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고열량·저영양 과자 매년 증가세 지적에도 판매 부진 아니면 생산 지속… 오리온·롯데 등은 웰빙 과자 홍보해 놓고 리스트에 등재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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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지정 고열량·저영양 식품(이하 고저식품) 매년 폭증세
이마트, 신세계푸드의 PB상품이 고저식품 증가세 견인
소비자 단체들, 고저식품 지정해도 판매 영향 미미하다 불만
오리온·롯데는 고저식품 지정보다 경쟁 제품에 밀려 단종한 경우도
오리온·롯데 프리미엄 제과류 일부도 단종 후에야 고저식품 지정 사실 알려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3월 발표한 ‘고열량·저영양 식품(이하 고저식품)’ 중 과자 제품의 수가 최근 5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의 비만 예방 및 건강한 식생활 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근거로 시행 중인 ‘고저식품’ 리스트에 등재될 경우 학교 매점이나 우수판매업소 등에서 판매가 금지되는 등 제한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 품목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일부 품목의 경우 단순히 판매 부진 탓에 단종됐거나, 홍보는 웰빙으로 해 놓고 실제로는 고저식품이었던 경우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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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17개, 신세계푸드 15개로 증가 중인 반면 오리온, 롯데는 감소세

주요 식품‧유통사 가운데 이마트·신세계그룹에서 판매하는 제품 수가 합계 32개로 가장 많았다. 업계에서는 노브랜드 같은 PB상품을 확대하며 대상 제품군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 불과 7개에 불과했던 이마트의 고저식품은 지난 5년간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노브랜드 제품인 ‘에그롤 쿠키’와 ‘밀크 오트 바이트’, ‘초코칩 쿠키’ 등 13개가 추가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장바구니 물가 안정화를 위해 노브랜드 상품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고저식품 대상 제품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 측은 “직접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 수입해 납품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실제 15개 제품은 ‘솔티드 카라멜 비스킷’과 ‘마카다미아넛 쇼트브레드 라운드’, ‘버터 크래커’ 등으로 모두 영국과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입한 제품이다.

국내 주요 과자 제조사 가운데 롯데웰푸드, 오리온, 크라운제과는 각각 7개 제품이 지정됐다. 특히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는 5년 전에 비해 제품 수가 절반으로 줄며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롯데웰푸드는 2019년에 고저식품이었던 ‘팜온더로드’ 제품군이 단종됐고 ‘마가렛트’는 영양성분이 강화되면서 고저식품에서 제외됐다. 반면 ‘빈츠 끼리크림치즈’ 등은 이달 신규로 고저식품에 포함됐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헬스&웰니스 기조에 따라 자일리톨이나 에리스리톨, 말티톨 등 대체당을 이용해 당류를 대체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당류가 들어가지 않은 ‘제로’ 제품군 출시가 이어지면 고저식품 지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 역시 고저식품이었던 ‘까메오’와 ‘버터팔렛’ 등의 단종에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생산이 종료된 제품이 제외되는 한편 원료와 영양성분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펼쳐 대상 품목 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2023년 출시된 신제품 ‘쿠크다스 치즈맛’ 등이 고저식품에 포함되며 5년 전에 비해 두 개 늘어난 7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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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의 팜온더로드/사진=롯데제과

정책 효과보다 상품 인기도에 따른 단종 탓이라는 지적도

식약처 관계자 측은 고저식품으로 지정될 경우 판매처가 줄어들고 시민단체들의 부정적인 홍보가 진행되는 데다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제과 업계의 고저식품 개발 중단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과업계 관계자들은 맛없는 과자는 안 팔리는 시장의 특성과 취학 연령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정책 효과보다 판매 부진이 단종의 주원인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오리온에서 생산하는 ‘까메오’의 경우, 2008년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오레오가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면서 큰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지난 2009년 이전부터 식약처 지정 고저식품 리스트에 장기간 있었으나 2022년이 돼서야 상품을 단종했다. 제과업계에서는 오레오가 2011년부터 생산지를 바꿔 다시 국내 생산을 재개한 데다 유사 경쟁 제품인 롯데샌드의 ‘깜뜨’에도 밀린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사정은 롯데웰푸드의 ‘팜온더로드’도 다르지 않다. 식약처 지정 고저식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끌면서 아몬드 머랭, 레드 벨벳, 옐로 쉬폰, 초코 호두, 초코코, 그린 초코코, 까망 치즈 타르트 등의 다양한 향으로 상품군을 확대했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대포장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결국 2019년에 단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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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리온

웰빙 식품으로 홍보하지만 고저식품인 경우도

식약처에 따르면 제과업체들은 고저식품 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웰빙 식품으로 영양성분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웰빙 식품에 대한 강조는 고저식품 지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보다 홍보 측면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오리온의 고저식품 중 하나인 ‘버터팔렛’의 경우 웰빙 식품군인 마켓오에 포함돼 있다. 오리온은 버터팔렛을 비롯한 마켓오 제품군을 프리미엄 제과류로 분류하고, 버터팔렛의 프랑스식 버터향을 홍보 포인트로 강조했다.

오리온의 마켓오 제품군은 지난 2008년 브랜드 론칭 때부터 ‘0% 합성첨가물, 자연이 만든 순수한 과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건강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고 고급 천연 재료를 사용했다는 차별성을 강조하며 큰 인기를 누렸고, 현재까지도 마켓오의 제과는 건강하다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마켓오는 지난 2022년 소비자 단체들로부터 ‘리얼 브라우니’의 영양구성이 일반 과자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2016년 출시 시점부터 웰빙식품으로 판매됐던 버터팔렛의 경우도 단종이 알려진 최근에 들어서야 고지식품으로 지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앞서 2019년에 단종된 롯데웰푸드의 ‘팜온더로드’의 경우도 출시 당시부터 프리미엄 제과시장 도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초기였던 2014년 매출액이 50억원, 2016년에는 2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단종 무렵이 돼서야 고저식품으로 지정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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