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건 뉴욕이었으며, 이외 런던(2위), 싱가포르(3위), 홍콩(4위), 샌프란시스코(5위), 로스앤젤레스(8위), 시카고(9위) 등이 뒤를 이었다.
별도 부문인 ‘핀테크’ 부문에서는 지난해 9월보다 한 계단 오른 10위를 기록했다. ‘미래부상 가능성’에서는 지난번과 동일하게 1위를 수성했다. 서울시는 이번 결과에 대해 “여의도 금융중심지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해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5대 평가 항목 모두 15위권 내에 진입한 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GFCI 순위 상승은 글로벌 금융도시로서 서울의 매력과 경쟁력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해외 기업과 자본, 인재 등이 모여들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허브 도시로서 그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균형발전’ 아래 추락한 한국, 이제 다시 오를 일만 남았나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지옌이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하는 GFCI는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로 꼽힌다. GFCI는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세계은행과 세계경제포럼(WEF) 등 외부 기관이 평가하는 △비즈니스 환경 △인적 자원 △인프라 △금융산업 발전 △평판 등 5개 분야 지수를 종합해 산출한다.
당초 서울시는 2018년 이후 30위권 밖을 맴도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에서 서울과 함께 금융허브로 지정된 부산은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고, 핀테크 경쟁력에서도 15위권에 채 들지 못하면서 끝없는 추락을 겪어야만 했다. 2020년 당시 서울시는 GFCI 조사에서 33위를 기록했다. 그해로부터 11년 전인 2009년 9월(35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 9월 조사(36위)와 비교하면 3계단 상승한 정도지만, 조사를 시작한 이래 서울시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2015년 9월(6위)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부산의 경우 최고 순위를 기록한 2015년 3월(24위) 대비 27계단 떨어진 51위에 그쳤다. 세계 각국이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뛰고 있는 상황에서도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 각종 포퓰리즘 정책 등 정치 논리가 금융산업을 짓누른 원죄의 발현이라는 비판이 국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여전히 불안 목소리, “정부 의중에 미래 갈릴 수 있어”
거듭된 추락 끝에 10위권으로 들어선 올해의 서울시를 보자면 감개무량하다. 다만 현재로서 안주할 수는 없다. 홍콩, 싱가포르 등 유수의 경쟁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꽉 잡고 놓지 않는 탓이다. 예컨대 단연 세계 금융허브 1위로 꼽히는 미국 뉴욕과 런던은 GFCI 조사가 이뤄진 이래 1, 2위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그나마 경쟁 상대로 꼽히던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은 2020년 3위, 4위에서 올해 19위, 15위로 밀려났다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여전히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경쟁자를 짓누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금융업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단 점이다. 예컨대 지난 2019년께부터 서울시의 GFCI 순위가 30위권 아래로 급락한 것도 정치적 영향력이 원인이었단 분석이 많다. 당시 정부는 금융허브를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추진하면서 이원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금융 인프라 집적을 통한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보다 지방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한 정치적 접근을 더 우선시했단 의미다.
이런 와중 당시 정치권은 “국책은행의 추가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 “제3 금융허브를 지정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집적된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를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정작 정부는 금융허브를 금융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아시아권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자칭’ 금융허브로 전락했다. 실제 2019년 당시 서울시는 아시아에서도 11위까지 밀려났다. 2014~2015년 주택금융공사와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국민연금공단 등이 지방으로 이전한 뒤 비효율성이 제기되면서 순위가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금융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균형발전에 매몰됐단 평가다. 결국 정부의 의중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GFCI 순위가 토끼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뛰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확장성 제고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는 모습에 업계의 볼멘소리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