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단지만 팔린다” 전국 부동산 시장 덮친 ‘양극화’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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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진 1분기 전국 청약 경쟁률, 서울만 웃었다
서울 외곽 지역 무너지는 동안 '강남 3구'가 시장 견인
미분양 매물 쌓이는 지방, 서울과 격차 꾸준히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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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청약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청약 경쟁률 전반이 하락하는 가운데, 서울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 내 단지는 평균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분양가 기조 속 주택 구입 부담이 가중되자, 대다수 수요자가 ‘옥석 가리기’에 힘을 쏟으며 특정 단지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 혹한기 속 서울 일부 단지 ‘봄바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3월 청약을 통해 공급된 단지는 전국 78개(2만9,176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시장에 뛰어든 청약자는 19만9,043명, 평균 경쟁률은 6.8 대 1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평균 경쟁률(5.4 대 1)보다는 높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2.5 대 1)와 비교하면 대폭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분양가 기조의 영향으로 청약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 일부 단지는 혹한기 속 ‘봄’을 맞이했다. 얼어붙은 청약 시장 속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 소비자 수요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1분기 청약에 나선 서울 단지 5곳은 모두 청약 평균 경쟁률 두 자릿수 이상의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메이플자이’의 경우,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으로 인근 아파트 대비 최대 수억원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며 442.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58가구 규모 단지가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 5~6일 37가구 모집을 실시한 서울 강동구 성내동 ‘에스아이팰리스 올림픽공원’에는 1·2순위 청약통장 370개가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10 대 1이었다. 문제는 서울 내 단지들이 ‘흥행 릴레이’를 이어가는 동안 지방에서는 미분양 매물이 속출했다는 점이다. 1분기 부산에 공급된 아파트 6곳 중 5곳은 모집 가구 이상의 청약자를 모으지 못해 ‘미달’의 쓴맛을 봤다. 울산, 대구 등 미분양 물량이 대거 누적된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 역시 대부분 미달 사태를 겪었다.

“다 같은 서울이 아냐” 서울 내 부동산 양극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당장 서울 내에서도 입지에 따라 매매가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는 실정이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3월 기준 가격 상위 20%(5분위)에 속하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4억6,383만원에 육박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1분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9,690만원에 그쳤다.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 지역 중저가 아파트의 매매가 하락세가 두드러지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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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도봉·강북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청년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대출)’ 매수 수요가 몰렸던 지역으로, 최근 들어 △경기 침체 △고금리 △대출 규제 등 악재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반면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 3구’의 경우, 고금리·역전세 위기를 견디지 못한 급매 매물이 순식간에 소진되며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강남 3구 내 소위 ‘대장주 아파트’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이달 0.01% 오르며 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역별 가격 격차에 따라 집값 양극화 정도를 의미하는 ‘5분위 배율’ 역시 악화하는 실정이다. 이달 서울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0으로, 2018년 4월(5.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한 뒤, 상위 20%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무너지는 지방 부동산 시장

비교 대상을 전국으로 넓힐 경우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해진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1분위 아파트의 매매가는 1억1,777만원, 5분위 아파트의 매매가는 12억1,775만원 수준이다. 5분위 배율은 서울의 2배인 10.3에 달한다. 수요 둔화로 인해 지방 곳곳에서 미분양 매물이 누적되면서 시장 전반이 가라앉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민간 아파트의 초기 분양률은 100%에 달한 반면, 지방 초기 분양률은 69.8%에 그쳤다. 초기 분양률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 개시일로부터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의 기간 동안 실제 계약을 체결한 가구의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분양 매물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3,755가구로, 전월(6만2,489가구) 대비 약 2%(1,266가구)가량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1,112가구, 세종 971가구, 충남 5,436가구, 충북 3,275가구 등으로, 대부분 물량이 지방에 쏠려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1 대 1의 경쟁률조차 기록하지 못한 지방 미달 지역 역시 6곳에 달한다. 서울 분양 시장이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지방 부동산 시장은 무관심 속 미분양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입지, 분양가 등에 따라 청약 성패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누적되는 악재로 주택 구입 부담이 가중되자, 대다수 수요자가 옥석 가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동안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이 같은 양극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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