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불공평하다” WTO 제소 단행한 중국, 미국도 전기차 견제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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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IRA에 대한 본격적인 불만 제기
"불공정한 건 중국" 미국 측의 도발적인 대응
반도체 중심이었던 미-중 갈등, 전기차까지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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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사실상 중국을 배척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차별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은 오히려 중국이 자국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불공정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하는가 하면, 중국 산업계가 ‘저가품 홍수’로 글로벌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중국 측의 주장에 맞불을 놨다.

중국 “IRA 보조금 집행 차별적”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IRA의 ‘차별적인 보조금 집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며 이에 따라 WTO의 분쟁 해결 절차가 개시됐다고 밝혔다. 미국 IRA로 인해 중국과 다른 WTO 국가들의 상품이 시장에서 배제된 만큼, 이와 관련된 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차별적인 산업 정책을 즉각 시정하고,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IRA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추진한 법안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4차 산업 분야 세액공제 조건 변화 규정을 담고 있다. IRA에 따르면 구매하려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가 부품·소재 요건 등을 충족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978만원)의 보조금 혜택이 지급된다. 문제가 된 부분은 IRA에 따라 중국 자본 지분율 25%가 넘는 합작사는 해외우려기관(FEOC)으로 지정되며, FEOC가 제조하거나 조립한 부품을 탑재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년부터는 FEOC로부터 조달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도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USTR)는 이날 성명을 통해 ‘IRA 일부와 그 시행 조치와 관련한’ 중국의 WTO 협의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IRA는)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공동으로 추구하는 청정 에너지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오히려 중국이 자국 제조업체들에게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고 비시장적인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무역 분쟁에 대한 WTO의 분쟁 해결 절차는 판정 패널 구성 후 최소 6개월이 소요되지만 그 이상으로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미국의 경우 일부 기능 마비로 인해 항소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시장 곳곳에서는 중국의 이번 제소가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중국의 전기차 ‘자국 중심주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 역시 전기차 시장에서 자국 중심주의적 전략을 펼쳐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자연자원부는 올해 희토류 생산 쿼터는 전년 대비 14% 늘어난 24만t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희귀 광물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중 70%를 생산하는 국가로, 사실상 희토류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 확대는 자국 전기차 산업 지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자국 기업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당시 미국 등 주요국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일부 희토류에 대해서는 생산 쿼터를 늘리지 않았다. 희토류 공급망 내 독점적 지위를 활용, 자원을 무기화하며 미국 대상 ‘협상 카드’를 확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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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들에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 자동차 반도체를 많이 써줄 것을 비밀리에 주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BYD와 지리 등 자국 전기차 기업에 “가급적 외국산 반도체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실상 해외 반도체 회사들에 SMIC, 화훙반도체 등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라는 압박을 가한 셈이다.

“중국산 제품이 시장 왜곡한다” 미국의 반박

이런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노크로스의 태양전지 제조 업체 서니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이 세계시장 가격과 생산 패턴을 왜곡하고 세계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과 기업뿐 아니라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에도 피해를 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산업 등 친환경 분야에서 보조금으로 ‘저가품 홍수’를 일으키며 세계 무역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국이 WTO 제소를 감행한 이후 이틀 만의 일이다.

옐런 장관은 “미국 측은 이전부터 중국에 생산 과잉 문제를 제기했다”며 “내가 다음에 중국에 갔을 때도 이를 핵심 이슈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7월에 이어 다음 달에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옐런 장관이 방문한 공장은 중국산 저가품과의 경쟁 등 어려움을 겪다 2017년에 한 차례 문을 닫은 바 있으나, IRA 보조금을 발판 삼아 조만간 재가동에 착수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불거졌던 양국의 갈등이 전기차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약속했음에도 불구, 경제 분야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전기차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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