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담금 최대 100% 감면에도 건설 업계는 “글쎄”, 들쭉날쭉 부담금에 정책 실효성 의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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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부담금 개편,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으로 건설경기 활성화
지난해에도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실패한 부담금 정책, "올해도 별반 다를 것 없다"
'누더기' 된 부담금 제도, "안정성 떨어뜨리는 운영 방식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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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11개 부담금을 개편해 경제 활동을 촉진한다. 분양 사업자에 부과하던 학교용지부담금을 폐지하고 개발부담금을 한시 감면해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이에 대해선 회의적 의견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비슷한 정책이 시행됐다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바 있는데, 이번 정부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감면과 재부과가 거듭 반복되면서 개발부담금제도 자체가 누더기로 전락했단 쓴소리도 쏟아진다.

부담금 정비 나선 정부, “건설경기 활성화할 것”

27일 정부가 부담금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개편 대상이 된 32개 부담금 가운데 기업 경제활동과 직접 맞닿아 있는 것은 11개다.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과도한 수준으로 징수하거나, 기업 비용 상승을 압박해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부담금이 대거 도마에 올랐다. 특히 부동산 개발사업에 부과되는 개발부담금과 학교용지부담금을 올해 한시적으로 대폭 깎기로 했다. 건설경기를 활성화 하기 위한 대책으로, 최근 공사비 쇼크로 급등하는 주택 분양가격을 잡기 위한 목적도 깔렸다. 개발부담금은 택지, 산업·관광단지 등 개발사업 시행자를 대상으로 개발 이익의 20~25%를 떼가는 준조세로 1989년 처음 도입됐다.

정부는 개발이익환수법을 개정해 올 한 해 수도권 지역에 대한 개발부담금은 50%, 비수도권은 100% 감면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 1월엔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을 일시적으로 100% 감면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수도권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로써 올해 징수 예정이었던 개발부담금 규모는 4,756억원으로 감면율만큼 개발기업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연간 3,500억원 규모로 걷어갔던 학교용지부담금은 아예 없앤다. 당초 얘기했던 ‘50% 감면’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셈이다. 이 부담금은 학교용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0세대 이상 규모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용 토지를 분양하는 사업자에게 물리는 준조세다. 이전까지 정부는 아파트용 토지는 분양가격의 0.8%, 단독주택용의 경우 1.4%에 해당하는 돈을 징수했지만,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교를 지을 필요성이 적어지는 세태를 반영해 학교용지법을 개정해 부담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외 농지를 전용할 때 개별공시지가의 30%만큼을 떼갔던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지 보전 필요성이 높지 않은 비농업 진흥지역에 한해 부과요율을 30%에서 20%로 내린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50% 인하하도록 했다. 개인소유 배기량 3,000cc 이하, 최대 적재량 800kg 이상 일반형 화물자동차에 대해 반기별 기준부과금액은 1만5,190원에서 7,600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

폐기물을 다수 배출하는 업종의 중소기업 기준을 감안해 중소기업 폐기물처분부담금 감면기준 매출액도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수소불화탄소가스(HFC) 등 제2종 특정물질 부담금 부과요율은 0.00074%에서 0.0005%로 인하했고, 여객운송사업자에게 여객운임액의 2.9% 수준으로 부과하던 운항관리사 비용부담금은 완전 폐지토록 했다. 또 환경문제 우려가 적은 껌을 폐기물부담금 부과대상에서 제외하고 도로법 원인자부담금을 63년 만에 폐지하는 등 부과 타당성이 낮은 부담금에 대해 전면 개편을 약속했다.

정책 실효성에 ‘의문’, “지난해에도 효과 없었다”

정부가 부담금 개편에서 가장 신경 쓴 건 다름 아닌 부동산이다. 각종 부담금을 한시 완화함으로써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겠단 게 정부의 최종 목표다. 이에 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책 실효성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지방 주요 특구에 개발 부담금 100% 감면 정책이 시행된 바 있지만 큰 효용이 없었단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에 조성된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자율 계정을 확대해 특구 내 인프라 확충 등을 지원할 것”이라며 “특구 투자에 대한 지방 투자 촉진 보조금은 기존 투자액의 30~50%에서 35~55%로 5%p 확대하고 특구에 한해 개발 부담금을 100% 감면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담금 감면 정책이 전면에 드러나자 시장에선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겠단 시그널로 해석되면 투기가 빗발칠 수 있다는 논거였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공급과잉은커녕 경기 활성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히려 개발부담금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토지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사전 개발이익환수제도 도입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토지 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는 조세, 부담금 등을 통해 거둬들인 환수금이 개발이익의 1.5~4.5%에 불과하다”며 “개발부담금 운영방식을 전반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운영의 안정성과 납부의무자 간 형평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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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만 매만지는 정부에 업계, “사실상 누더기 정책”

업계가 부담금 감면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비슷한 정책이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 시기 이미 한번 시행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경기 회복의 일환으로 앞으로 1년간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택지개발, 산업·관광·물류단지 등 계획입지사업의 개발부담금을 수도권은 50% 경감하고 비수도권은 100% 면제했다. 또 25%로 동일하게 적용하는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계획입지사업의 경우 20%로 하향 조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하겠다 밝힌 정책과 상당 부분 닮은꼴을 이루고 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부담금 감면 조치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부담이 감소해 사업 추진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로 이익을 본 지역은 대장동 한 곳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에 질의한 결과 대장동 개발사업은 개발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특례 적용 대상 사업이라는 회신을 받았다”며 “대장동 사업에서 돈 잔치가 벌어졌는데 정작 개발이익은 덜 환수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의원에 따르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은 2016년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개발부담금 50% 감면 대상이다. 당시 개발이익환수법에 규정된 부담률은 20%였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4년 한시 ‘감면 특례’ 제도로 인해 납부해야 할 부담금의 50%를 감면받게 됐다는 것이 진 의원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개발부담금만 매만지는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개발부담금을 부동산의 경기조절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감면·면제·특례를 반복하다 보니 제도 자체가 누더기로 전락해 버렸단 것이다. 실제 개발부담금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들쭉날쭉이었다. 1989년 처음 제정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개발이익의 50%를 부담률로 적용했는데,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1998년 9월부터 1999년 말까지 개발부담금 자체를 면제했다.

이후 2000년 1월부터 1년 동안 부담률은 25%로 조정됐다가, 경기 활성화 및 준조세 경감 방안으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지방부터 부담률 부과가 면제됐다. 이후에 또 25% 부담률을 재부과했다가 박근혜 정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했다. 결국 개발부담금 조정이 하나의 관습처럼 굳어진 셈인데, 이에 일각에선 “실효성 여부를 생각지 않는 개발부담금 조정이 과연 의미 있는 정책이냐”는 반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국토연구원 등이 개발부담금 운영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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