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급리에 지갑 닫혔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 ‘반토막’
카드 일평균 이용규모 전년 대비 6.2% 증가 그쳐 삼성페이 등 모바일 결제, 전체 결제액 50.5% 차지 카드 연체율 8년 만에 최대, 연체액 규모도 증가세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민간 소비 회복 모멘텀이 약화하면서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일평균) 증가폭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신용카드 결제액도 증가하는데, 신용카드 소비가 줄었다는 사실은 가계 소비 여력이 금융 위기, 코로나19만큼이나 악화됐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2023년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 발표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개인+법인)은 2조6,210억원으로 통계 이래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통상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신용카드 사용액 또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신용카드 사용액은 최대를 나타냈지만 그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6.9%로 직전 2022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민효식 한은 금융결제국 결제안정팀 과장은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 약화 등에 기인했다”며 “앞서 신용카드 사용액(일평균) 증감률은 2019년 5.7%, 2020년 -0.3%, 2021년 10.2%, 2022년 13.5%를 나타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민간소비는 2021년 6.2%(전년 대비) 늘어난 데 이어 2022년 8.7%, 지난해 5.3%(잠정치)로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둔화하는 모습이다. 결제 형태별로 살펴 보면 대면 결제 이용 규모(일평균)는 1조7,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고, 비대면 결제 이용 규모는 5.6% 늘어난 1조1,630억원을 나타냈다.
‘모바일 카드’ 결제, 실물 카드 앞질러
주목할 만한 점은 네이버페이·삼성페이 등 모바일 결제 이용 금액이 실물 신용카드 이용액을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모바일 쇼핑과 택시호출 등 비대면 결제와 직접 기기에 터치하는 대면 결제 등이 모두 크게 증가한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결제액은 일평균 1조4,7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실물카드 이용액 1조4,430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모바일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결제를 형태별로 살펴보면, 삼성페이 등 대면 결제가 3,110억원으로 전년보다 35.7% 증가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에서 간편 카드결제를 하는 경우는 1조1,630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 연체율도 9년 만에 3% 넘어서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민간소비 회복세가 위축되면서 전체 카드 사용액이 줄어든 가운데,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도 8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0%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3%를 넘은 것은 8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해당 수치는 전체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 대출 중 상환일보다 하루라도 원금 상환이 늦어진 대출액의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해 8월 2.9%로 2015년 8월 3.1%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대금 연체액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연체액은 약 2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조3,398억원 대비 53.1% 증가한 수치로, 이 중 3~6개월 연체한 금액(8,056억원)은 전년(5,071억원) 대비 58% 급증했다. 또한 국내 8개 카드사 체제가 만들어진 지난 2014년 이후 1개월 이상 연체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신용카드 대출의 경우 비교적 소액으로 빌릴 수 있어 주로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인 사람)나 젊은층에서 많이 이용한다. 이렇다 보니 신용카드 대출 연체는 주로 젊은층과 저소득층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 중에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인 동시에 저신용 또는 저소득인 취약차주도 많은 만큼 부실 확산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취약차주는 38만9,0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대출잔액은 116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취약차주수가 전체 차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로 1분기 6.3% 보다 증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